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조선의 한류, 달마도(疸磨圖)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조선의 한류, 달마도(疸磨圖)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7-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주 오래 전, 전시회를 위해 대만에 간 일이 있다. 당시 세계적으로 알려진 강일함 화백이 환대해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작품을 일일이 품평해 주고 함께 간 우리일행 모두에게 중국 정통 요리를 사 주었다. 특별하고 맛있었지만 무슨 요리인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꽤 오랜 시간 함께 했고 당시, 대만 문화대학에 유학중이던 K교수가 통역 해주었으나, 대화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필자 작품 보고, 중국 명대 절파 그림 운운했던 기억은 남아 있다.

그 때에 중국 미술사를 꿰뚫고 있진 못했다. 화법 공부로 많은 그림을 보고 음미하기 때문에, 몇몇 절파화가 작품이 머리를 스쳤다. 감히 절파화가 작품과 견줄 바는 못 되지만 유사점 또한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왜 자기 나라 그림과 비교할까? 괜한 자존심, 옹졸한 탓이겠지만, 심정적으로 불쾌감도 없지 않았다. 돌아와 한 번 더 돌아보게 됐다. 당시 동양의 미술 사조라는 것도 그렇다, 뚜렷하게 주의주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궤를 같이 했던 것도 아니다. 작가들 간에 연관성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훗날 정리하다 보니 그렇게 분류된 것은 아닐까? 다 그런 것도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필묵이 자유분방하고 거칠거나, 산수를 인물의 배경으로 사용한 것 등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랄까?



한편, 이제 막 작가의 길에 들어선 젊은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준 강일함 화백의 품성,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작품을 지도해주는 다정다감한 자세, 해박한 지식과 안목이 퍽 인상적이었다. 귀감이 되어 지금도 종종 되뇌게 된다.

다른 장르와 달리 미술로 당대에 인기 작가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더구나 작품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기대하기 어렵다. 화가를 푸대접하는 시대인 조선 중기에 그런 화가가 있었다. 바로 천재화가, 신필이라 일컫던 김명국(金明國, 생몰미상, 도화서 화원 및 교수)이다.



지금도 공무원 직제를 보면 행정직 중심이다. 여타 직종은 진급에 한계가 있다. 조선시대는 더 심했다. 화원은 종6품이 한계품직이었다. 종6품 교수를 지내고 한계품직을 넘어 정6품 사과를 지내기도 했다. 천시 받아 생애나 후손에 대해 전하는 내용이 많지 않아 안타깝다. 남긴 작품도 많지 않다. 일본에 전하는 13점을 포함 30점이 채 안 된다. 의궤에 적은 이름까지도 명국(明國), 명국(命國), 명국(鳴國) 등 세 가지를 쓰고 있다. 안산김씨 족보까지 뒤진 자료도 보았으나 생몰 등 의견이 분분하다. 스스로 취옹(醉翁)이라 할 정도로 워낙 술을 좋아 했다. 한 번에 몇 말씩 마실 정도 대주가로 술에 취하지 않고는 붓을 잡지 않았다 전한다. 하여 술에 얽힌 이야기, 기행과 호방한 성품이 담긴 짧은 일화만 여기저기 전 할 뿐이다.

술에 취하면 걸작이 탄생했으며, 술독을 가지고 가면 그림을 청할 수 있다 할 정도였다 한다. 도화서 화원은 직업 화가이다. 나라의 크고 작은 일을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 주 임무다. 뿐만 아니라 건물의 도색 등 나라의 제반 화사 업무를 총괄 하였다. 양식화된 그림을 그리는 일로,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창조적 열정을 술로 풀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주광(酒狂)이라 불렀다 한다.

절파 화풍과 안견풍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한다. 선종화(禪宗畵)에도 능했다. 남아 있는 작품을 통하여 쉽게 알 수 있다. 선종화는 일본에서 선화(禪畵)라고도 한다. 선종의 전법은 직관적으로 얻고 전하는 것에 있다. 정신적 체험의 경지를 직관적 시각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선종화이다. 선승의 수행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여타 불교회화와 달리 수묵위주, 형식적인 대부분을 생략하는 감필減筆로 그린다.

달마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노엽달마도, 지본수묵, 58×83 cm
그 유명한 달마도를 보자.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그려 나갔다. 한 점 실수도 없어 보인다. 빠른 묵선 몇 개를 그었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자세와 표정에서 구도자의 내면이 절로 느껴지지 않는가? 달마는 인도불교 28대 교주로 중국에 건너가 선종을 가르쳤다 한다. 선종이 뭔지 몰라도 그림에서 강한 깨달음 같은 느낌이 전해 오지 않는가?

임진왜란 이후, 일본 막부의 관계회복을 위한 끈질긴 요청으로 파견되기 시작한 공식 외교 사절단이 통신사(通信使)이다. 일본에서는 조선통신사라 불렀다. 우호관계 유지, 선진문화의 전달창구로 사용 하였다. 일본에서도 통신사의 모습을 많이 그려 전하지만, 우리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일행에 화공을 대동시켰다. 예전에도 부정이 다르지 않아 통신사 일행이 밀거래창구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 연유로 동일인을 2번 보내지 않았다 한다. 1636년과 1643년, 유일하게 2번 다년 온 사람이 김명국이다. 김명국 그림이 일본인에게 워낙 인기가 높아 2번째는 일본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한다. 수많은 사람이 돈을 싸들고 대기했던 모양이다. 일화에 의하면 지쳐 쓰러질 정도로 많은 그림을 그려 주었다 한다. 지금의 한류열풍 이상이었나 보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창조력과 상상력을 먹고 사는 작가가 그렇지 않은 사람의 통제를 받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이다. 잘나가는 경영인의 중요 요건 중 하나가 창의력이다. 창의력 면에서 조족지혈인 정치인들이 기업을 좌우하는 것은 코미디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5.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