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역사의 고비를 넘어온 '천혜의 요새'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역사의 고비를 넘어온 '천혜의 요새'

제41회 당성(唐城, 黨項城?-화성군 서신면 상안리)과 제부도

  • 승인 2018-04-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당성
당성에서 본 옛 남양만/사진=조영연
백제 말기 당항성은 역사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곳 중 하나로 경기도 서남쪽 남양만 근처임은 크게 이의가 없는 듯하다. 특히 삼국 말 중국과의 관계에서 그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는 곳으로 당성을 들고 있다. 현재는 간척되어 공단이 들어서거나 농토로 변했지만 고대에는 좀더 깊숙이 갯벌이었을 것이다.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상안리 165m의 야산에 둘레 약 1.2km로 북동, 북서 능선으로 계곡을 둘러싼 서남향의 삼태기(삼각)형 포곡식 성이다. 성이 자리한 구봉산은 비록 높지 않지만 워낙 낮은 해발 위치에 서서 제법 높아 보이며 북고남저의 지형이다. 봉산 정상을 300미터쯤 두른 토축 본성과 그 북동, 북서로 뻗은 두 줄기와 계곡을 장방형에 가깝게 쌓은 1148m 석축성이 마치 내외성 형식으로 붙어 있고, 염불산 봉수 주변의 토성까지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원형의 본성 서편에 서문지, 장방형 2차성 우측에 북, 동문지 그리고 계곡을 동서로 가로지른 남벽의 골짜기 부분에 남문지가 있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망해루 자리라고 하는, 본성의 중심부인 정상에 장대지가 있어 사방을 관측하는데 사용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주로 계곡 안에는 아늑하고 상당히 넓은 공간이 있는데 여러 건물들이 들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내에서는 통일신라부터 고려 때까지의 토기와 와편이 출토됐다 한다. 현재도 고려 것으로 보이는 기와 조각들은 흔히 굴러다닌다. 건물지 근처에는 지금도 물이 나는 우물이 갖춰졌고 그 우물 아래 남벽 석축 사이에 수구의 흔적이 남았다. 현재 보수중인데 석재의 다듬은 형태나 축조 양식으로 미뤄 고려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1988년 발굴 이후 현재까지 복원 중인 상태인데 그나마도 수직으로 쌓거나 약간 들여쌓기를 한 것이 엉망이다. 높이는 높은 곳은 5, 6m 낮은 곳은 2, 3m 가량이다. 동벽 일부 축조되지 않은 부분에 외축은 붕괴돼 없고 뒤채움한 막돌만 남아 차라리 그것이 옛 모습을 전해 주는 것 같다. 봉화대에는 연조와 석재들, 토축 흔적들이 남았다. 삼국시대 이후 고려 이후 왜구들의 준동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보여 고려 이후에도 활용됐음을 알린다.

성은 서쪽 방화산에 가려 바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쉽게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전면으로는 강이 지나 남양 깊숙이까지 들어가 해자를 이루는 등 동쪽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모두 갯벌이어서 마치 천연 해자를 두른 형상이다. 따라서 바다로부터 진입하는 적의 접근이 어렵고 특히 수레를 이용한 공성의 무기나 기병의 활동이 곤란하여 수비측으로는 천혜의 요새다. 현재는 주변이 모두 간척되어 육지같이 변했지만 과거에는 동쪽 일부(그것도 물이 들면 거의 덮힘)를 제외하고는 섬과 같은 형태로 성이 있는 부분은 사실상 육지의 끝부분이었다. 6C 경 이후 신라의 영토로 편입되어 당항성(黨項城)을 축조하여 중국 진출에 활용하던 전략적 요충지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의 북진 루트, 신라의 대당 교류 루트로 상호 놓칠 수 없는 곳이었고 고려 이후에는 연안 뱃길을 활용한 개경 혹은 한양으로 가는 조운 루트로 왜구들의 준동도 잦았으며 그런 지리적 여건 상 이곳에 경기좌도 수군 기지가 설치되기도 했다. 따라서 당성은 행정 중심지인 남양으로 들어가는 포구의 관문 수성으로 화량포구, 마산포구의 배후를 지키는 핵심성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백제와는 연합과 배반을 거쳐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하긴 했지만 한강 입구 근처에서의 중국행 뱃길 이용은 문제가 많아 산동으로 가는 길을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간 지점인 남양 근처가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당성 일대는 항구로서의 입지뿐만 아니라 중간에 德積(삼국시대 德物)도가 있는 것도 상당히 유리한 점 중 하나였다. 덕물도는 실제로 당과 신라가 만나 최후로 백제 공략의 전략을 짰던 곳이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당성전경
당성 전경/사진=조영연
이곳 남양 일대는 백제에서 고구려로 신라로 지배국이 바뀌면서 역사의 중요한 전환이나 사건마다 깊은 관련을 맺는 곳이었다. 구한말에는 청일전쟁을 겪었고 최근에는 참혹한 천안함도 가슴으로 안았다. 화성 지역은 고구려 때에는 당성군으로 불렸으며 고려 충선왕 때 남양(南陽)으로 개칭, 시대에 따라 府나 縣으로 강등 및 상승을 반복했던 곳으로 남양만 해안의 포구이다. 따라서 남양의 당성은 예전에는 화성이나 내륙으로부터 서해로 진출하는 중요한 항구였다. 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대당 무역과 조운의 통로로서 연안 해로적 가치가 대단하여 조선시대에는 도호부가 설치되었다. 이 남양만 일대에는 현재 대중국 무역항인 아산만이 있고 미군 기지가 있었던 매향리, 오산 공군기지, 천안함이 소속됐던 평택의 해군 제2함대사령부 등이 있어 대 중국 교역기지로서뿐만 아니라 군사 전략적 요지로 사용되는 점도 우연은 아니다. 통일신라기에는 근처에 남당진을 설치, 청해진과 더불어 국방과 무역항으로 활용했다.

현재 이 당성이 과연 삼국시대 당항성이었느냐는 확정적이지 못하다. 주변에 존재하던 많은 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서에도 대체적으로 그리 추측하고 김정호의 대동여지(大東地志) 등 고서에 그 가능성을 비친 것 등을 근거로 이병도 박사가 주장한 이후로 그리 인식돼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성씨 중에 남양 홍씨가가 있다. 고려 건국 때 공을 세운 殷悅이라는 분을 시작으로 거족을 이루면서 세거해 온 때문에 본거지가 됐고 그 후 많은 인물을 배출하여 명문가가 됐다. 그런가 하면 시류를 타 지탄을 받는 자도 나타나는 법이다. 고려가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면서 원나라 조정에서 벼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 중에는 나라를 위해 애쓴 사람도 있겠지만 못된 짓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불행하게도 가장 악명 높은 사람의 하나로 홍다구라는 사람이 있었다. 원래 그는 인천 사람이었는데 자기의 출신지가 당성이라고 주장해서 이 지역의 행정단위를 승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다. 싫든 좋든 오늘날 남양 지역을 행정구역으로 명성을 유지시키는데 공헌을 한 셈이다.(唐城. 경기문화재단. 2009. p9)

이 지역은 이런 역사적 답사코스로서뿐만 아니라 일대의 뛰어난 풍광은 관광코스로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남양보다는 제부도가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탁 트인 수면, 시원한 해풍. 미인의 다리 같은 등대와 여유 부리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하얀 날갯짓, 제부도 매바위, 석양의 황금빛 물결 등 절경에 신나는 갯벌 체험에 갖가지 해산물로 만든 풍부한 먹거리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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