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85. 황금돼지의 해에 걸맞은 '낭보 3題'에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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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85. 황금돼지의 해에 걸맞은 '낭보 3題'에 흐뭇

노작노작(老作勞作) 단상

  • 승인 2018-12-18 17: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눈(雪)은 두 얼굴의 마성(魔性)을 지녔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 밤새 내린 눈은 단박 동심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와~ 밤새 천지를 흰색으로 도배했네!"

그러나 막상 출근길에 나서자면 현실적 고민을 안겨주는 또 다른 얼굴로 압박한다. "이 미끄러운 눈길에 차를 가지고 가, 말아?" 지금처럼 눈이 변덕을 부리면서 제멋대로 내리든가 말든가 하던 즈음의 10대 말에 '첫 출근'을 했다.

'직장'은 일반주택을 짓고 있는 소위 건설현장 노가다판. 친구의 손에 이끌려 꼭두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현장에 나갔다. 몇몇 어르신들이 담배를 태우며 자신의 일자리 낙점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오야지(공사 감독을 일컫는 일본어)는 친구에게 반가움을 드러냈다. 친구는 나를 소개하며 오늘부터 같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힘든 데 할 수 있겠어?" "열심히 하겠습니다!"



큰소리로 답하자 맘에 들었다는 듯 그 자리서 냉큼 승낙했다. 그로부터 노가다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엔 지금처럼 콘크리트 차량이 없어서(있다손 치더라도 소규모 공사현장에선 인부들이 직접 모래와 자갈에 시멘트를 섞고 물을 부어 반죽을 만드는 따위로) 인부들이 손수 해결했다.

공사장은 그날 가장 먼저 현장에 나온 인부를 우선하여 일을 하게 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까닭에 한 달에 보름도 일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엄동설한이 닥치면 공사 자체가 올스톱되었고, 여름일지라도 장마가 찾아오면 개점휴업되기 일쑤였다.

따라서 노가다로 돈을 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보통사람들, 특히나 서민과 빈민은 그러한 노가다를 해서는 평생을 노력해도 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당시 노가다를 하면서 배운 평생의 수업과 결과는 어쨌든 '부지런해야만 산다!'는 사실의 고찰이었다.

덕분에 이순이 된 지금도 나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내일은 주간근무라서 07시 30분까지 출근하면 된다. 그럼에도 새벽부터 일어나 이 글을 쓰는 것은 부지런이 마치 못처럼 박혀서다. 아무튼 출근은 회사와의 약속이다. 경비원으로 근무한 지 올해로 7년째지만 단 한 번도 지각을 하지 않았다.

한데 이런 성실(誠實)의 좋은 습관은 과거 노가다판에서 배운 나름의 '아침 철학'이 그 토대를 이룬 덕분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잠시 샛길로 빠져본다. 그러나 이 샛길의 장르 역시 '성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크게 어긋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서로 무언가를 팔고 사는 관계로 이뤄져 있다. 그 판매의 요소는 '성실'과 '신뢰'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결여된 상품은 단박 소비자로부터 버림을 받고 도태되기 마련이다.

내가 노가다판을 떠나 일찍이 영업의 세계로 입문한 건 어쩌면 필연적 선택이었다. 가방끈이 짧다보니 학력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판매실적만을 중시하는 판매전문회사가 '딱이었다'. 중학교라곤 문턱도 넘지 못한 가난뱅이 20대 청년이 입사한 회사는 영어교재 전문회사.

영어회화 테이프까지 갖춰진 풀세트는 당시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시나브로 영어의 붐을 조성하던 즈음이었다. 가짜 이력서('고졸'이라는 허투루 학력의)를 내서 서류심사에 합격한 뒤 신입사원 교육을 받는데 왠지 그렇게 자신감이 불끈했다.

'해보자!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보다 많이 배운 친구를 찾아가 밤마다 영어 개인교습을 받았다. 이를 바탕 삼아 전국최고의 영업실적을 올렸다. 여세를 몰아 이듬해엔 약관 20대 초반에 전국 최연소 사업소장에까지 등극했다.

그래서 나는 나름 '초신영달(초졸 출신으로 신화를 이룬 영업의 달인)'이란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터다. 나의 지난 시절 개인적 '무용담'을 자랑하였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로 치부해도 될 만큼의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슈퍼 세일즈맨'의 일대기를 다룬 책을 최근 일독했다.

