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3월 3일, 6월 9일, 그리고 9월 9일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3월 3일, 6월 9일, 그리고 9월 9일

  • 승인 2017-09-12 14:38
  • 수정 2017-09-12 14:40
  • 신문게재 2017-09-13 23면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올해처럼 가을이 반가웠던 적이 있을까? 쾌청한 하늘과 삽상한 바람자락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음을 새삼 느낀다. 계절이 바뀌며 대학은 다시 학생들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는데 방학에 하려 했던 숙제를 미처 하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다름이 아니라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 검사를 제대로 받아보려는 계획이었다. 강의 시간에 질문을 좀 하는 편에 속하는 필자가 언제부터인가 질문 상황에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교수가 질문을 하는 경우 어려운 질문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큰 소리를 답하기보다는 작은 소리로 답하곤 한다. 잘 들리지 않아서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볼래?” 라고 되물을라치면 학생은 혹시 틀려서 그런가 싶은지 더욱 작은 소리로 웅얼거린다. 결국 두어 번 더 묻다가 앞에 앉은 다른 학생에게 답을 전해듣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럴 것이면 질문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겠다싶어 참고 있으려니 점차 고민이 쌓이던 참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어떤 자극보다도 소음을 싫어하고, 조용함에 끌려 지루한 줄도 모르고 같은 아파트에서 20년 가까이 사는 것도 청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새삼 떠올려보니 40대 초반부터 건강검진 때 청력검사에서 정상을 벗어났었다. 어릴 때 중이염을 앓은 것이 청력 손상의 원인이냐고 묻는 필자에게 의사는 ‘노화’ 라고 일축했다. 여하간 최근에는 기차역에서 고속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올 때 나는 깍여나가는 듯한 마찰음을 듣는 것이 너무 힘들어 귀를 막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에 이어, 해외에서 열린 웍샵에 참석했는데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가장자리에 앉게 되자 소리가 들리지 않아 손으로 귀를 오므려가며 듣느라 애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난청, 말이나 소리를 듣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증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것은 소리가 귓바퀴에서 모아져서 외이도를 거쳐 고막을 울리고, 고막의 울림은 귓속뼈의 진동을 일으키고 이 진동이 달팽이관과 신경을 거쳐 뇌에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는 이 과정 중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을 전음성 난청이라 하는데 원인으로는 외이도 염증이나 막힘, 고막 손상, 중이염, 귓속뼈의 기능 이상 등을 들고 있다.  한편 달팽이관까지는 소리 진동이 잘 전달되었는데 이 진동을 달팽이관이 신경 신호로 바꾸어 뇌로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감각신경성 난청 혹은 신경성 난청이라고 한다.



필자의 경우는 소리 전달에 문제가 있는 난청이랄 수 있는데, 40 초반에 이미 ‘노화’를 원인으로 진단받았으니 점차 청력이 떨어질 것이고 소리를 분별하고 분석하는 기능까지 손상 되지 않으려면 보청기를 착용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각오하고 병원에 갔으니 담담히 받아들이고 보청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는 중에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매우 놀랐다. 우선 보청기 가격이 생각보다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물론 싼 것도 있지만 병원에서는 어느 수준 이상의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신체 기능과 관련되는 중요한 것이니 경제 사정이 허락하는 한 기능이 좋은 비싼 것을 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리라. 또 하나 놀란 것은 바로 앞에 나가는 젊은 청년도 보청기 상담을 하고 간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소음성 난청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눈앞에서 실제 예를 보니 더없이 심각하게 여겨졌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장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경우 소리의 강도를 구별하기 어려워 생각보다 큰 소리를 듣게 되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난청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잘 안보이면 안경을 끼고, 잘 들리지 않으면 보청기도 쓰며, 인체의 주요 장기도 이식 받으며 사는 세상이지만 있는 그대로 건강한 신체로 사는 것만큼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니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하겠다. 9월 9일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 정한 ‘귀의 날’이라 하고, 3월 3일은 WHO가 정한 ‘세계 귀 보건의 날’ 이라더니, 보청기제조업협의회에서는 6월 9일을 ‘보청기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이 날짜들은 그 모양이 귀를 연상케 해서 정해진 것 같아 재미있게 느껴지는데,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귀의 건강과 중요성을 다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입은 피곤하면 다물 수도 있지만, 쉴 새 없이 듣고 또 들어야하는 귀를 생각하자, 오늘은.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문화人칼럼] 쵸코
  1.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기획취재]농산물 유통과 전통주의 미래, 일본서 엿보다-2

[기획취재]농산물 유통과 전통주의 미래, 일본서 엿보다-2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 육성 위해 내년 3조 원 투입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 육성 위해 내년 3조 원 투입

교육부가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역대 육성을 위해 내년 3조 1448억 원을 투입한다. 일명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인 9개 거점국립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8855억 원을 투자하며, 사립대와 전문대의 학과 구조 혁신과 특성화를 위해 1190억 원을 신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8개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 추가로 편입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이하 라이즈)'도 2조 140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내년도 교육부 소관 예산·기금운용계획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