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543>구관의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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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학]<543>구관의 ‘선종’

  • 승인 2010-06-09 17:29
  • 신문게재 2010-06-10 20면
  • 김학용 논설위원김학용 논설위원


목민관 물러날 때 필요한 3가지
'구관' 박성효-'신관' 염홍철 갈등
'예비 구관들' 상쾌하게 물러나야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이달 말이면 4년 간 지켜온 벼슬자리에서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들이다.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서운함이 더 크겠지만 끝맺음은 좋아야 한다.

명대(明代)의 목민서인 『목민심감』에는 목민관이 임기를 마치는 방법을 다룬 ‘선종(善終)’ 항목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선종은 ‘임기를 잘 마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3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신관(新官)에 대한 예우다. 지금 같으면 당선자를 예우하라는 뜻이다. 둘째는 구관(舊官) 자신이 행한 정사(행정)를 신관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다. 구관은 자신이 행하다 끝맺지 못한 것, 꼭 해야 할 것, 마땅히 고쳐야 할 것과 경계해야 할 것 등을 모두 신관에게 전달해주어야 한다. 셋째는 관물을 신관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인수위원회를 만들어 업무의 인계인수를 돕는다. ‘구관’이 ‘신관’에게 업무를 잘 인계해 줘, 신관이 취임하면 곧바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염 당선자는 ‘공약실행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인수위를 만들었고, 박 시장은 염 당선자를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신·구관이 겪는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구관은 자기가 물러난 뒤에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업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자기 치적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대개 신관은 전임자의 계획은 뒤엎고, 공적은 가리고 싶어한다. 신·구관의 갈등은 이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번 대전처럼 신·구관이 선거에서 맞붙은 경우라면 갈등은 더 심하다.

박 시장도 자신이 추진하던 사업이 계속되길 원한다. 이미 시작된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은 잔여 임기중이라도 예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후임 시장이 될 염 당선자는 현 시장은 당장 손을 떼라고 요구한다. 염 당선자는 당선 직후 “(현 시장에게) 낙선 후 한 달은 할 일이 있어도 자제할 시기”라며 “대전의 운명을 결정할 일을 그 시기에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염 당선자 자신도 4년 전 시장 자리를 물려주고 나올 때 임기 마지막날 도시재정비 구역을 지정하고 개인택시 증차를 인가했다. 박 시장 입장에선 염 당선자는 사돈 남말 하는 중이다.

신·구관의 갈등이 커지면 중간에 낀 공무원들만 괜한 속을 썩는다. 떠나 보내야 하는 구관의 명을 거역하자니 부하 공무원으로서 죄짓는 듯하고, 신관의 말을 못 들은 체 하기엔 ‘쓸모없는 용기’가 필요하다.

구관의 좋은 계획은 신관이 이어받아야 한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는 “청주공항 중심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민선4기 역점추진 사업은 충북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현안사업들인 만큼 민선 5기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염 당선자도 선거에서 경쟁했던 후보들 공약 중에도 좋은 것은 채택해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말로만 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박 시장이 추진했던 ‘무지개프로젝트’는 후임 시장도 이어가야 할 사업이다.

염 당선자가, 현 시장이 추진해온 사업이나 경쟁후보의 공약 중 어떤 것을 채택해 쓸 것인지 먼저 밝히는 것도 양측의 갈등을 피하는 방법이다. 당선자가 전임자 사업에 브레이크부터 거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박 시장도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자기 손을 떠나는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게 공직자의 본분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

옛 선비들은 벼슬을 그만둘 때 나그네가 여관을 나서듯 하였다. 다산은 “관아(官衙)를 여관으로 여긴다 했으니 항상 훌쩍 날아갈 듯이 하고, 평소에 행장을 꾸려 기다리면 (떠날)때가 와도 참으로 깨끗하고 상쾌한 선비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대전에선 박 시장 말고도 구청장 4명이 자리를 떠나게 된다. 충남의 시장 군수 자리도 절반 이상 주인이 바뀐다. 곧 ‘구관’이 될 사람들은 상쾌하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명관 소리를 들을 만한 구관이라면 물러나는 법도 다를 것이다. /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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