성공마인드
(주)넥센미디어에서 출간한 <성공을 위한 여섯 가지 마인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자 김흥중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의 전자기기를 설계하던 엔지니어에서 의료기기 판매직으로 전직하여 대단한 성공을 일군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슈퍼 세일즈맨이다.

저자는 한국 최고의 대기업인 삼성그룹과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138년 역사를 가진 미국 최고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합작회사 삼성GE의료기기(주) & GE HEALTHCARE KOREA(주)에 입사한 지 불과 12년 만에 임원으로 발탁되었다.

이후엔 경영자로 변신하여 삼성GE의료기기(주)& GE HEALTHCARE KOREA (주) 지방판매본부장/영업이사, 서울메드(주)창업 대표이사/사장, JW중외메디칼(주) 영업서비스본부장/수석상무이사, (주)리스템 영업서비스본부장/전무이사, 한영무역(주) 총괄경영/부사장을 역임했다.

'영업은 나 자신을 파는 것이다'란 신념으로 국내영업 5년 연속1위, 아시아 3년 연속1위로 THE TOP SALESPERSON AWARD IN GE ASIA까지 수상한 저자는 현재 각 대학과 기관에서 특강을 하고 있으며, 휴넷MBA총동문회 최고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미 출간한 저서로 <10만 시간의 공포>를 지니고 있는 저자는 독서방법의 터득으로 책 한 권의 독서를 고작 1시간 이내로 뚝딱 처리하는 신통방통의 묘술(?)까지 지니고 있는, 그래서 "대체 못하는 게 뭐야?"라는 합리적 의구심까지를 발동하게 하는 걸출한 인물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치환하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든 저자는 36년 동안 경험한 영업현장의 생생한 성공사례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평사원이었음에도 경쟁사의 오너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찾아가 의료장비 계약을 완결하는 장면에선 저자의 용광로보다 뜨거운 열정이 발견된다.

복막염 수술로 입원한 병원에서조차 18억 원의 의료장비 계약 오더를 따낸 적극적 투지 역시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는 저자의 긍정마인드를 새삼 음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직장인이라면 '초심(初心)'과 '애심(愛心)', '결심(決心)'과 '열심(熱心)'에 이어 '허심(虛心)'과 '뒷심'이라는 여섯 가지 긍정과 적극 마인드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이 책에는 동서고금을 망라한 인류의 지혜와 명언까지 가득하여 마치 빈 집에 소가 들어온 듯한, 그래서 '졸지에 만석꾼'의 풍성함까지를 덤으로 선사(膳賜) 받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저자님을 최근 뵈었다. 그리곤 술까지 나누었는데 심성까지 백설처럼 어찌나 곱던지 금세 존경하게 되었다. 이제 다음 주만 지나면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의 해'인 기해년(己亥年)을 맞는다.

이 주장에 걸맞게 나는 신년에 도래할 '낭보(朗報) 3題'에 벌써부터 흐뭇하기 이를 데 없다. 그 '3제'는 우선 딸의 출산이다. 황금돼지 해에 걸맞은 아기이기도 하거니와 나와 아들처럼 돼지띠인 까닭에 더 반갑다.

금지옥엽으로 기른 딸의 첫 아기인지라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은 무어라 표현할 방법조차도 없다. 이어 새해엔 나도 회갑(回甲)이 된다. 예순한 살을 이르는 말인 '환갑(還甲)'으로 쉬 표현되는 게 바로 회갑이다.

그렇지만 '백세인생'이라는 시절이기에 요즘 사람들은 회갑잔치마저 포기하는 게 어떤 대세가 아닐까 싶다. 다음으론 2019년에는 최소한 두 권의 저서를 발간한다. 한 권은 이미 출판계약이 이뤄졌고, 또 한 권은 약 40%의 집필 진척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두 권의 책이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나면 나는 모두 세 권의 저자가 된다. 이 책들이 더욱 자랑스러운 까닭은 경비원으로 고된 야근을 하면서 쓴 글인 때문이다. 따라서 말 그대로 노작노작(老作勞作)인 셈이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에 내가 다른 경비원들처럼 그저 시간이나 때우는 따위로 게으름이나 피웠다면 출간의 기쁨 또한 누릴 수 없었을 것이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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