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문화 장미의문화]통영 동피랑의 문화민주주의

  • 오피니언
  • 빵의문화 장미의문화

[빵의문화 장미의문화]통영 동피랑의 문화민주주의

  • 승인 2010-08-05 13:33
  • 신문게재 2010-08-06 21면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칫 사라질뻔한 이른바 달동네, 저소득 주민 거주지가 불과 3년 만에 전국적인 문화명소가 되었다. 경남 통영시 정량동, 태평동 일대 산비탈 마을 동피랑은 이제 통영의 랜드 마크, 통영을 찾는 외지인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독특한 골목문화의 현장이 되었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 비랑은 비탈의 이 지방 사투리라고 한다. 도시발전 추세에 따라 재개발 계획이 수립되었던 동피랑 지역은 서민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다는 역사적, 인문지리적 배경 외에도 통영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뛰어난 입지를 바탕으로 밋밋하고 획일적인 재개발의 소용돌이에 앞서 지역 특화사업을 강구하게 되었다.

2007년부터 불과 3년 만에 동피랑은 몰라보게 변신하였다.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던 동네 정경이 문화, 미술의 옷을 입고 새롭게 변신했다. 그간 2번에 걸친 공모전을 열어 개성에 충만한 다양한 벽화가 덧입혀지면서 문화와 삶이 접목되는 공공미술 명품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피랑은 더 이상 예전의 가난한 집단촌이 아니다. 그림이 있는 골목, 삶과 역사, 문화가 살아 숨쉬는 길, 커뮤니티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이 지역 벽화는 다만 그림 몇 장의 나열이 아니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음미할 수 있는 열린 미술관이 되었다.

조금 가파른듯한 동피랑 언덕을 오르면 탁 트인 통영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짐짓 여유있게 느긋한 발걸음으로 각양각색의 벽화를 둘러보면서 슬로 시티, 슬로 라이프의 실물감을 확인하게 해준다.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른다. 이 말이 떠올라 나폴리에 갔을 때 이곳저곳 유심히 관찰했지만 통영보다 그다지 빼어난 요소를 찾기 어려웠다. 유럽 문화의 발상지 이탈리아에 있는 미항이라는 선입견이 없다면 나폴리는 그저그런 항구도시에 불과할 것이다. 통영은 나폴리가 갖지 못한 미덕과 강점이 여럿 있다.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고 해저터널 같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에서 역사를 읽는다. 최근 조성된 여러 문화시설과 기반 특히 이 고장 출신 예술인들의 혼과 열정이 통영 곳곳에서 묻어난다. 유치환, 박경리, 김춘수, 윤이상 같이 20세기 한국문화예술사를 대문자로 장식한 분들은 물론이려니와 평생 통영에서 작업하며 예술의 중앙집중에 무언으로 맞서다 최근 별세한 전혁림 화백 같은 인물들이 기라성처럼 빛나는 통영문화의 소프트 웨어는 지방 소도시라는 태생적 한계를 훌쩍 뛰어 넘는다.

절경과 명승지, 미식, 걸출한 인물배출 같은 문화관광의 기본 요소 외에도 통영은 이제 동피랑이라는 인상적인 문화공간으로 화룡점정을 찍는지도 모른다. 사실 산비탈 마을 가옥 벽면에 그려진 다소 투박해 보이는 벽화만으로 동피랑의 생명력은 충분치 않다. 음악회, 마을축제, 사생대회, 백일장, 사진전, 벽화공모전 그리고 리모델링 주택 임대 같은 다양한 사업과 이벤트로 연중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기획력이 여기에 뒷받침되고 있다.

이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재개발'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또 어느 때 동피랑에 들이닥칠지 모른다. 2년마다 공모전을 통하여 벽화를 새롭게 교체하고 철거보다는 시민협의를 통한 마을 만들기라는 상식과 순리가 방금 싹을 틔운 동피랑의 문화민주주의를 주목해보자.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 오석진號 출범 준비 본격화… 인수위 동부교육청에 마련
  2.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3.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국가유공자 김태진 선생, 기념회 천만원 기탁
  4.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5. 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전…한전 원인 조사 중
  1.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2.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3. [풍경소리] 물의 길을 새기며
  4. [편집국에서] 애연가의 권리주장(2)
  5. [한화에어로 참사] 대표·사업장장 입건… 중대재해·산안법 본격 수사

헤드라인 뉴스


첨단국방·우주·로봇기술 총출동… 대전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첨단국방·우주·로봇기술 총출동… 대전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국방과 우주과학, 로봇을 결합한 국내 최대 규모 전시회인 '2026 대한민국 국방산업발전대전'이 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11일까지 이어진다. 대전시와 육군교육사령부, 한국국방MICE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 개막식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육군교육사령관, 육군군수사령관 등 군 주요 인사와 국방부 관계자, 국방 관련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장, 방산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전시회는 대전컨벤션센터 1·2전시장에서 개최돼 '첨단 국방 전시존', '대전방산포럼', '대전 첨단로..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한화그룹 계열 식품기업인 아워홈 용인공장에서도 중대 산업재해성 사고가 발생했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6월 8일 오후 2시 50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오후 3시 25분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자는 의식은 없으나, 심장 박동은 있는 상태"라며 "작년에도..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닭고기 소비자가 1년 새 20%가량 폭등... 밥상 물가와 외식물가 자극하나

대전 닭고기 소비자 가격이 1년 새 20%가량 폭등하면서 밥상·외식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복날과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닭과 관련된 식품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에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전체적인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8일 기준 대전 육계 1kg 소비자 가격은 7273원으로, 1년 전 6064원보다 19.9%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6900원으로 7000원선을 위협했으나 7000원을 넘어선 것이다. 대전 육계(1kg) 가격은 부산(7824원)과 세종(75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

  •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