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회복기 재활병원제도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회복기 재활병원제도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 승인 2019-05-14 14:19
  • 신문게재 2019-05-15 22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조강희-시평
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갑자기 심한 복통, 소화불량, 발열과 오한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의사의 검사, 진찰 후 급성담낭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즉시 입원해서 복강경으로 수술을 받았고, 1~2일 지나니 통증과 발열도 사라지고, 1주일 후 퇴원하였다. 한 두번 외래 진찰을 받다가 이제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 받았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와 같은 급성기 치료이고 우리나라의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뇌혈관질환인 뇌졸중이나 외상으로 발생하는 척수손상은 1~2주의 급성기 치료후에도 반신마비 또는 하지마비, 보행장애, 배뇨장애, 언어장애, 심한 경우에는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기와 기관지절개, 비강튜브로 음식을 공급해야하는 삼킴곤란 등의 합병증과 후유증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급성기병원인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초기/급성기 재활치료 후에 또 다른 종합병원으로 입원을 전전하였다. 하지만 지난 10년 이상 동안 국내에서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 또는 요양병원이 많이 개설되어, 급성기치료에도 불구하고 잔존하는 후유증에 대한 재활치료 전문병원으로 바로 전원되어 일정기간 이상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상당기간 이상의 입원치료가 필요한 치매 및 정신질환, 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치료 등도 급성기병원에서 치료 후 바로 가정복귀가 어려운 경우 등 급성기 치료로 완전 회복되지 않아 바로 가정으로 퇴원하지 못하고, 단순히 장기간 요양을 위한 요양병원에도 입원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해 전문재활치료 등을 제공하는 입원치료병원을 회복기 병원이라 한다.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사회에서 증가하는 고령자 및 재활의료 수요에 따라 2000년 초반 회복기병원 제도를 만들었고, 장기적으로는 급성기 병상을 줄이고, 그만큼의 회복기 병상을 증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회복기병원에서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과 투자의 목적은 급속한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비 증가를 최대한 대응하고, 한정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급성기 치료 후 바로 가정복귀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회복기 재활치료는 이후 가정과 사회로 복귀를 늘릴 뿐만 아니라 환자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짐에 따라 가족, 사회, 국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회복기병원에서 대한 제도가 정착되어있지 않다. 급성기병원에서 치료 후 장기요양을 목적으로 하는 요양병원으로 전원하여 단순 요양을 하거나, 전문재활치료 등 회복기 치료를 제공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운영돼 왔다. 다행히 작년부터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후 올해 본 사업을 시작하여 본격적인 회복기 재활병원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될 예정이다. 약 150병상 규모로 약 30개소를 지정한 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재활의료기관도 일본의 회복 기재활병원제도와 같이 미리 정해진 대상 질환별로 최대 3~9개월 동안 입원하여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하여, 가능한 조기에 가정과 사회, 직장으로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발병 후 최대 1년까지의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가정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다.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하는 경수손상환자, 증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결국에는 사망하게 되는 근육병, 척수운동신경원질환, 중증의 뇌손상으로 인한 심한 사지마비 등은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더라도 가정으로 복귀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입원치료 후 통원치료를 해야 하지만 동반보호자, 교통수단 등을 고려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회복기 재활병원제도 중 가장 어렵고, 고민스러운 분야는 어린이 재활치료이다. 출생후부터 시작되는 재활치료를 위해 매일 통원치료를 받거나, 입원치료를 반복해야 한다. 어린이 재활치료와 중증의 장애를 가진 환자를 위해서는 최신의 재활의료시설과 전문의료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병원시설과 인력 외에도 특수학교, 장애인체육시설, 원거리 통원환자를 위한 호스텔, 보호자의 간병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전문 간호간병서비스, 사회복귀를 위한 중간홈 등 교육, 복지 시설과 서비스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재원지원을 해야 한다.



회복기병원의 제도 취지가 고령자 및 장애인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경제적 효율적 활용과 조기사회 복귀가 목표이기 때문에 국내 현실상 단기간에 충분한 재원이 재활의료시설 외에는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나, 장기적으로, 최소한 어린이 재활분야 만은 병원시설 뿐만 아니라 복지와 교육 시설에 우리 사회의 투자를 바란다.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2. 오인철 충남도의원, 2025 대한민국 지방자치평가 의정정책대상 수상
  3. 위기브, ‘끊김 없는 고향사랑기부’ 위한 사전예약… "선의가 멈추지 않도록"
  4.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5.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1.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2.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3.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4. 제1회 국제파크골프연합회장배 스크린파크골프대회 성료
  5.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 당선작 선정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