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가성비 높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가성비 높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 승인 2018-02-13 07:58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조강희-시평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해외에서 여행 가서 현지에서 사는 친구를 만나면 의사인 저자를 붙잡고 현지 병원비는 너무 비싸고, 나라에 따라서는 수준이 너무 낮아 아프기가 두렵다 한다. 당연히 귀국할 수 있는 상태이면 빨리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러 오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일반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경우에는 수천만 원을 들여서 전세 여객기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해외여행이나 근무하다 질병이나 사고가 생기면 제일 걱정이 병원 가는 일이다. 언어가 불편한 것은 당연하고, 원하는 병원을 쉽게 선택할 수 없고, 의료비는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엄청나게 비싸다. 실제 이런 일은 겪은 지인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만큼 좋은 건강보험제도가 없다고 칭찬한다. 외국보다 매우 저렴한 의료비로 최고수준의 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 미국에서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받아 완쾌되었다. 하지만 병원 진료비는 1억 원 이상을 지급해야 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표적인 예가 아덴 만 여명 작전이다. 2011년 1월,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대한민국의 삼호해운 소속 선박 삼호 주얼리호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 만 해상에서 구출한 작전으로 이 과정에서 해적이 발사한 총탄에 부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은 응급 처치 후 오만의 제2도시 살랄라에 위치한 술탄카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석 선장은 오만 살랄라 공항에서 환자이송 전용기를 통해 아주대학교병원으로 옮겨져 오랜 기간 동안 치료를 받았고, 건강을 되찾아 사회에 복귀하였다. 지구 반대편에 납치되고, 심한 부상을 당한 선원을 구출하고, 국내로 이송해서 훌륭하게 치료한 우리 해군과 의료진이 만든 영화 같은 사건은 전 국민을 흥분시켰고, 우리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했다. 석 선장을 잘 치료한 아주대병원 진료진은 작년에는 탈북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병사를 훌륭하게 살려냈다.



의사로서 이런 미담을 들으면 가슴이 뿌듯하다. 역시 우리가 잘 만들었다. 의료수준이 우수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즉 해외 어느 나라 의료시스템과 비교해도 우수한 가성비의 의료제도를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2009년 통계로 10~30배 저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100배 저렴하다. 이 가격에 외국인과 해외동포까지 와서 진료받기를 원하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니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경제적인 의료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최신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국내에서 개발과 생산되지 않은 수입산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명품 수입차를 구매해서 적자나지 않게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제도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은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와 철저한 관리 능력이다. 하지만 30년 이상 일한 의사로서 확신하지만 저자는 의료진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렇게 가성비 높은 의료제도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턴과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에도 적용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계급이다. 일 년 365일 24시간 근무는 당연시되고, 환자의 배변과 배뇨는 해결해주지만 막상 자신은 이를 해결한 시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올해부터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당 80시간을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노사 단체협상에서도 전공의는 특별대접을 받아서 당직 수당은 법적 기준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근로 특성상 졸업 후 10년 이상은 주간, 저녁, 야간 등을 3교대로 근무해야 한다. 불규칙적인 주·야간 근무 특성을 고려한 충분한 휴식을 위해서는 4~5개 간호팀이 준비돼야 하고, 근무 특성을 감안한 높은 수준의 보상적 임금이 필요하지만, 저렴한 건강보험 입원 수가라는 현실 때문에 병원 근무를 포기하는 간호사가 속출해서, 병원마다 간호사 구하기 전쟁을 하고 있다.

저자의 진료과인 재활치료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 인건비는 7530원인데도 불구하고, 특수작업치료 수가는 법정 최저인건비에 미달하는 30분 기준으로 1만1065원이다. 이 때문에 10~2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이 풍부한 재활치료 분야의 의료기사를 상당수가 전직을 하거나 병원경영자는 신규채용을 꺼린다.

이제부터는 단지 가성비 높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정비와 선진화, 현실화가 필요하다. 우선 의료진의 희생에 기초한 높은 가성비의 의료시스템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의료진도 법정 근로시간 준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 공급과 높은 노동강도를 줄이고, 최소한 최저임금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 대학 갓 졸업한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도 우리 국민이다. 이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의료시스템은 아무리 가성비가 높다고 해도 이대로 유지해서는 안된다. 외국에서 사는 국민은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우수하다고 칭찬하지만, 여전히 우리 국민은 이 나라의 건강보험제도에 불만이 많은 것이 이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가성비만 높은 우리 의료제도를 이번 문제인 정권에서는 사람이 먼저인, 인간중심의 보다 수준 높고, 국민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개선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죽동2지구 중학교 부지 삭제 논란… 주민들 "이해 어려워" 반발
  2. "중동發 에너지 위기 넘는다" 25일 0시부터 차량 5부제
  3. 불법증축 화재참사 안전공업, 대화동 공장에서도 불법구조물 의혹
  4.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혐의 입건…경찰 45명 조사 마쳐
  5. [세종시의원 후보군 릴레이 인터뷰] 18선거구 윤정민 "시민 삶 바꾸는 생활정치 실천"
  1. '멀티모달' 망각 문제 해결한 ETRI, '건망증 없는 AI' 원천 기술 개발
  2. 안전공업 2009년부터 화재신고 7건, 대부분 슬러지·분진 화재
  3. 통합 무산 놓고 지선 전초전… 충남도의회 ‘책임론’ 포문열어
  4. 천안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된 헬기… 담수 과정 중 저수지로 추락
  5.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

헤드라인 뉴스


비닐·배달용기 가격 꿈틀…"장사 어쩌나" 자영업자 한숨

비닐·배달용기 가격 꿈틀…"장사 어쩌나" 자영업자 한숨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포장 용기와 비닐봉지, 포장지 등 가격이 꿈틀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배달 관련 자영업자 등은 한 달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품귀 현상이 일어날까 전전긍긍이다. 25일 대전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음식을 포장하는 배달 용기의 가격이 점차 상승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가파르게 오른 물가 탓에 원재료비와 공공요금, 월세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용기와 이를 담는 비닐 가격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중..

"전국 중학 야구 최강을 가려라"…류현진배 야구대회 25일 서막
"전국 중학 야구 최강을 가려라"…류현진배 야구대회 25일 서막

전국 엘리트 중학교 야구팀의 최강을 가리는 '제1회 류현진배 중학야구대회'가 25일 대전한밭야구장에서 막을 올렸다. (재)류현진재단과 대전시체육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의 이름을 건 첫 야구대회로, 전국 엘리트 중학교 야구팀 28개 팀이 참가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날 개회식에는 류현진 이사장,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희 대전시의장, 김운장 대전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화 이글스 소속인 노시환, 문동주, 강백호, 정우주 등의 현역 프로선수들도 현장에서 중학교 야구팀 선수들을 응..

내포 KAIST 부설 영재학교 무산 위기… 정부 예산낭비 지적 불보듯
내포 KAIST 부설 영재학교 무산 위기… 정부 예산낭비 지적 불보듯

김태흠 충남지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현 정부가 학교 자체를 신설하기보다 기존의 일반학교를 영재학교로 전환해 운영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25일 도에 따르면 현재 17개 시도 중 영재학교가 부재한 곳은 충남을 포함해 8곳이다. 이에 도는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캠퍼스를 2028년까지 설립해 반도체·첨단 모빌리티 등 국가 전략기술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가 내포신도시에 영재학교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에 종량제 봉투 수급부족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에 종량제 봉투 수급부족

  • 고유가와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 고유가와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

  •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를 향한 애도 물결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를 향한 애도 물결

  •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