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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우 “사법주권 독립 첫걸음… 국민과 함께 축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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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0 13:12 | 신문게재 2015-09-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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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13일 '법원의 날' 맞는 박홍우 대전고법원장

우리나라는 1909년 7월 12일 기유각서 체결로 일제에 사법주권을 빼앗기고 대한제국 재판소가 모두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다 1948년 9월 13일 대한민국 대법원이 사법권을 인수하는 사무 이양식을 통해 40여 년만에 사법주권이 회복되며 대한민국 법원이 탄생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된 첫 발걸음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부터 매년 9월 13일이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지정됐다. 취임 2년차를 맞은 박홍우(63ㆍ사진) 대전고등법원장을 만나 '대한민국 법원의 날'의 지정 의미와 배경을 비롯해 관련 행사에 대해 들어봤다. 또 법원의 문턱 낮추기를 위한 방안과 대법원이 추진 중인 상고법원에 대한 의견, 법관으로서 기억에 남는 판결 등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대전고등법원장에 취임한 후 2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대전에서 근무하며 느낀 소감은.

▲대전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6개월 정도 근무하면서 활기차고 세련된 도시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매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특히 대전은 과학연구단지와 테크노산업의 중심도시로서 다양성과 역동성이 있고 청정도시로서의 이미지도 있다. 앞으로 녹색성장을 중심으로 한 국가산업발전의 중추지역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도심 속 수목원 등 문화시설과 시민의 휴식처가 잘 갖춰진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에서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올해 법원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재판을 직접 맡아 진행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올해 2월 법관 정기인사에 따라 개편된 사무분담에서 제3행정부 재판장으로서 행정본안재판의 일부를 직접 맡기로 했다. 이는 사건급증으로 어려움 겪는 행정부(수석부장판사가 재판장 겸임)의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전자소송 확대와 법정녹음 전면 실시 등 여러 가지 제도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현장에서 소송관계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함으로써 개선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지방법원장이 고등법원 원외 재판부의 재판을 맡거나 개명 및 성별정정 신청 등 가족관계 사건을 직접 처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고등법원장이 직접 본안 재판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알고 있다.

-법관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재판이 있다면.

▲법관에게는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민사사건은 서울고법 배석판사 시절(1995년), 시위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성균관대 학생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을 들 수 있다. 그 사건은 전투경찰이 많은 양의 최루탄을 사용해 시위대로 하여금 비좁은 골목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발생시켜 그 피해학생이 여러 시위대와 함께 넘어져 질식사 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망인의 위자료를 5000만원 인정했다. 당시 5000만원의 위자료는 매우 이례적이다.

형사 사건으로는 2004년 많은 논란을 빚었던 세녹스의 석유사업법 위반여부가 쟁점인 사건이다. 그 사건이 1심에서는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했는데, 세녹스는 알코올 성분이 함유돼 자동차 연료장치 부식의 개연성이 충분하고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해 정상적인 연료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어 오늘날까지 세녹스 등의 유통이 금지되고 있다.

-올해 처음 지정된 '대한민국 법원의 날'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매년 4월 25일을 '법의 날'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또 행정부는 8월 15일을 '정부수립기념일'로, 입법부는 5월 31일을 '국회 개원기념일'로, 헌법재판소는 9월 1일을 창립기념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동안 독자적 기념일이 없었다.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지정하게 된 계기는 1948년 9월 13일 대한민국 대법원이 사법권을 인수하는 사무 이양식과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취임식을 거행함으로써 40여 년만에 사법주권이 회복되고 대한민국 법원이 탄생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해부터 대법원의 실질적인 설립일이자 사법주권 회복일로 볼 수 있는 9월 13일을 대한민국 법원의 날로 지정하게 됐다. 사법부 위상 및 사법부 구성원의 자긍심을 제고하고 국민을 향해 법원의 문을 활짝 여는 날로 삼기로 한 것이다.

-법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대전고법이 특별히 준비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7일부터 18일 사이 진행된다. 먼저 4일부터 25일까지(매주 금요일) 대전 대덕구 송촌동 주민센터 4층 강의실과 대전고법 10층 중회의실에서 '찾아가는 시민법률학교'를 개최한다. 또 '구한말의 법과 재판, 근대 사법의 태동'이라는 주제로 법원사 자료 전시회를 7일부터 10일 법원 1층 로비에서 개최했다.

