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본질적으로 비구성적 존재임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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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가물>, 스티글리츠, 1930 |
언제 비가 올지 알 수 없는 잔뜩 먹구름 낀 하늘을 일주일 내내 보고 있자니 마치 영국에 온 것 같다. 검은 하늘을 보면 떠오르는 사진작가가 있다. “나는 구름을 통해 내 삶의 철학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다.
현대의 삶의 속도와 20세기 전반의 끊임없는 변화는 스티글리츠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는 붓과 물감 대신 카메라를 이용해 순식간에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고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그의 감정을 반영하고자 했다.
<등가물>은 스티글리츠가 1922년부터 1935년까지 작업했던 200점이 넘는 구름사진 연작에 속한다. 모더니즘이 유럽의 독자적 산물이 아니라는 회의감에 빠졌던 그는 두 번째 아내가 된 조지아 오키프의 드로잉에 충격을 받고 다시 사진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등가물> 연작은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스티글리츠의 가장 급진적인 답이다. 통일성을 향한 충동을 바탕으로 컷과 크롭의 특성에 집중했으며, 단지 큰 하늘을 작은 부분으로 잘라내는 것만이 아니라, 하늘이 본질적으로 비구성적인 존재임을 드러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 작품처럼 <등가물>은 구성적 관계를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 이미지의 모든 부분에서 동시에 작용하는 컷이 이미지 안에서 반향하는 메시지는, 잘라내고 위치를 바꾸고 분리하는 행위만으로도 맥락이 바뀐다. 하늘에서 잘려나간 <등가물> 속 구름의 분리는 감상자에게도 어딘가 잘려나간 느낌을 주면서 강해진다.
컷이나 크롭은 사진이 본질적으로 현실의 치환임을 강조하는 스티글리츠의 방식으로, 이 치환이 본질적인 이유는 빛이 남긴 일련의 자국인 사진도 책 속의 자국인 글이나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의 축을 이루는 방향들을 ‘자연히’ 따르지는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5번가의 겨울>, <3등객 선실> 등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스티글리츠가 내놓은 새로운 사진들은 문자적 해석에서 해방된 최초의 사진으로 인정받았고, 그중 일부는 최초의 완전한 추상사진이었다.
스티글리츠는 1923년 사진작가 뮤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구름을 촬영하는 데 푹 빠졌던 경험에 대해 기술했다. 등가물 연작은 대체로 지평선이 없는 구름 사진이 대부분이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강한 대조가 돋보이는 이 사진들은 하늘의 순수한 구름이다.
스티글리츠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찍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 내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현재 크게 유행하고 있는 맥 빠진 추상화보다 일부를 재현하는 것에 추상적인 것이 더 많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
생기가 넘치는 표현적인 추상화 양식에 감탄했던 스티글리츠는 추상사진으로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그의 사진은 대체로 비구상적인 주제, 예를 들어 하늘을 표현한 각각의 요소는 불분명한 콘트라스트, 질감, 패턴인 것처럼 보이나 스티글리츠의 사진은 내면의 사고를 담고 있다.
형태도 초점도 없고 전경, 배경은 물론 인물조차 없는 흑백 구름사진을 보고 어떤 이들은 ‘저건 나도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진은 스티글리츠의 경험과 감정의 정수다. 즉 추상적인 선과 형태로도 칸딘스키가 ‘영혼의 떨림’으로 비유했듯이, 인간 내면의 상태와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진을 독립적인 예술장르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애덤스 등의 현대 사진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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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등객 선실>, 스티글리츠, 1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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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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