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하나는 우리 설화에 근거를 둔 내력이다.
옛날 바가지와 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진 아주 친한 두 사람이 이웃을 하고 살았는데, 바가지는 잘 살았고 두꺼비는 못 살았다. 바가지는 가난한 두꺼비를 어떻게 하면 구제해줄까 하고 생각한 끝에 두꺼비에게 점쟁이 노릇을 하자고 꾸미었다. 바가지는 자기 집의 금붙이를 꺼내어 뒷산에 파묻어 두고 두꺼비에게만 가리켜 주었다.
바가지네 집에서는 금붙이를 잃어버려 야단법석이고 진짜 점쟁이들을 불러 점을 쳐보았으나 모두 허탕이었다. 이 때 두꺼비가 의젓이 나타나 점을 치는 척하고 맞추어냄으로써 그의 점은 차츰 유명해져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렇게 점을 잘 친다는 소문은 드디어 대궐에까지 알려졌다. 임금님은 신기해서 두꺼비를 불렀다. 임금님은 진짜 바가지에 진짜 두꺼비를 잡아다 씌워놓고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느냐?”고 점을 쳐 알아내라는 것이었다.
엉터리 점쟁이인 두꺼비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영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할 수 없이 친구인 바가지 때문에 죽게 되나보다 하고 무의식 중에 ‘바가지 때문에 뚜거비가 죽는다’라고 한탄하였다. 이 말을 들은 임금님은 감탄을 하면서 후한 상을 주었다고 한다.
이처럼 바가지를 씌워 두꺼비를 애태우게 하였다는데서, 돈을 씌워 애태우게 한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라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서정범, 어원의 이모저모, 자유문학, 1962)
다른 하나는 개화기에 들어온 도박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갑오경장 이후의 개화기에 외래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각국의 도박도 여러 가지가 들어왔는데 그 중에 일본에서 들어온 화투와 중국에서 들어온 마작, 십인계 등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그 중 십인계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적힌 바가지를 이리저리 섞어서 엎어놓고 각각 자기가 대고 싶은 바가지에 돈을 대면서 시작하는 놀음이다. 그리고 난 연후에 물주가 어떤 숫자를 대면 바가지를 엎어 각자 자기 앞에 놓인 바가지의 숫자를 확인하고 그 숫자가 적힌 바가지에 돈을 댄 사람은 맞추지 못한 사람의 돈을 모두 갖는다. 손님 중에 아무도 맞추지 못했을 때는 물주가 모두 갖는다.
이렇게 해서 바가지에 적힌 숫자를 맞추지 못했을 때 돈을 잃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을 ‘바가지 썼다’고 하게 되어(박숙희,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500가지.서운각) ‘바가지 쓰다’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연유로 오늘날에는 ‘바가지 쓰다’가 터무니없는 요금이나 값을 지불하여 손해를 크게 본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또한 어떤 일에 대한 부당한 책임을 억울하게 덤탱이 쓰는 말로도 쓰인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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