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여진은 여성아닌 군사”

  • 문화
  • 문화/출판

“난중일기 여진은 여성아닌 군사”

이순신 연구가 이용호 박사 오역 지적 “평가절하 안타깝다”

  • 승인 2011-04-27 18:13
  • 신문게재 2011-04-28 7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28일 제466회 충무공 이순신장군 탄신일을 맞아 이순신 연구가인 이용호(75․전 명지대 교수)박사가 난중일기 오역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박사는 지난 2005년에 이어 2009년 난중일기 번역본과 난중일기 영인본 액자를 사재를 털어 출간할 정도로 충무공정신 확산에 애착을 가진 학자다.

▲ 난중일기
▲ 난중일기
2001년 일본에서 기타지마(북도만지)번역본을 보고 우리도 난중일기를 일본을 능가하는 최고 작품으로 번역하자는 마음으로 그동안 번역된 난중일기를 수집 조사하기 시작한 이 박사는 “난중일기를 수십 번 읽으며 충무공의 뛰어난 전략과 위대함 못지않게 법과 원칙을 지키고 국가와 민족을 우선하는 깊은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 2001년 난중일기를 번역해 자위대와 육군, 해군사관학교의 필독서로 활용하고 일본 전역에 설치된 마을문고에 비치해 주민들에게 읽힐 정도인데 우리나라 번역서와 영문본에 오역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 박사가 지적하는 난중일기의 중요한 오역은 ‘여진(女眞)’인데 1977년 연세대 출판부에서 발행한 영문판에 여진을 여성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여진은 여성이 아니라 ‘여진(余陣)’으로 ‘내 진영(陣營)’이다. 일기 옆 빈 공간에 적힌 여진을 일부 번역자들이 여성 이름으로 오역해 “여진과 함께 잤다”고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진(女眞)’과 ‘여진(女眞)20’부분이 연세대에서 발행한 영문판에 “the night with chin(친과 함께 자다)”과 “spent the second night with chin(친과 함께 두 번째 밤을 보냈다)”으로 오역됐다. ‘여진’은 ‘내 군대(진영)’이며 ‘여진20’은 ‘군사 20명’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이 박사는 “석세(石世)를 돌세로 읽는 것처럼 충무공은 이두(吏讀)를 많이 사용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봐서는 안될 전쟁터에서의 기록에 본인만 알 수 있도록 이두로 적은 것이며 이후 정조 때 판각에서는 후대의 오역을 막기 위해 아예 지워버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번역해 놓은 난중일기를 보면 병신년(1591년) 9월 12일 일기에 “晩出登途 十里許川邊 李光輔與韓汝璟佩酒來待 故下馬同話 安世熙亦到 暮到茂長(늦게 길을 떠나 10리쯤의 냇가에 이르니 이광보와 한여경이 술을 갖고 와서 기다리고 있기에 말에서 내려 함께 이야기했다. 안세희도 역시 도착했다. 저물어서야 무장에 도착했다”로 적혀 있고 14일에는 “又留(하루 더 머물렀다)”고 돼 있다.

이 일기 여백 부분에 적힌 ‘女眞’과 ‘女眞20’을 진이란 여성과 하룻밤을 지내고 둘째 날을 묵었다고 해석한 것은 오류라는 게 이 박사의 지적이다.

그는 또 “이런 잘못된 번역서가 외국으로 흘러가 또 다른 오역이 생기는 것”이라며 “소설이기는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도 ‘병인년 가을 여진을 덮치다’라고 표현해 성웅 이순신을 평가절하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충사 송대성 기획운영과장은 “현충사 소장 난중일기에 여진과 여진 20, 여진 30이라고 적힌 부분이 있다”며 “이는 전란 중 충무공이 자신만의 암호를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여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연희 기자 lyh305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산시, 경산역~경산시장 야간경관 조성
  2. 대전시 조건 안 맞는 중수청 대안 냈었다… 청사 선정 배경 논란
  3. 세종시 신규 사무관 8명... 새로운 출발 다짐
  4. [르포] "오늘 영업 안 하나요"… 갑작스러운 휴업에 멈춘 홈플러스 유성점
  5. 칠곡군, 꿀맥 페스티벌 성료
  1. 중수청 예산 순위도 밀린 대전… 세종 임시청사 장기화 우려
  2. 코스피 7000선 붕괴에 개미들 '통곡'... 매도 사이드카에 서킷브레이커까지
  3. 방학 중 돌봄 공백 커지나…대전 교육공무직노조 총파업 예고
  4.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③ 혁신도시의 완성을 향한 공공기관 및 산단 유치
  5. [기고] 국가의 생존을 누구 손에 맡길 것인가

헤드라인 뉴스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도시의 기억은 결국 사람과 장소에 남는다. 대전에도 지역 문학사의 흐름을 이어온 문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정작 그 자취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채 멀어지고 있다. 묘역은 찾기 어렵고, 생가는 사라졌으며,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기리려는 노력은 행정의 체계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기획을 통해 대전 문학유산 보존의 현주소와 지역 문화 행정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르포] 산길 끝 김호연재 묘역, 문학관 논의도 길 잃었다 ② 주차장이 된..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열리는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다양한 우대 정책과 지원 방안들이 쏟아졌다. 재정경제부는 재정과 금융·세제·규제·기술·인재·인프라 등 7대 패키지를, 국세청은 지역기업 세무조사 유예 등을, 조달청은 비수도권 기업의 수주기회 확대와 판로 지원, 관세청은 권역별 첨단산업 집중 지원 등을 내놨다. 국가데이터처는 지역 관련 정보통계를 확충하고, 금융위원회는 지방금융 격차 해소에 나선다. 이 대통령 주재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 첫날, 재경부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국가데이..

[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낡은 시설을 바꾸면 전통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이 거대한 유통 공룡들과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세웠다. 대전의 전통시장들도 현대식 지붕을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장하며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현대화 사업의 종착지는 단순히 '쾌적한 시장'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시장'이어야 한다. 화려해진 외형에 비해 정작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당길 차별화된 콘텐츠와 운영 전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은 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