[신목민학]<542>지방 선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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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학]<542>지방 선량

  • 승인 2010-06-02 23:24
  • 신문게재 2010-06-03 20면
  • 김학용 논설위원김학용 논설위원

“존경받는 3가지… 벼슬, 나이, 덕”
공자가 벼슬을 얻으려던 이유
당선자들 '지붕의 원숭이' 안돼야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맹자에 따르면 존경할 만한 것이 세 가지였다. 작위(爵位) 즉 벼슬과 나이 그리고 덕(德)이다. 조정에서는 작위가 제일이고 마을에선 나이만큼 존경할 것이 없다. 또 벼슬이 높고 나이가 많아도 덕이 없으면 존경받을 수 없다. 세상일을 돕고 백성을 잘살게 해주는 것이 덕이다.

벼슬, 나이, 덕 가운데 지금까지 ‘유효한’ 게 벼슬이다. 어제 6·2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에서 수천 명의 ‘지방 선량(選良)’들이 새로 탄생했다. 어디 국회의원만 선량이라 부를 것인가? 선거로 뽑혔으면 자치단체장이든 교육감이든 지방의원이든 선량이다. 지위와 역할이 다르지만 모두 존경받을 만한 벼슬이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은 벼슬과 함께 명예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명예를 얻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이름에 먹칠을 해야 했다.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 뒷돈을 갖다 주고, 정당을 바꾸면서 철새 정치인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배신자가 되어야 했고, 뇌물을 받아내기도 하고 뇌물을 바치기도 했다. 명예를 얻으려고 오히려 명예를 더럽혀야 했다. 정말 깨끗하게 당선되기는 어려웠다.

벼슬이란 본래 그런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비겁하고 더럽고 비열하지 않으면 벼슬을 얻기 힘들다. 그 점에선 고금이 다르지 않은 셈이다. 과거에도 벼슬을 떳떳하고 깨끗하게 얻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기(史記)』에 보면 공자(孔子)조차 그런 유혹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노나라의 계씨정권을 배반하고, 비읍(費邑)이란 작은 도읍에서 반란을 일으킨 공산씨(公山氏)로부터 영입제의를 받고 고민하였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나에게 정치를 맡겨준다면 문왕과 무왕처럼 전례가 완비된 주나라를 세울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자 자로가 만류했다. 그 때문인지 공자는 결국 공산의 벼슬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

과정이나 명분이 문제일 뿐 선비가 벼슬을 외면할 이유는 결코 없다. 유능한 선비라야 나라를 바르게 운영할 수 있고, 지방도 올바른 인재가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다. 퇴계는 이것을 선비가 벼슬하는 ‘선(善)한 의도’라는 말로 표현했다. 퇴계는 벼슬에 목맨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거듭 벼슬을 사양했으나 선비가 벼슬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산은 퇴계의 『도산사숙록』을 읽다가 감동을 받았다. 퇴계가 남명(南冥) 조식과 나눈 ‘벼슬론’이 담긴 이야기였다. 남명은 명종의 부름을 받고도 “학자가 이름을 훔쳐서 세상을 속인다”며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 퇴계는 그러나 “벼슬하는 선비의 ‘선한 의도’까지 꾸짖어선 안 된다”며 남명과 의견을 달리하였다. 다산은 퇴계의 말에 대해 “나도 모르게 기뻐서 뛰고 감탄하여 무릎을 쳤다”고 했다.

벼슬하는 것 자체를 질시할 필요는 없다. 아니 그래선 안 된다. 누군가는 나라를 운영해야 하고, 고을 살림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 문제는 애써 벼슬을 얻고서도 뜻을 제대로 못 펴는 경우다. 공자가 천하를 떠돌며 벼슬을 얻으려던 것도 이른바 ‘위(位)’를 가져야 백성을 위해 꿈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천하를 주유하면서 벼슬을 얻지 못할까 노심초사하였던 것이다.

전국에서 수천 명 후보들이 노심초사하며 겨룬 지방선거 결과가 나왔다. 대전시장엔 염홍철씨, 충남지사엔 안희정씨가 당선됐다. 대전시교육감엔 김신호, 충남도교육감엔 김종성씨가 재선됐다. 이들은 우리 지역 문제를 좌우할 수 있는 ‘위(位)’를 가지게 됐다. 이들은 지역을 위해 일하는 데 ‘위’를 사용할 수 있다. 벼슬만 얻어놓고 제대로 쓰지 못하면 17세기 중국에 왔던 한 스페인 신부가 『칠극』에서 말한 '지붕 위의 원숭이'꼴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높은 지위를 영화롭게 생각한다. 그러나 소인은 높은 지위에 있으면 오히려 모욕을 당한다. 비유하자면 원숭이가 지붕 위에 올라가 앉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존귀하거나 영화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 비웃는 것과 같다.”/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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