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4. 불로소득(不勞所得)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34. 불로소득(不勞所得)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1-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카운터페이터(The Counterfeiter)는 2007년에 선보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합작영화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으로 숱한 인명을 살상했다. 또한 역사상 최대의 위조지폐 작전에도 개입하여 외환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

살로몬 소로비치는 독일 군부에 의해 '위조의 제왕'으로 명성을 떨친다. 그는 독일 경찰에 체포된 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타고난 그림 실력과 예술적 재능으로 나치 친위대 간부들의 초상화 등을 그려주며 호감을 산다.

덕분에 다른 수용자들보다 나은 생활을 누리던 소로비치는 수용자 중에 전직 인쇄 기술자, 은행 직원들과 함께 나치의 대규모 위폐 생산과 공문서 위조 작전에 투입된다.

실패하면 죽음뿐인 그 작전에서 탱고 선율이 흐르는 '우아한' 작업 환경과 탁구대 등 다른 수용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이 이들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영국 파운드에 이어 미국 달러까지 완벽한 위조를 눈앞에 둔 이들은 삶과 영혼의 양심이라는 선택 속에서 갈등하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 방화 '기생충'에서 연세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독일 군부가 소로비치에게 영국 화폐를 위조하여 영국 경제를 무너뜨린다는 계획을 넘어 위조 달러까지 만들라는 지시는 미국경제까지 혼란에 빠뜨리려는 술수였다.

이에 교도소에 수감된 소로비치와 위조지폐 팀은 일순 망설이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나치를 돕는 행위이긴 하되 그들의 요구처럼 완벽한 가짜 돈을 만들지 못하면 자신들은 총살당하기 때문이다.

정의와 목숨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결국 감쪽같은 위조 달러 지폐를 만든다. 그럴 무렵 전쟁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다. 영화 '카운터페이터'는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가 소로비치를 비롯한 유대인 수용자 140여 명을 투입해 벌인 대규모 위폐 생산과 공문서 위조전인 '베른하트 작전'을 토대로 만들었다.

소로비치는 자신이 만든 위조달러를 도박판에서 일부러 다 잃어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생각이 들면 매주 로또복권을 석 줄 산다. 3천 원이 들어가는데 이는 식당에서 마시는 소주 값 4천 원보다 1천 원이 '싸다'.

물론 입때껏 당첨의 소원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복권을 사는 궁극적 목적은 다소 불순하다고 생각한다. 불로소득(不勞所得)을 꾀하는 때문이다. 어쩌면 소로비치를 이용하여 위조지폐를 대량으로 만든 독일 나치의 군부 책임자와 같은 개념이랄 수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월 15일 "부동산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 라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날(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선언한 데 이은 청와대 참모들의 강경 발언이 쏟아진 셈이다.

십팔번(18번)이나 내놓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러나 실패로 끝났다. 이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들어 오른 서울의 아파트 가격만 무려 435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폭등한 덕분에 불로소득으로 쾌재를 부른 이도 있을 것이다.

반면 그런 줄에 서기는커녕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여 우울한 이도 존재한다. 그들에게 있어 위조지폐나 복권의 1등 당첨은 그야말로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 구한감우(久旱甘雨)와 같은 존재라 할 것이다.

여하튼 *'십팔번'의 본래 의미처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재미있고 우스꽝스럽다'고 소문이 나고, 부동산 시장 역시 정부를 비웃는 배신의 부메랑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비웃음이 잦아지면 무시와 멸시로까지 연장된다. 일을 안 하는 데도 불로소득이 펑펑 생긴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이자 어떤 병폐이며 적폐(積弊)다.

*십팔번 : 이 말은 본디 우리말에서 나온 표현이 아니라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일본의 '이찌가와[市川]라는 배우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교요겡[狂言]'이라는 극이 있다. 그 극은 신구(新舊)각각 18번까지 있으며, '노오가꾸[能樂]'라는 고유 가면극의 막간에 보여 주는 촌극(寸劇)이다. 그리고 그 촌극마다 번호가 있는데, 그 중에 18번이 가장 재미있고 우스꽝스럽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일제 잔재를 보여주는 말이니만큼 애창곡이라든지 다른 적당한 말로 바꿔 쓰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행 '중앙행정기관' 임시 둥지, 2027년 어디로?
  2. 세종시 대평동 '상가 공실' 전환점 맞나… '라면 페스타'가 온다
  3. 아산시, 용화체육공원 20일부터 임시 개방
  4.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 28일 소위 유력
  5. 김장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1. [경찰의날] 대전 112상황실 이가현 경장 "저희가 침착해야 신고자도 안심하죠"
  2. 교육재정부터 아동보호·산림안전까지… 충청권 국감 현안 봇물
  3. 대전 교통사고 잇따라... 2명 숨져
  4. 충남대 통합 재추진 요구 맞서 평의원회 '재투표 불가' 의결…갈등 격화
  5. 허태정 지자체 순회, 원도심 미래 성장 청사진 제시안 나올까

헤드라인 뉴스


대전역세권 사업 2027년 재공모 들어간다… 환승센터 등 나눠 공공투자 전환 여지도

대전역세권 사업 2027년 재공모 들어간다… 환승센터 등 나눠 공공투자 전환 여지도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개발사업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해 계약 해지절차에 들어가면서 대전시가 후속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기존 최고 72층 규모의 건축계획과 주거 및 상업, 업무시설 비율 등을 다시 살펴 사업성을 높여 2027년 하반기 5차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선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방침이다. 환승센터를 비롯해 공공부문은 분할해 공공투자를 통해 사업시기를 앞당기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코레일은 10월 20일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시행자인 대전역세권개발PF..

5대 시중은행 대출취급 6개월 내 금융사고 449억...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5대 시중은행 대출취급 6개월 내 금융사고 449억...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최근 5년간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 대출 취급 또는 만기 연장 후 6개월 이내 발생한 금융사고가 134건, 관련 대출금액은 449억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KB국민은행의 관련 대출금액이 406억원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대출 취급 또는 만기연장 후 6개월 이내 금융사고가 보고된 사례는 총 134건으로 집계됐다. 대출금액은 449억 2500만원이다. 은..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28일 회의 개최 유력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28일 회의 개최 유력

세종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내 통과 목표를 관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정감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오는 28일 특별법 논의를 위한 회의 개최가 유력시되면서다. 앞선 13일 중앙행정기관의 2차 이전안이 확정·발표되면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안 통과 명분을 더욱 크게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는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 일정을 두고 협의를 지속 중이다. 국토위 감사는 23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에 따라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