11일 오후 1시 30분에는 충남대 로스쿨생 55명이 법원을 방문해 실제 진행되는 형사 재판을 방청하고 재판이 끝난 후에는 재판부와 간담회를 개최함으로써 지역 내 로스쿨생에 대한 실무교육 및 실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 오는 17일에는 충남대 미대생들이 법원을 견학한 후 법정 등에 대해 동양화와 서양화를 그린 뒤 그 작품을 법원에 전시하는 행사도 갖는다. 앞서 8일에는 대전 시내 고등학생 90여 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백일장대회'를, 10일에는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대전시민들이 법원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

-아직 법원의 문턱이 높다는게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다. 문턱 낮추기 위한 방안은.

▲법원의 문턱이 높다는 말은 접근이 어렵다는 의미로, 그만큼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신불입(無信立)이라는 말처럼, 법원은 국민의 신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기관이다.

법원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국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매년 3600여 명이 방문하는 법원 견학 프로그램, 대법관 또는 외부 인사를 초청하는 대법원 아카데미, 음악회, 자원봉사활동, 오피니언 리더로 구성된 시민사법위원회, 전문가로 구성된 청사관리자문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시민들과 많은 접촉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과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

-사법부의 신뢰를 높이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피고인 이동통로에 그림을 그려 넣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신 것으로 안다.

▲예전 구속 피고인 이동통로(구치감 통로)는 상당히 어둡고 을씨년스러웠다.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기 쉬운 피고인의 심리를 조금이라도 안정시켜 주기 위해 보다 밝은 환경으로 개선하기로 하고 실시했던 가장 대표적인 작업이 아름다운 벽화를 그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법원 청사관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배재대 미술학부 이영우 교수님을 비롯해 배재대 교수와 학생 25명이 재능기부를 재 주셨다. 총 120m의 긴 벽화를 이틀간 작업 끝에 완성했다.

또한 벽화작업에 앞서 구속 피고인 이동통로의 조명을 LED로 교체해 조도를 높이고, 벽면과 바닥의 도색을 새로 해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천장에 센서를 설치해 피고인 이동 시 음악이 흘러나오게도 했다. 이런 환경 개선작업이 피고인들의 정서 순화와 심신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법원종합청사에 별관 신축 공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추진 상황은.

▲대전법원종합청사는 1998년 신축 후 17년이 지났다. 그동안 사건이 꾸준히 증가해 법관과 직원 수가 늘어 법정 및 사무실 공간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해소함으로써 민원인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원활한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별관 신축을 추진하게 됐다. 별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9103.91㎡ 규모로 종합민원실과 민사신청과, 민사집행과, 구내은행, 우체국 등이 입주한다. 다음 달 공사를 착공해 오는 2017년 2~3월 준공 예정이다. 공사기간 중 걱정되는 게 민원인의 주차 문제다. 승용차 2부제를 시행해 해결할 계획이다. 민원인들의 협조를 부탁한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상고법원의 설치를 강력 추진 중이다. 법원장님의 생각은.

▲대법원은 최고법원인데도 그동안 밀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최고법원의 본질적 임무인 법령 해석의 통일 및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고심으로서의 권리구제 기능 역시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안과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안이 논의 중이다.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안은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 수가 1년에 3만 8000여 건이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당사자가 만족할만한 재판을 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수의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에 관해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대법원은 국민 다수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ㆍ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중요 사건만 재판하고, 상고법원에서 그 외의 사건을 재판하도록 하면 대법원의 본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 권리구제도 보다 충실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에서 추진하는 상고법원 제도가 합리적인 개선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전과 충청지역 주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법원이 지역주민들을 위하는 길은 재판과 민원 업무를 통해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 법원 구성원 모두 공정한 재판과 친절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주민들도 열린 마음으로 애정을 갖고 법원을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박홍우 원장은…
-1952년 대구 출생
-경북고등학교ㆍ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사법시험 제22회, 사법연수원 제12기
-1982년 춘천지방법원 판사
-1997년 사법연수원 교수
-2003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2005년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
-2006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010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
부 장 판사
-2011년 의정부지방법원장
-2012년 서울행정법원장
-2013년 서울가정법원장 겸임
-2014년 대전고등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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