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윤봉길 의거와 무라이의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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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윤봉길 의거와 무라이의 안경

장준문 /조각가, 수필가

  • 승인 2019-05-1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 4월 29일은 윤봉길(尹奉吉,1908.6.21.~1932.12.19) 의사 의거 87주년의 날이었다. 윤 봉길 의거는 1932년 4월 29일?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왕(日王) 생일경축식장 사열대에 폭탄을 던져 상해주재 일본수뇌부를 강타함으로 써 우리의 민족혼이 살아있음을 세계만방에 알린 사건이다.

윤봉길 의사는 1908년 충남 예산 덕산면에서 태어났다. 소년 윤봉길은 3.1운동을 경험하며 일제침탈의 부당함을 인지한다. 10대 후반 그는 국민의식계몽의 필요를 절감하고 야학당을 개설하고 월진회를 조직하는 등 문맹퇴치와 민족의식 고취에 힘을 기울였다. 20대에 접어들어서는 계몽운동이 농촌개혁만이 아니라 민족운동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한다.

그러나 그는 계몽운동으로서의 민족운동에 한계를 느끼고 1930년 3월 6일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살신으로서의 독립운동의 뜻을 품고 중국 망명길에 올랐다. 중국 땅을 이동 중 월진회 회원들이 마련해준 여비를 갚기 위해 청도의 세탁소에서 1년 여간 일하다가 1931년에야 상해에 도착했다. 거기서 임시정부 김구 주석을 만나게 되었고 김구 선생이 주도하던 한인애국단에도 가입했다. 양 손에 폭탄을 들고 "나는 적성(赤誠, 참된 정성)으로써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여 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되어 중국을 침략하는 적의 장교를 도륙하기로 맹세하나이다."라는 선서문을 목에 걸고 결의를 다지고, 김구 선생과 태극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했다. 백범 선생과 함께 의열투쟁의 방안을 모색하던 중 그해 4월 29일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天長節) 행사를 상해사변 전승축하식과 합동으로 홍구공원에서 거행할 예정이라는 신문보도를 접했다. 윤 의사는 이때야말로 한 몸 던져 조국독립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4월 29일 오전. 윤 의사는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식장으로 진입했다. 사열대에는 상해파견군 총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側, 1869~1932) 대장 등 침략의 원흉들이 도열해 있었다. 오전 11시 40분경 일본국가 연주가 끝나고 천황폐하만세를 부르는 찰나 의사는 군중을 헤치고 나아가 단상을 향해 폭탄을 투척했다. 폭탄은 그대로 시라카와 대장과 해군 총사령관 노무라(野村) 중장의 면전에서 폭발했고 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의거로 시라카와 대장과 카와바다(河端) 거류민단장은 사망하고 해군 총사령관 노무라(野村吉三郞) 중장은 실명, 우에다(植田) 중장은 다리를 절단하는 중상을, 주중공사 시게미쓰(重光)는 절름발이가 되었고, 상해 총영사 무라이 쿠라마츠(村井倉松)와 토모노(友野) 거류민단 서기장도 중상을 입었다. 의사는 또 다른 폭탄으로 자결하려는 순간 체포되어 신분을 감추려던 계획은 어긋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헌병에 체포됐다.

의거의 소식은 곧 온 세계로 퍼져나갔고 특히 장개석 중국 총통은 "중국의 백만 대군도 못한 일을 일개 조선청년이 해냈다"며 극찬했다. 종래 무관심하던 대한민국임시정부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중국육군중앙군관학교에 한인 특별반을 설치하는 등 한국의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당시 침체해 있던 상해임시정부가 다시 독립운동의 구심체 역할을 하게 된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윤 의사는 그해 5월 25일 상해파견 일본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때에도 "이 철권으로 일본을 즉각 타도하려고 상해에 왔다."며 대한남아의 기개를 잃지 않았다. 의사는 일본 오사카로 호송된 뒤 모진 고문과 함께 1932년 12월 19일 가나자와(金澤) 육군형무소에서 총살로 25세의 젊은 나이로 순국했다. 의사의 유해는 쓰레기 하치장에 버려져 있다가 광복 후인 1946년에야 조국에 봉환되어 효창공원에 안장되었다.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윤 의사가 거사를 며칠 앞두고 어린 두 아들에게 보낸 유언의 일부이다. 윤 의사가 조국독립을 위해 기꺼이 한 목숨 바치려는 우국적 신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의사는 짧지만 그야말로 뜨거운 삶을 살다 간 천고의 영웅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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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이 아야카 양과 윤주 부회장의 만남
지난 3월 말경 서울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윤봉길 의사의 조카 윤주(72) 씨와, 당시 단상에서 폭탄을 맞아 부상당한 상해 총영사 무라이 쿠라마츠의 후손 무라이 아야카(30) 씨의 만남이 의거 87년 만에 이루어 진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의 해를 맞아 EBS다큐프라임 '역사의 빛 청년'에서 '무라이의 안경'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다.

당시 무라이 총영사가 입었던 대례복과 안경은 지금 대한민국에 있다. 지난 1992년 무라이의 손자 무라이 츠토무(村井勉) 씨가 한 통의 편지와 함께 대례복은 천안 독립기념관에, 안경은 서울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에 기증했던 것이다.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27년 전의 이 기증에 주목하고 기증자를 추적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아오모리에 살던 무라이 츠토무를 찾아냈으나 그는 이미 18년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 제작진을 만난 츠토무의 딸 아야카는 기증 당시 세 살로서 기증품의 존재는 물론 윤봉길 의거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전후 사정을 들은 아야카가 프로그램에 응함으로 써 안경과 대례복을 찾아 한국을 방문했던 것이다.

그녀는 독립기념관에서 증조부의 대례복을 확인하고 올해 93세의 할머니께서 대례복의 왼쪽 다리부분에 구멍이 뚫린 흔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진짜 그렇다며 놀라워했다. 윤봉길 의사기념관에서도 안경을 확인하고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윤주 부회장을 만나 덕담을 나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혼동스러운 묘한 만남이지만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윤 부회장은 특별한 액자 하나를 준비했는데 액자에는 "매헌 각하(閣下)의 행동은 귀국에서는 의거로, 일본에서는 테러라고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국민 인식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알고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겨놓은 유물입니다." 라고 쓰인 츠토무 씨의 편지가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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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이 츠토무의 편지
꽃다운 나이로 산화한 윤 의사의 모습은 전국 몇 곳에 동상으로 남아 있다. 서울 양재동 윤봉길 의사 기념관과 예산 충의사 등에 설치되어 있고, 대전에도 한밭종합운동장 앞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때때로 지나며 보는 한밭운동장 앞 동상은 볼 때마다 솔직히 민망스런 느낌이다. 1972년 작품으로 어딘가 부자연스런 포즈와 실제인물과 거리가 먼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 그리고 손에 도시락폭탄이 아니라 수류탄을 든 것 등이 그렇다. 게다가 한 두 해 전쯤인가 보수를 한 것인지 얼굴만 표면을 벗겨내서 마치 황금가면을 쓴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위치 또한 시의 남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최근 새 야구장 부지가 현 한밭종합운동장으로 결정되어 어차피 옮겨야 할 상황일 텐데, 중앙로에 신채호 선생 동상설치도 계획 중이고 하니 이참에 서울 세종로의 세종대왕상과 충무공 동상처럼 윤 의사 동상을 다시 제작해서 중앙로에다 신채호 선생 동상과 문무(文武)의 조합을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윤 의사는 충남의 인물이지만 거시적으로는 대전 설치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시 당국의 진지한 검토를 촉구한다.

장준문 /조각가, 수필가

1-장준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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