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시와 예술의 힘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무늬… '인문적 인간'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시와 예술의 힘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무늬… '인문적 인간'

고영직 지음│삶창

  • 승인 2019-08-12 15:43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인문적인간
 삶창 제공


사람 인(人)에 글월 문(文). 인문(人文)은 국어사전에서 인류의 문화, 인물과 문물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인륜의 질서로 정의된다. 여기에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 '적'과 '인간'을 덧붙이면 '인문적 인간'이라는 표현이 된다. 인류 문화의 성격을 띄는 사람이니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넓어질 수 있겠다. 문학평론가이지만 문학을 넘어 인문학교육과 예술운동의 영역에 걸쳐 활동을 하고 있는 고영직의 첫 번째 저서의 제목이 바로 『인문적 인간』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인문에 대한 정의부터 새로 만든다. "호랑이의 줄무늬는 몸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몸 안에 있다"는 히말라야 라다크 속담 속 '사람의 줄무늬'라는 표현이 어느 날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줄무늬가 바로 '人文'이자 '人紋'이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더니 문신처럼 새겨졌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하며 사는 타동사의 삶이 아닌, 자신이 내켜서 하는 일로 가득한 자동사의 삶이 그 무늬를 만든다는 생각이 따라왔다.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인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렇게 살아온 십 년간 쓴 글들을 모았다. 시와 예술의 힘에 관해 쓴 문장들이 줄무늬가 되어 책장마다 이어진다.

책은 세 개의 챕터로 나뉜다. 1부 '시詩의 힘을 신뢰하자'는 천상병, 서경식, 조성웅 등의 작품에 대한 에세이다. "천상병 시인의 시와 삶이 보여주는 자발적 가난이라는 윤리학을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재조명할 필요"가 있으며 "어떤 시들은 강철로 쓰여진다는 점을 우리 삶과 운동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부 '시대의 우울과 실천인문학'에 수록된 글들은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쓴 글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며 시와 예술을 통한 마음생태학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한 글 등이 담겼다.

3부 '나우토피아를 위하여'는 '지금, 여기'에 세우는 '여기-천국'에 대한 글들로, 블랙리스트와 검열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시간의 의미를 성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4·16 세월호 참사에 관한 에세이를 실었다.

제목만 보면 인문학 일반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던 책에서 저자는 '문학'을 자기토대로 하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 더불어 사는 일의 실천적 함의를 착착 쌓아나간다. 저자가 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것은 그의 조크(joke)인 '비빌리힐스(비빌里Hills)'에 잘 나타나 있다. '비빌리힐스'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인 베벌리힐스에 대한 풍자인 것 같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풍자를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삶을 기대는 즉 서로 의지하는 언덕이 되어주자는 능동적인 실천성을 갖는다. 시종일관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하며, 시와 예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명이 벗고 달린 새해 첫 날! 2026선양 맨몸마라톤
  2. [세상보기]가슴 수술 후 수술 부위 통증이 지속된다면
  3. 대전 동구, 겨울철 가족 나들이 명소 '어린이 눈썰매장' 개장
  4. 코레일, 동해선 KTX-이음 개통 첫 날 이용객 2000명 넘어
  5. 이장우 대전시장 "불퇴전진으로 대한민국 신 중심도시 충청 완성하겠다"
  1. 충청 출신 與野대표 지방선거 운명의 맞대결
  2. 2026 병오년, 제9회 지방선거의 해… 금강벨트 대격전
  3. 대전 중구보건소, 정화조 청소 후 즉시 유충구제 시행
  4. 대전 서구, 행안부 지방 물가 안정 관리 4년 연속 최우수
  5. 유성구 새해 추진전략 4대 혁신·4대 실행축 제시

헤드라인 뉴스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 인구 감소로 보육시설 운영난 가중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정원 수용률이 지역 최하위 수준인 산울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2027년 개원 예정이었으나, 시가 지난 6월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개원 최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종시는 "인근 지역 보육수요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울동 주민들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원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달 보육정책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발발 직후 불법적인 처형으로 목숨을 잃은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이 1946년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의 외손녀 손옥희(65)씨와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2025년 12월 31일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터에서 고유제를 열고 선고문을 읊은 뒤 고인의 혼과 넋을 달랬다. 이날 고유제에서 외손녀 손옥희 씨는 "과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와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이관술은 무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