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1913 송정역시장, 생업의 연륜과 청춘의 꿈이 달빛처럼 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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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1913 송정역시장, 생업의 연륜과 청춘의 꿈이 달빛처럼 빛나네

지난해 리모델링으로 다시 태어난 104년 전통의 시장…예스러운 매력과 현대적 감성 잘 어우러져 또아식빵·삼뚱이·고로케삼촌 등 다양한 먹거리와 사투리엽서 등 살거리 가득…흑백사진관에서 추억도 남길 수 있어

  • 승인 2017-06-11 18:59
  • 신문게재 2017-06-16 9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저녁이 내려오는 시간. 하늘의 색이 진해질 무렵 ‘1913 송정역시장‘의 입구에 노란 달빛 같은 불이 들어온다. 보통의 전통시장이라면 상인들이 하루를 마무리할 때, 이곳은 낮보다 더 많은 발걸음들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북적이는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나이 많은 이들은 젊은 시절 장보러 다녔던 고향 장터에 돌아온 것처럼 정겨운 기분이 살아나고, 청춘들은 익숙하지 않아 설레는 예스러운 낭만에 마음이 달뜬다.

1913송정역시장은 1913년에 송정역전매일시장으로 개장, 10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지금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104년 내내 번성하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시장은 시대가 변하면서 대형마트가 가진 카트와 주차의 편리함에 밀려 찾는 발길이 점차 줄어드는데다 송정역 인근이 쇠락해 시장으로서 힘을 잃어가고만 있었다. 이후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광산구, 중소기업청 등이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지원해 선정되고, 현대카드가 주도한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통해 2016년 4월 재개장했다.

다시 태어난 지 돌을 갓 넘긴 송정역 시장. 그 안에는 오랫동안 생업을 이어온 연륜과 새로운 창업의 꿈으로 반짝이는 청춘들이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여름. 시장의 빛을 따라 밤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광주송정역 앞 200m 거리에 위치한 시장은 그 유명세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직선으로 170m 길이로,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이라고 상상했을 때 시장 이쪽 끝과 저쪽 끝을 걸어서 5분이면 통과할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어디 한 군데 눈길이 안 가는 곳이 없다. 곳곳에서 맛있는 냄새가 입맛을 당기고, 세련되면서도 정감 있는 인테리어가 마음을 당기는 탓에 3~4시간이 훌쩍 가도록 머물게 된다.

시장을 거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시장을 보러 일부러 온 것 같았지만 큰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이들도 몇몇 보였다. 기차를 타러 가다가 시간이 남아 들리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시장 한가운데 KTX 광주송정역 대합실도 만들어져 있다. 국내 최초로 역 밖에서 열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고 옆에는 무인 물품 보관소가 있어 짐을 넣어두고 시장구경을 할 수 있다.

상점은 새로 지은 곳도, 몇십년 세월을 그대로 지닌 것 같은 곳도 있다. 그 둘이 나란한데도 이질감이 없는 건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을 할 때 무조건 새롭게만 만들기보다 조화로우면서 현대적으로 보일 수 있게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태야채, 중앙통닭, 매일청과 같은 오래된 점포의 이름과 갱소년, 밀밭양조장, 고로케삼촌 등 최근에 생긴 점포의 이름이 연도 순으로 줄지어 적혀있는 커다란 벽에 눈길이 간다. 점포 앞 길바닥에도 태어난 해가 새겨져있다. 가게의 유래와 역사가 적혀있는 문도 마치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다정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가게가 보였다. 간판을 확인하기 전부터 빵 냄새가 고소하게 퍼지는 ‘또오고 싶은 또아식빵‘은 우리밀과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 담백한 식빵이 인기다. 덴마크에서 배워온 손반죽이 비법이라는 ‘동네호떡’, 바삭한 이색 고로케를 판매하는 ‘고로케 삼촌‘의 음식들도 지나는 많은 이의 손에 들려져 있다. 일본 쇼유라멘 등을 판매하는 ’한끼라면’이나 채소와 김치를 삼겹살로 말아서 구운 ‘삼뚱이’도 입을 즐겁게 한다. 광주의 명물, 상추튀김을 파는 가게도 물론 있다. 요즘엔 제법 알려졌지만 상추튀김은 상추를 튀긴 음식이 아니라 오징어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음식. 광주에서는 흔한 음식이라 대부분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먹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고전적인 보리 일러스트가 반가운 ‘밀밭양조장’은 수제 맥주 전문점이다. 샘플러를 주문하면 윗필드필스너, 바이젠, 둔켈, 스트롱에일, 골든에일 등 다섯가지 맥주를 맛볼 수 있고 치즈쿠키같은 기본안주가 함께 나온다.

시장답게 방앗간이나 떡집, 한과집이 보이는 가운데,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 누구나 빌려서 장사를 할 수 있는 ‘누구나가게‘가 독특하다. 팝업스토어처럼 일주일 단위로 나만의 장사를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사투리가 적힌 엽서나 연필 등을 판매하는 역서사소도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요라고 보고있음 시롱도 겁나게 보고잡네‘ ’나의 가슴이 요로코롬 뛰어분디 어째쓰까‘ ’쎄빠지게 공부하자‘ 같은 재치있는 글귀가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흑백사진으로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서봄사진관’도 송정역시장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옛 앨범에서 찾아낸 부모님의 결혼사진처럼 분위기 있는 사진이 10분이면 완성된다.

1913송정역시장은 오래됐으면서 새 것 같고, 시장이면서 관광지 같은 곳이었다. 상반된 공간의 특질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건, 북적이는 사람 냄새와 살면서 시간이 오래 깃든 존재로서 갖는 힘 덕분일 것이다. 5년 후, 10년 후에도 그 냄새와 입맛, 기억이 시장에 오라고 속삭일 것 같았다.

여행Tip=서대전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기차가 하루 10번 운행된다. 돌아오는 기차도 10번이다. 역 광장에서 바로 시장이 보인다. 대부분의 점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니 충분히 즐기려면 숙박을 하는 편이 좋다. 역 건너편 오른쪽으로 광산구청이 보이는데 그 뒤편에 마드리드비즈니스 호텔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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