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544>‘넙죽 큰절’

  • 오피니언
  • 신목민학

[신목민학]<544>‘넙죽 큰절’

  • 승인 2010-06-16 18:16
  • 신문게재 2010-06-17 20면
  • 김학용 논설위원김학용 논설위원

대전 동구청장 당선자의 큰절
茶山 “수령은 감사 표시 안돼”
'애교 퍼포먼스'같은 큰절이나…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한현택 동구청장 당선자가 선진당 당선자들이 모인 호텔워크숍 자리에서 이회창 대표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는 “이 대표님이 다시금 우리 당에서 우뚝 서실 수 있도록 큰절 한번 올리겠다”며 행사장 바닥에서 넙죽 큰절을 했다.

6·2지방선거 결과와 관련 사의를 표명해 놓고 있는 이 대표가 복귀해서 다시 당을 이끌어달라는 간청의 뜻이 포함돼 있다. 한 정당에 큰절을 받을 만한 원로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인품과 경륜을 갖춘 인물을 지도자로 두고 있다는 의미 아닌가? 물론 이는 그 당이 한 인물에 의존해 있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회창 대표가 부진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데도 대부분 의원들이 “아니되옵니다”하면서 복귀를 간청하고 있는 것은 공당(公黨)으로서의 한계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 당선자의 큰절은 자신이 구청장이 될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한 지극한 감사의 뜻이 커보인다. 한 당선자가 구청장 벼슬을 얻는덴 이 대표가 준 선진당 공천장이 결정적이었음을 생각하면 아무리 큰절도 그 은혜에 못 미칠 것이다.

그래도 목민관은 자신에게 벼슬을 준 사람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다산(茶山)의 말을 한 당선자가 새기고 있었다면 큰절을 함부로 올리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전관(銓官·인사담당)은 나라를 위하여 사람을 뽑았으니 여기에 사은(私恩·사사로운 은혜)을 끌어대어서는 안될 것이요, 수령은 자격에 따라 관직을 얻었으니 이를 사은으로 마음 속에 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정치인들에게 다산의 충고는 말도 안되는 얘기로 들릴 것이다. 정치인들이 행사장 맨바닥에 엎드려 주군에게 큰절을 올리는 모습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때 신세대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허인회씨도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맨바닥에서 자신에게 국회의원 후보 공천장을 준 대통령에게 넙죽 큰절을 올렸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는 큰절로 이후 '구태 정치인'이 되고 말았다.

절은 자신을 낮춰 상대를 높이는 예(禮)다. 큰절은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것으로, 상대에 대한 극진한 존대를 뜻한다. 그러나 정치행사장 맨바닥에서 느닷없이 넙죽 올리는 큰절은 예가 아니다. 한 당선자의 큰절은 일종의 당선사례(當選謝禮)요, 이 대표에게 효과적으로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즉흥적 ‘애교 퍼포먼스’였다.

현대 정치에서도 ‘주군’을 섬기려면 돈이든 충성이든 바쳐야 된다. 이도 저도 없으면 애교라도 부려야 한다. 한 당선자의 큰절은 '좀 오버한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그것을 아부라고 비난할 것까진 없다. 당사자의 면전에서 남들 다 보는 앞에서 하는 아부는 아부가 아니라 애교다. 남들 안 보게 온갖 것 다 바치면서 하는 아부가 진짜 아부다. 그런 아부꾼은 한 당선자 같은 큰절은 잘 안 한다.

‘큰절 정치’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애교든 아부든 한 당선자의 큰절은 주민의 대표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 당선자는 이제 수십만 명의 구민을 대표할 사람이다. 처신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날 큰절이 잘못은 아니었다고 해도 한 당선자는 동구 구민들에게 책잡힌 꼴이 되었다. 구청장 후보 공천장에 도장 찍어준 당 대표에겐 큰절까지 하는 구청장이 설마 최종적으로 구청장에 임명한 구민들을 함부로 대하겠는가? 당 대표에게 큰절하듯, 구민의 뜻을 헤아린다면 훌륭한 구청장이 되지 않겠는가? 또 윗사람에게 깍듯한 구청장이 부하 공무원에겐 막 대하겠는가? 그렇다면 동구 구민들과 구청 공무원들에게 차기 구청장의 큰절 화제는 오히려 반가운 뉴스 아닌가? 한 당선자는 큰절을 구민을 더 잘 섬기겠다는 다짐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동구 주민들은 지난 선거에서 '인물' 하나를 뽑은 듯한데 어떤 인물인지는 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정말 주민들을 섬기며 봉사하는 ’진짜 인물’인지 아니면 넙죽 큰절로 아부나 하는 ‘위인’인지에 대한 판정은 나중 동구 구민들이 내릴 것이다. /김학용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 오석진號 출범 준비 본격화… 인수위 동부교육청에 마련
  2.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3.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국가유공자 김태진 선생, 기념회 천만원 기탁
  4.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5. 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전…한전 원인 조사 중
  1.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2.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3. [풍경소리] 물의 길을 새기며
  4. [편집국에서] 애연가의 권리주장(2)
  5. [한화에어로 참사] 대표·사업장장 입건… 중대재해·산안법 본격 수사

헤드라인 뉴스


첨단국방·우주·로봇기술 총출동… 대전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첨단국방·우주·로봇기술 총출동… 대전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국방과 우주과학, 로봇을 결합한 국내 최대 규모 전시회인 '2026 대한민국 국방산업발전대전'이 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11일까지 이어진다. 대전시와 육군교육사령부, 한국국방MICE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 개막식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육군교육사령관, 육군군수사령관 등 군 주요 인사와 국방부 관계자, 국방 관련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장, 방산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전시회는 대전컨벤션센터 1·2전시장에서 개최돼 '첨단 국방 전시존', '대전방산포럼', '대전 첨단로..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한화그룹 계열 식품기업인 아워홈 용인공장에서도 중대 산업재해성 사고가 발생했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6월 8일 오후 2시 50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오후 3시 25분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자는 의식은 없으나, 심장 박동은 있는 상태"라며 "작년에도..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대전 닭고기 소비자 가격이 1년 새 20%가량 폭등하면서 밥상·외식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복날과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닭과 관련된 식품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에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전체적인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8일 기준 대전 육계 1kg 소비자 가격은 7273원으로, 1년 전 6064원보다 19.9%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6900원으로 7000원선을 위협했으나 7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대전 육계(1kg) 가격은 부산(7824원)과 세종(75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

  •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