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의 '방송 타임머신']방송 펑크,'꿩'이 살려줬다

[박붕준의 '방송 타임머신']방송 펑크,'꿩'이 살려줬다

  • 승인 2018-03-29 09:23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박붕준
박붕준 (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 대전MBC보도국장, 뉴스앵커)
대학 졸업 후 강릉MBC로 첫 발령을 받았다. 벌써 40년이 넘었다.

당시는 라디오만 개국해 방송하니 업무가 수월할 때다.

강릉MBC 관할구역은 강릉과 주문진, 양양, 설악산이 위치한 속초까지 달했다.

자가용이 귀했을 때 속초까지 취재를 가려면 회사에 단 한 대 뿐인 지프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고 길조차도 산을 깎은 비포장 길이던 시절이었다.

도로는 불편했지만 개발이 안 된 덕에 지나는 길목마다 야생 꿩 떼가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길목까지 나와있는 장끼(수컷)와 까투리(암컷)들은 차의 엔진소리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지금은 수렵기간과 구역이 있고, 총포는 경찰서에 영치하고 있지만,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던 그때는 지프차 운전기사(현재 생존해 있다면 80대 중반)들이 차량 트렁크에 1년 내내 공기총을 싣고 다녔었다.

"박 기자!, 저녁 때 꿩 튀김과 꿩 샤브샤브 어때?"라며 민생고(?)를 해결해 준다니 총각시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취재보다는 꿩 고기가 아른거린다.

"차 안에 가만히 있어!"라며 기사가 시키는 대로 숨을 죽이고 있으면, 기사는 운전석 유리창을 내린 후 산탄총을 쏜다.

"따땅" 소리에 꿩 가족들이 일제히 솟구쳐 오르더니 낙엽이 지듯 떨어진다.

그런데 욕심은 금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는 길에 여기저기 고개를 내미는 꿩을 본 기사 는 '클레이 사격대회' 선수처럼 신이 났다. 사냥놀이 덕분에 그 날 방송은 당연히 펑크!. 그런데도 부장의 목소리가 부드럽다. "박 기자!, 기사가 그러더라도 당신은 말렸어야지…. 안 그래?. 여러분 꿩 회식합시다!"

'꿩' 이 방송 펑크보다 중요했나?.

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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