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쉼표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쉼표

  • 승인 2017-01-22 15:04
  • 신문게재 2017-01-22 3면
  • 문승현 기자문승현 기자
▲ 문승현 기자
▲ 문승현 기자
처음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무진무진 깊은 광맥 같은 것이었나 생각해봅니다 날이 갈수록 당신 사랑이 어려워지고 어느새 나는 남해 금산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이야 내게 참 멀리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시인(詩人)이 좋아하는 시인 이성복의 ‘편지1’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전문(全文)이라고 해봐야 다섯문장이 전부다. 읽는이에 따라 두 문장이 되기도 한다. 쉼표 때문이다.

마침표는 없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무심코 시를 읽다보면 숨이 막힌다. 단 하나의 쉼표 말고도 숨을 잠시 고를 수 있는 곳이 있긴 하다. 마지막 두 문장 전의 빈 공간, 여백(餘白)이다.

한 평론가는 여기에 “시인의 장고(長考)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여백에 이르러 숨을 쉬고 안 쉬고는 독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정유년이 밝자마자 휴일 얘기로 시끄럽다. 5월 달력을 보니 그럴 만하다. 1일 근로자의날(월요일),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금요일)이 하루 걸러씩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휴일로 하는 노동절과 바로 전 주말 이틀에 2일과 4일을 휴일로 지정할 경우 최장 9일이라는 ‘황금연휴’가 생긴다.

휴일 논란에 불을 댕긴 건 정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9일 “공휴일이 몰려 있는 5월초에 대체휴일을 부여한다면 황금연휴가 생겨 내수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5일 어린이날과 주말인 7∼8일 사이에 있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나름 재미를 본 게 발언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당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주요 관광지 무료개방, 가족여행객 철도운임 할인 등을 해줬고 5∼8일 연휴기간 전년대비 백화점 매출액 16%, 고궁 입장객 70%, 교통량 9% 증가라는 내수진작 효과를 경험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설 연휴의 대체휴일(30일) 실시여부를 기업 1611곳에 물었더니 30% 가까운 439곳은 쉬지 않는다고 했다.

의무시행사항이 아니기 때문(54.4%)이란 게 주된 이유다. 기업규모 등에 따라 근로자들이 느끼는 휴일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5월 연휴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시(詩)에서 겨우 한두 줄의 의미문장을 읽었을 뿐이다. 세번째 문장을 지나 여백에 닿았을 때 한숨 쉬어가보자. 사랑의 시작과 점점 어려워지는 사랑, 시간과 죽음이라는 절대가치도 하찮게 만드는 사랑, 그속에 담긴 시인의 고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의 참맛은 어쩌면 공식적인 쉼표 이전의 ‘행간’에 숨어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승현 기자 heyyu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고추 병해충 방제 '골든타임'…예찰·방제 당부
  2. [기자수첩] 법원 앞에서 외치는 정치, 법정 안에서 판단할 사안
  3. 대전중수청 세종 개청에 지역 충격… 이전 계획은 아직 미정
  4. 천안시, 천흥2일반산단 승인·고시…북부권 첨단산업 클러스터 본격화
  5. '송영길 후보' 승부수, "행정수도특별법 당론 통과" 확약
  1. 아산시, 초사동회전교차로 설치공사 조기 완료 박차
  2. 경주 해파랑길, 걷기 장소로 인기
  3. 세종교육청 '교육문화원', 조치원 핫플레이스 가능성 확인
  4. 세종시 거점 '충청 정보보호 클러스터' 개소… "수도권 산업 분산"
  5. 하나은행 '대덕테크노밸리금융센터지점' 이전 개점식 열고 본격 출발

헤드라인 뉴스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충남도는 28일 서울 그랜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해양수산부, 서천군, 기아(주), 해양환경공단, 한국해양재단과 함께 '민관협력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사업' 추진을 위한 6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박수현 지사를 비롯해 황종우 해수부 장관, 유승광 서천군수, 송호성 기아(주) 대표이사, 강용석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김양수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블루카본은 해양·연안 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해양 퇴적물·생물체 등에 저장하는 탄소다. 이번 사업은 기아(주) 사회공헌(ESG) 사업 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가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와 함께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 유치를 위한 대정부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지사는 28일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충남 설치 ▲기후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혁신도시 일괄 이전 ▲태안화력 2호기 폐지 일정 한시 연장 등을 건의했다. 이번 면담은 이달 20일 국회에서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위원장과 이소영 여당 간사를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필요성을 설명한 데 이어 마련된 것으로, 도는..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가 장중 6000선을 내주며 10% 이상 폭락하는 등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크까지 발동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과 여느 종목할 것 없이 내림세가 이어지며 코스피 '1만피'을 외치던 개인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며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32.12(-10.84%) 하락한 6023.6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6400.27로 개장했으나, 한때 5992.91로 -11.29%까지 밀리면서 6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