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내면의 고독함에 초점을 맞추어

  • 문화
  • 백영주의 명화살롱

[명화살롱]내면의 고독함에 초점을 맞추어

[백영주의 명화살롱]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개'

  • 승인 2016-04-23 08:12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걷는 남자>, 자코메티, 1947
▲ <걷는 남자>, 자코메티, 1947

현대미술, 특히 조각 전시회에 가면 빼빼 말라 뼈대만 가져다 놓은 듯한 작품들이 있다. 어딘가 공허해 보이고 결핍되어 보이는 그 이미지를 처음 조각으로 구현한 이가 바로 자코메티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개>를 봤을 때는 그닥 깊은 인상을 받지 않았지만, 볼수록 눈이 가고 마음이 갔다. 조각의 가는 뼈대 하나하나에 배어있는 짙은 허무를 느꼈기 때문이다.

스위스 후기 인상파 화가 조반니 자코메티의 아들이었던 그는 아홉 살에 드로잉을 시작했다. 열네 살에 첫 조각 작품을 만들고 열여덟 살에 제네바에서 공부를 했던 자코메티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 그곳에서 고대 건축물을 스케치하고 공부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의 대가들을 흠모했던 그는 파리로 유학을 간 첫 4년간은 조각과 데생을 동시에 공부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조형하는 어려움에 절망해 1925년경부터는 상상력에 의한 관념적 공간을 조형했다.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추상적·환상적인 오브제들은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높이 평가되어 자코메티는 1929∼1934년까지 활발히 활동한 초현실주의 그룹의 한 중요 구성원으로서 작품을 발표하였다.

가는 뼈대 하나하나에 비어있는 짙은 허무
공허와 결핍의 이미지를 조각으로 구현해


1935년 이후에는 실물을 본뜬 조각에 몰두했으며, 오랜 시간을 거쳐 1948년경 가느다란 형상, 즉 작품 자체는 철사처럼 가느다랗게 깎이면서 그 주위에 강렬한 동적 공간을 내포한 날카로운 조각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들은 평단의 주목을 받아 자코메티가 조각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자코메티의 조각은 모두가 눈에 보이는 현실, 즉 공허 속에 나타나는 허상 그대로를 보이려는 시도로 평가되었으며 서유럽 조형미술의 전통에서 가장 현대적·전위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인물 조각으로는 1947년에 제작한 <걷는 남자>가 대표작이다. 작은 머리와 거대한 발을 가진 인물상들은 모호하고 신비스러우며 냉정한 인상을 준다. 인물을 가늘고 길게 표현하여 고독한 느낌을 주는 그의 조각상은 실존주의 문학과 비교되기도 한다. 고뇌에 찬 이미지들은 실존주의자들의 비관주의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코메티의 조각은 양감을 최소화하고 길게 늘인 육체와 뼈대만 남긴 형상으로 극한의 상태에 서 있는 대상의 고독한 내면을 보여준다. 이는 사람이 아닌 것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1951년 <개>가 만들어졌다. 멀리서 보면 찢어진 종이 더미를 가느다란 철사 뼈대에 얼기설기 두른 듯한, 볼품없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자코메티의 눈이 보는 것은 단 하나, ‘개’가 아닌 것은 떼어버리고 개의 본질만을 남기는 것이었다.

▲ <개>, 자코메티, 1951
▲ <개>, 자코메티, 1951

그는 무엇을 조각하든 그 전체가 순전한 ‘개’요 그 전체가 온전히 ‘대상’이었다. 버려서 궁극에 이른 예술가의 작품은 오늘도 생생히 살아있다. 전통적 기법대로 살을 점점 붙여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깎아낼 수 있을 만큼 남김없이 덜어낸 조각으로 자코메티는 인간의 고독한 내면을 강렬하게 드러내면서 고도로 정련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2. 네거티브 난무 공천 후폭풍도…지방선거 충청 경선 과열
  3. 대전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 성광진 후보 승리 "책임지는 교육감 될 것"
  4. "소방훈련은 서류상 형식적으로" 대전경찰 안전공업 늦은 대피 원인 '정조준'
  5. 특성화 인센티브에 D등급 신설까지… 충청권 대학 혁신지원사업 '촉각'
  1. 혐오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2. 대전 결혼서비스 비용 평균 2%대 상승... 신혼부부 부담 가중
  3. 대전교도소 신임 김재술 소장 취임…"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 강조
  4. 대전둔산경찰서, 요식업체 등 노쇼 피해 예방 추진
  5. 대전 최대 규모 3D프린터 도입 배재대…전문 인력 양성 추진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법 심사 지연에 지역 정치권 단일대오 "조속히 처리하라"

행정수도법 심사 지연에 지역 정치권 단일대오 "조속히 처리하라"

명실상부한 '세종시=행정수도'를 규정하는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자 지역 정치권이 단일 대오를 형성,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이 지방 소멸 위기 극복과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과업인 만큼, 심사를 미뤄선 안 된다는 지적이 여야를 떠나 한목소리로 터져 나오고 있다. 31일 국회 등에 따르면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행정수도법) 총 5건이 전날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심사를 받지 못했다. 모두 65개 안건이 상정된 가운데 행정수도법은 60번째 이후 안건으로 배정되면서 후순위로..

천변고속화도로 긴급 통제에 교통 대란... 당분간 지속될 듯
천변고속화도로 긴급 통제에 교통 대란... 당분간 지속될 듯

대전시가 천변도시고속화도로 신탄진 방향 원촌육교 주변 긴급 옹벽 공사로, 차량을 전면 통제하면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갑작스런 전면통제에 주변은 물론 대전시내 일대에서 출퇴근 시민들이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으며, 뚜렷한 대책이 없어 공사 기간 1달 간 교통 체증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범 대전시 철도건설국장은 3월 31일 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대전시는 천변도시고속화도로 원촌육교 일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보강토 옹벽 긴급 보수보강 공사'에 긴급하게 착수했다"면서 "공사로 인한 통제구간은 한밭대로 진입부 ~..

고유가 피해지원금 비수도권 15만원·소상공인·산업 지원도 강화
고유가 피해지원금 비수도권 15만원·소상공인·산업 지원도 강화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소득 하위 70%와 차상위 계층 등 모두 3580만명의 국민에게 고유가 피해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3월 3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3회 국무회의에서는 모두 26조 2000억원 규모의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고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구체적으로는 고유가 부담경감을 위해 10조 1000억원, 저소득층·소상공인·취약노동자·청년 등 지원 2조 8000억원, 에너지·신산업 전환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2조 6000억원, 지방정부 투자 여력 확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덕구청 재난상황실 도로상황 예의주시 대덕구청 재난상황실 도로상황 예의주시

  • 대전 천변도시고속화도로 긴급 통제에 출근길 대란 대전 천변도시고속화도로 긴급 통제에 출근길 대란

  • 예비후보들 얼굴 알리기 ‘분주’ 예비후보들 얼굴 알리기 ‘분주’

  • 가로수 가지치기 가로수 가지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