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문학유산을 아십니까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문학유산을 아십니까

  • 승인 2018-01-11 08:35
  • 수정 2018-01-11 08:47
  •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이춘아 대표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이제 지난해가 되었습니다만 12월 동짓날 오후, 대전문학관에서 문학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문학콘서트의 제목, '대전문학의 빗장을 열어온 사람들'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전문학관은 개관한 이래 대전의 문학계를 이끌어 온 원로들을 중심으로 2013년부터 매년 10여명을 인터뷰하여 책자와 영상물을 만들어왔습니다. 4년간 서른아홉분의 이야기를 정리한데 이어 올해는 여덟 분의 이야기를 기록하였고, 여덟 분들의 근황을 듣는 좌담을 하였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은 책자와 영상물 씨디를 선물로 받았고 이 날은 동짓날이어서 팥죽을 함께 먹는 다과회를 가졌습니다.영상물 제작은 CMB가 맡아 촬영하였고 그 영상은 CMB의 '문학의 향기' 코너에서 방영되었습니다.

지역문학관과 미디어 기관이 협력하여 지역의 문화적 의미를 기록해 나가는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들의 작품과 삶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가운데,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그때 그 시절 이 고장의 모습, 사람들의 모습, 언어생활이나 생활풍습, 독특한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선정된 문인은 김영훈 아동문학가, 송한범 시인, 최자영 시인, 변상호 아동극작가, 이관묵 시인, 윤채한 시인, 배인환 시인, 오효진 소설가 이렇게 여덟 분이었습니다. 이들 문인들의 최근 근황은 글쓰기와 연구 활동 이외 다양한 취미생활로 은퇴 이후를 활력 있게 즐기고 있었습니다.우리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아카이빙은 지역의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하는 소중한 작업입니다.

이번 행사의 핵심어는 '문학유산'이라는 단어입니다. 문화유산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만 문학유산이라는 단어는 아직은 생소합니다. 대전지역의 문학인들을 기록하는 일은 지역문학유산을 만들어가는 것임과 동시에 무형의 문화유산을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대전문화재단은 내년 사업 방향을 세우면서 대전지역의 유 무형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단어를 새롭게 넣었습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가 '마을에서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이 하나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표현입니다. 문학관에서 진행하는 지역문인 아카이빙 작업과는 별도로 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대전의 원로예술인을 분야별로 1명씩 선정하여 원로예술가들을 인터뷰하여 구술채록을 해왔습니다. 2017년 구술채록자는 국악(농악)분야에 김용근 선생님, 음악(합창) 분야에 윤창국 선생님, 문학일반 분야에 황충민 선생님, 연예(연주)분야에 최효식 선생님, 문학분야에 최원규 선생님이셨습니다.



다가오는 1월 18일에는 70대 이상 시각분야 원로 예술인들의 작품전시를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오프닝 할 예정입니다. 지역의 원로 문화예술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작품을 되돌아보는 일은 지역문화자원을 기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현재의 삶을 기록하여 미래유산으로 이어 나가게 하는 유무형의 문화유산 비중도 커질 것입니다. '내 삶이 문화유산이 된다'는 비전은 우리의 일상 문화를 바꾸어놓을 것이라 봅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대전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 의하면 2017년 한해 마을만들기에 참여한 공동체가 93개, 참여 인원만도 820여 명에 이른다 합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결국은 문화프로그램을 하게된다는 것입니다. 음악 미술 등의 예술장르는 문화공간에 기대어하는 것이라면 마을도서관, 아파트 내 회의 공간 또는 개인집들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은 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우선순위인 육아에서부터 자녀교육, 먹거리 마을환경개선 등에서 출발해서 점차 확대되면 마을축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마을주민들이 각자의 품을 팔아 이웃들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마을신문, 마을방송, 마을축제, 그리고 마을 공유공간을 넓혀나가는 과정은 개발과 도시화에서 사라졌던 사람사는 재미를 알게 해주며, 여기에 문화예술은 맛과 멋과 색을 입혀주는 윤활유가 될 것입니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재명, '수도권 몰빵 폐해' 종식 선언...세종시 밑그림은
  2. 세종시 상장기업 다수 부침 거듭...어떤 기업 포진해 있나
  3. '고 김하늘 양 사건' 교육부 조사 끝 "학교장 중징계, 교감 경징계"
  4. 통합과 혁신 나선 지역 국립대… 체질 개선 '안간힘'
  5. [주말 사건사고] 대전 사회복지관서 음식물 탄화로 불…천안 부품 공장 화재
  1. 세계평화여성연합 천안시지부, 천안 마틴공원서 호국보훈의 달 기념 봉사활동 실시
  2. 천안법원, 장애인주차표지 위조·행사한 50대 남성 '징역형'
  3. 대전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지 넣어 선거 조작?…오인 신고
  4. 의대 정원 축소에도… 충청권 지역인재 전형 확대
  5. [기고] 정성 들인 한 표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

헤드라인 뉴스


21대 대선 하루 앞… 소중한 한 표 충청의 선택은 누구에게?

21대 대선 하루 앞… 소중한 한 표 충청의 선택은 누구에게?

대전·충청은 물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할 21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궐위 선거로, 4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동시에 열린 초단기 대선 레이스가 지금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다. 60일의 짧은 기간 동안 각 정당과 후보들은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전통적 캐스팅보터 지역이자, 역대 선거마다 승패를 결정지은 금강벨트 표심을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충청의 숙원인 행정수도 완성을 비롯한 첨단산업벨트 구축과 주요 공공기관 이전,..

대선 후보들 과학수도 대전 약속했다
대선 후보들 과학수도 대전 약속했다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충청 발전을 위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후보들은 물론 국민 대통합과 국가균형발전,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은 물론 충청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도 쏟아냈다. 유권자들은 연설이나 퍼포먼스를 잘하는 후보도 좋지만, 공약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이행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충청에 도움이 된다. 중도일보는 충청인들의 선택을 돕고자 제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제시한 충청권 4개 시도 주요 공약을 분석했다. <편집자..

식품·외식 물가 껑충에 서민 부담 늘어간다
식품·외식 물가 껑충에 서민 부담 늘어간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가가 오른 데는 식품기업과 외식업계 등의 가격 인상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급격한 물가 상승에 당분간 서민들의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업체들은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기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가격 인상 사례는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 이후 부쩍 늘었고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인 전날 국내 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1대 대선 개표 준비 ‘꼼꼼하게’ 제21대 대선 개표 준비 ‘꼼꼼하게’

  • ‘미리 참배왔어요’ ‘미리 참배왔어요’

  • 사전투표함 보관 ‘24시간 철저하게’ 사전투표함 보관 ‘24시간 철저하게’

  • 사전투표 행렬 사전투표 행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