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아이디어] 버스정류장에 작은도서관을?

  • 정치/행정
  • 대전

[독자 아이디어] 버스정류장에 작은도서관을?

  • 승인 2016-05-18 18:10
  • 신문게재 2016-05-18 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독자 아이디어, 이렇게 바꿉시다!]3. 버스정류장


“501번 언제 온대유?”

18일 오후 중구 석교동주민센터 버스정류장. 양손 가득 짐을 든 할머니가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는 다른 할머니에게 물었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손 부채질을 하던 할머니가 버스도착 안내기를 가리켰다.

“여기 나와있자나유, 13분 남았네.”

두 할머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곤 “요즘 날씨 참 더워졌다”며 얼굴 주변을 부채질했다. 5분여 동안 조용하던 버스정류장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엄마 버스 언제 오는 거야?”

엄마와 버스를 기다리던 한 남자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는 “곧 온다”며 보채는 아이를 달랬지만 소용없었다. 아이는 떼를 쓰며 정류장 주변을 뛰어다니다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주민 윤모(40)씨의 말이다. “아이들은 버스를 기다리다 보채는 경우가 많아요. 동화책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버스를 기다리다 아이는 지루함에, 엄마는 떼쓰는 아이에, 할머니는 더위에 지쳤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버스정류장에 선풍기라도, 동화책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이 아쉬움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려본 시민이라면 한번쯤 느껴본 감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드는 바람, “버스정류장에 000이 있다면?”이다.

이런 막연한 생각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석교동 알짬마을도서관과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시 등이 함께 석교동주민센터 정류장을 ‘친환경버스정류장’으로 만들기로 하면서다.

석교동 주민들이 장소 선정에서부터 디자인, 기능, 운영까지 정류장 설치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주민들은 지난달 22~28일 친환경버스정류장으로 꾸밀 후보지 2곳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석교동주민센터 정류장이 1158표로, 518표를 받은 석교동치안센터 정류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후 지난 5일 석교초등학교에선 마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내가 상상하는 버스정류장 도서관’ 그림대회도 열었다. 정류장 디자인과 기능에 관련한 아이들의 톡톡 튀는 생각을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책이 있는 도서관 정류장에서부터 기존 사각형이 아닌 아치형 정류장, 동전교환기나 TV가 설치된 정류장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했던 ‘000’은 ‘화장실’이었다.

알짬도서관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석교동 골목을 돌며 골목길 워크숍을 열고 설문을 진행해 어른들의 생각도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모금도 진행 중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모든 과정에 참여해 동네 정류장을 바꾸는 만큼 의미가 깊다”며 “석교동주민센터 정류장을 주민들과 마을에 꼭 필요한 기능을 넣은 동네 사랑방 같은 정류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의 놀라운 변신은 전국 곳곳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과 용인에는 임산부와 노인 이용자들이 많은 정류장에 온열·발열의자가 설치돼 있다.

울산에는 지역 특색을 살려 선박, 갈매기, 터널 모양의 정류장이, 제주에는 메모도 남길 수 있고, 오목도 둘 수 있는 사랑방 정류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석교동주민센터 버스정류장을 새로운 정류장으로 만드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정류장이 잘 운영되고, 시민들로부터 호응도 좋다면 다른 동네 정류장도 같은 형식으로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성복합 개장 이후 서남부터미널 통폐합 '화두'
  2.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이번에도 피해자는 모두 20~30대
  3.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4. 대전역 물품보관함 돌며 카드·현금 수거… 보이스피싱 수거책 구속
  5. [건양대 글로컬 비전을 말하다] 국방·의료에서 AI까지… 국가전략 거점으로 진화한다
  1.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2. 대전보훈청-대전운수, 설명절 앞두고 후원금 전달식
  3.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4. [교단만필] 2026년의 변화 앞에서도 변치 않을 기다림의 하모니
  5. [사이언스칼럼] 지능형 화학의 시대

헤드라인 뉴스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2027학년도 대입부터 '지역의사제' 전형이 도입되면서 자녀 의대 입시를 위해 이사를 고려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으로의 전입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등학교 수를 따진 결과, 전국에서 충청권이 세 번째로 많은 데다 타 권역에 비해 고3 300명 이상의 대형 고교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역 인구유입과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 해소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반대로 위장전입 등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29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는 '사람'이다. 경제와 문화, 생활 등 지역의 미래는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구소멸을 우려하는 시기에 대전시의 인구 증가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인구감소·지방소멸 현황 및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77%는 현재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대전시는..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더불어민주당이 대전과 충남 통합 특별시 정식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정했다.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명칭과 약칭, 특별법 추진 과정 등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우선 공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다. 앞서 28일 민주당 광주와 전남 행정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도 통합 특별시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 약칭을 '광주특별시'로 정한 바 있다. 통합 특별시의 청사와 관련해선,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