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전사람, 대전인, Daejeonene

  • 오피니언
  • 시론

[시론]대전사람, 대전인, Daejeonene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승인 2014-12-17 13:51
  • 신문게재 2014-12-18 19면
  •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고향은 어디인지 하는 것들을 흔히 물어보게 된다. 그 사람의 거주지나 출생지를 알게 되면 마치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이다. 예전부터 우리네 부녀자들은 고향 마을이나 출신 고장의 이름을 따서 그 지역에서 시집온 여자라는 뜻으로 ○○댁으로 평생 불렸다. 독일 성씨에 사용되는 von이나 프랑스 귀족 성씨 앞에 붙는 de도 '○○지방 출신의'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 지역 풍토에 따라 사람들의 기질에 차이가 있기도 하고 출신 지역에 따라 평판이 다르기도 하며 때로는 지역 차별이나 지역감정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거주지나 출생지는 한 사람의 정체성과 관련된 중요한 특성이라는 것을 우리는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다.

지금의 대전은 충청도 토박이 인구 비율이 낮고 그 사람이 어디에서 왔건 차별 없이 섞여 살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점은 성장 잠재력이 될 수 있는 대전의 장점임이 분명하지만 대전은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의식이 약한 것 또한 사실이다. 대전에 살면서도 대전을 깎아내리기만 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갈등만 부추기거나 대전을 돈 벌기 위한 사업장이나 출세의 경유지로만 여기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 나는 그들에게 이제는 정신적으로 대전에 뿌리를 내리고 진짜 대전사람이 되어 보자고 말하고 싶다. 지역정당이 존재했던 몇 년 전 선거 때 젊은 시절 대전으로 이주해 노년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출신지역에 대한 귀속감을 강하게 갖고 있던 분이 자식들에게 우리 지역정당 후보에게 투표를 권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전 와서 자식 낳고 살았으니까 이제 우리는 대전사람이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투표 행태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지역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일화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주민이라는 자각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귀속감은 한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고 지역에 대해 갖는 애정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인이 형성하는 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동일시와 일체감은 갈등 해소와 사회 통합에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지역 문화 전승과 경제적 경쟁력 향상에도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주민 삶의 질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대전 지역 10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전의 재발견' 과목을 3년째 운영해 오면서 대전시민대학에 공동체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대전평생교육'지에 '대전 구석구석', '대전 지도를 밟다' 지면을 마련해서 대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시민들이 대전사람으로 자각을 갖고 대전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인조실록에 보면 송시열과 송준길은 모두 충청도 회덕인이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회덕은 현대 대전의 뿌리가 되는 대표적 고을 이름이니까 오늘로 치자면 송시열과 송준길은 대전사람이라는 뜻이다. 송시열의 실제 출생지는 외가가 있는 옥천이었고 타지로 거처를 옮긴 때도 여러 번 되지만 회덕에 뿌리내린 그와 그 집안의 정체성이 그를 영원한 회덕인으로 남게 한 것이다. 대전에 산다면 어디 가서라도 '나는 대전사람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대전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 우리 스스로나 남들이 불러줄 수 있는 이름으로 회덕인처럼 대전인을 써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렇게 부를 때에 좋은 점이 있다. Daejeon이라는 영문 표기에 ene를 붙이고 우리 발음 그대로 대저닌으로 읽으면 어색하고 생뚱맞은 명칭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고 우리 것 그대로 국제 감각도 살릴 수 있다. 영어 어미 ?ene는 어디 출생, 어디에 사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이다. 나자렛 사람 예수 'Jesus the Nazarene'에서처럼 지명에 ene를 붙여 그 지역사람을 가리키는 예가 많이 있고, 파리사람을 뜻하는 Parisian, Parisien, Parisienne도 같은 유형의 어미라고 볼 수 있다. 대전인 명칭과 더불어 대전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우리의 좋은 특성을 키워 가면 대전인은 우리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이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분양시장 미분양 행보 속 도안신도시는 다를까
  2. 무너진 발화지점·내부 CCTV 없어… 안전공업 원인규명 장기화 우려
  3. 여야 6·3 지방선거 대전 5개 구청장 대진표 확정
  4. [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5. 안전공업 참사 이후에도 잇단 불길…대전·충남 하루 새 화재 11건
  1. 사기 벌금형 교사 '견책' 징계가 끝? 대전교육청 고무줄 징계 논란
  2. "배달 용기 비싸서 어쩌나"... 대전 자영업자 '한숨'
  3. [현장스케치] "올해는 우승"…한화 이글스의 대장정 막 올라
  4.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사흘새 지역 내 휘발유, 경유 50원↑
  5. [기고] 주권자의 선택, 지방선거의 의미와 책임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금강수목원 매각 강행… 세종 시민사회단체 "불가" 규탄

충남도 금강수목원 매각 강행… 세종 시민사회단체 "불가" 규탄

중부권 최대 규모인 금강수목원이 존폐 기로에 선 가운데, 충남도의 민간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금강수목원 공공성 지키기 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충남도의 매각 입찰 대상구역에 매각 불가한 세종시 30여 필지가 포함돼있다고 지적하며, 세종시에 조속한 공공재산 이관 행정절차 추진을 촉구했다. 특히 인허가권을 가진 세종시가 충남도의 민간 매각 움직임에 방관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금강수목원 공공성 지키기 네트워크와 세종·대전환경운동연합, 공주참여자치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금강수목..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근로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 당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피해 유가족이 30일 사고 후 처음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전 안전공업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화재 사망자 중 가장 마지막에 장례를 치르는 고 오상열 씨의 발인식에 참석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위로할 시간을 갖기 위해 고 오상열 씨 유족은 28일 빈소를 마련해 이날 발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과 소방 등의 화재현장 합동감식에 동행한 유가족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과 질..

`강물아, 흘러라` 4대강 재자연화 합의에 700일 천막 농성 종료
'강물아, 흘러라' 4대강 재자연화 합의에 700일 천막 농성 종료

"금강아 흘러라! 강물아 흘러라!" 2024년 4월 29일부터 세종보 상류 금강변에서 전국 각지의 활동가와 시민 등 2만여 명이 이끌어온 천막 농성이 단체 구호와 함께 700일 만에 막을 내렸다. 현 정부가 시민사회와 합의안을 도출,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면서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세종보 천막 농성장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최근 기후부는 시민사회와 도출한 4대강 재자연화 추진안을 발표했으며 연내 보 처리 방안 용역 추진과 국가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로수 가지치기 가로수 가지치기

  •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