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나성리 산성 아래 6·25 당시 금강방어선이 한눈에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나성리 산성 아래 6·25 당시 금강방어선이 한눈에

제19회 나성리산성(羅城里山城-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

  • 승인 2017-11-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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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교에서 바라본 나성과 진의리 산성/사진=조영연
동쪽 부강으로부터 급격히 회절하여 서진하는 금강과 남북으로 난 대전-조치원간 1번 국도가 이 산성 앞 대교(일명 한다리. 금남대교)에서 교차한다. 나성리는 세로축의 1호선 국도와 송원리-부강 방면의 동서 수로를 가로축으로 하는 교차점에 새둥지처럼 자리 잡았다. 나성리성은 동네를 도너츠처럼 감싼 테두리 자체를 말한다. 그러나 세종시 이전으로 최근 성안마을은 완전히 철거돼 그 운명은 종말을 고했다.

나성리라는 부락 이름은 백제군에 맞서기 위해 신라가 쌓은 것이라 하여 명명된 것이라고 구전된다고 촌로들이 전한다. 그러나 나성의 개념을 주성(主城)에 대한 외곽성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보면 웅진성의 외곽성 구실을 하는 데서 유래한 명칭으로 그 해석의 가능성을 찾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나성리 근처는 삼국말 백제와 신라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강 부근의 성들에서 보듯 고구려까지 가세하여 각축을 벌이던 곳이기 때문이다.



산성은 1번 국도옆 금강 북쪽 강변의 표고 50여m 독립된 산을 중심으로 축조됐다. 성벽은 북쪽 능선을 중심으로 서쪽 능선과 동쪽으로 돌아 남으로 휘어진 능선이 서편에서 만나 이루는 반월형을 형성한다. 서편에서 보면 성 내부는 영락없는 삼태기 형태다. 서향한 골짜기 안에 인가가 들어서 있으며 금강변에 연한 남벽 일부는 국도 건설로 그 형적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남벽 일부 파괴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북쪽과 동쪽의 토성 흔적이 비교적 잘 남았으며 잔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북쪽 성벽의 외고는 약 5m, 상부 폭은 2m정도로 보여진다. 파괴된 부분을 포함하여 주봉을 중심으로 둘레 약 550m 정도 토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지는 서벽의 남쪽 끝과 동벽 중앙부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폭은 약 3m 정도, 어긋난 양쪽 벽의 형태로 미뤄 李元根은 옹성의 형태가 아닌가 추측했다(한국의 성곽과 봉수). 동북 성벽 절단부는 동문지로, 마을 진입로는 서문으로 추정된다. 강으로 연결되는 남동부 작은 골짜기에 수구나 문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며, 성내의 배수로는 서쪽 낮은 지대로 흐르는 마을 도랑 외에 동남벽부 어디에도 특별히 설치할 만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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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 동문지/사진=조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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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 토축성벽/사진=조영연
성내에는 건물지로 보이는 여러 군데의 평탄지가 있으나 현재 대부분 밭으로 경작되거나 민가들이 들어서 확인할 수 없고 북벽 가장 높은 곳은 장대지로 추정된다. 성내 주민들은 심지어 촌로까지도 성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아는 이가 없으며 이제는 그조차 흔적이 사라졌다.

성안에는 고려 시대 장군 임난수(林蘭秀 신도비, 독락정(獨樂亭), 임씨가묘(林氏家廟), 석불(미륵불) 등의 후대 유적들이 남았다. 과거 성내에서 삼국시대 것으로 여겨지는 경질 토기편과 고려, 조선 시대 기와 조각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사방이 들판이어서 나성에서는 시야가 탁 트인다. 동쪽으로는 미호천과 합류한 금강 주변의 들판과 그 건너 황우재산성, 저산성과 부강의 성재,복두,독안산성까지 통한다. 서쪽으론 금강 주변의 들과 낮은 구릉들 너머 공주군 장기면 평기리산성 방면으로 열려 있고, 북쪽으로 약 4∼5km 지점에 당산성(唐山城)과 그 중간에 원수봉산성이 있다. 남쪽으로는 금남대교를 건너 1번 국도 남쪽 5~6km 지경에 안산산성(案山山城)이 있다. 동쪽에 금강을 사이하고 소문성이 부강의 성산?노고성 등과 맞서 있다. 따라서 나성은 전의(全義)의 여러 성들과 당산성, 진의리(원수봉)산성, 안산산성 등과 함께 현재의 1호선 국도변에 종(縱)으로 일렬로 배치돼 동쪽으로부터 침입하는 적을 방어하고, 횡(橫)으로는 부강의 금강변 여러 성과 소문성 등을 전초기지로 육로와 금강수로를 방어하면서 웅진성을 사수하는 것이 주 임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웅진성까지는 불과 하룻거리도 되지 않는 삼국시대의 대단한 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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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되는 대평리 금강교
성 바로 아래 강을 중심으로 1번국도와 대교는 현대사에서 6·25전쟁 당시 북한 공산군과 아군 사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금강방어선이기도 하다.

남침 이후 공산군은 월등한 무기와 병력으로 조치원 부근까지 파죽지세로 내려왔다. 격렬한 포격전 속에 개미고개가 뚫렸다. 반면 아군은 정부를 대전으로 이동한 상태에서 미제24사단을 중심으로 7월 12일 금강 남안까지 후퇴하여 금강교를 폭파한 다음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유엔군은 그동안 여러 전선에서의 패퇴로 11400여 명 남은 24사단(사단장 딘 소장)과 한국군 일부로 금강방어선 사수를 맡겼다. 반면 강 건너에는 탱크 50여 대와 북한 정예부대 제2, 3사단과 4사단 등이 맞섰다.

대평리 주전선에서 주력군이 대치하고 있는 사이 14일 새벽 탱크와 함께 공주로 우회한 500여 명의 적이 금강을 도하하여 34연대 후방으로 우회 침투하여 63포병대를 공격, 무력화시키고 각 중대간 통신시설을 마비시켰다. 금강교를 폭파하고 금강 도하지점을 방어선으로 지키던 미24사단 주력부대인 19연대마저 서쪽 송원리 근처에서 도하한 적들에게 측면이 노출됐다. 당시 19연대는 2차대전 참전 경험이 있는 유능한 멜로이 대령의 지휘 아래 상당한 전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좌측면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미 공군이 공격했으나 적은 탱크와 각종 포를 앞세우고 게릴라전으로 다가섰다. 드디어 16일 새벽 북한 공군기가 금강 상공을 나는 것을 신호로 총공격을 시작했다. 이러는 동안 적의 보병은 도강하여 정면과 좌측으로 처들어왔다. 아군은 심지어 취사병까지 총동원하여 버텼지만 요청한 지원조차 받지 못한 채 후방이 공격을 받고 있었다. 거의 와해 직전 포와 장비를 포기한 채 간신히 퇴로를 찾아 동쪽으로 후퇴했으나 연일의 전투 피로, 장비와 병력의 열세로 17일 대전으로 후퇴했다. 그렇게 대평리 금강방어선은 붕괴됐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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