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낮고 쉽고 봉사하는 法… 지역민과 함께하는 법률센터로

  • 사회/교육
  • 교육/시험

[중도초대석] 낮고 쉽고 봉사하는 法… 지역민과 함께하는 법률센터로

손종학 충남대 법률센터장 "모교에서 키우는 인성을 갖춘 참 인재... 가장 큰 기쁨"
법률상담을 넘어서 '종합적인 봉사'가 거점국립대인 충남대의 정체성과 맞는 활동

  • 승인 2018-05-22 12:21
  • 신문게재 2018-05-23 11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손종학 센터장
/사진=이성희 기자
법률상담소에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발한 충남대 법률센터는 '문턱 높은 법' 앞에서 절박한 대학생과 지역민을 위한 공간이다.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자 'CNU LAW CENTER' 라는 이름 아래 특별한 형상을 한 설치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인터뷰에 앞서 '그것'에 대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모든 인생에는 채워진 것과 비어있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무에서 유로 채워나가는 교육과정의 몸짓을 녹여 담았죠. 세계로 뻗어 나가는 진취적 기상이 느껴지지 않나요?"



손종학 충남대 법률센터장은 학생이 기증한 작품에 애정을 표하며, 법률센터 혹은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에 관해 설명한다. "대학이 '상아탑'이란 틀에 안주해서 우리만의 리그에서 살아가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언제까지 법은 높고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을 것입니까. 낮고 쉽고 봉사하는 법, 그런 법조인을 길러 지역과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합니다."

대전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이제는 지역인재를 키우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손 센터장에게 새로운 출발선에 선 법률센터의 과제와 대학교육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충남대 법률상담소가 법률센터로 바뀌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충남대 법률상담소는 1964년 시민법률상담소로 설립돼 반세기 동안 지역민을 위한 법률 계몽사업에 노력했다.

초창기 지역주민들의 교육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대학생·교수들이 가진 전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발달과 함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변호사 수의 증가, 도시화로 인한 법률문제의 다양화, 법률교육의 수요가 커지면서 법률상담만의 기능수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 법률교육, 상담, 구조 활동 등을 추진하는 법률센터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학생들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법률센터의 사업을 소개해 달라.

▲충남대 법률센터는 소송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소송 구조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상담과정에서 구조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적임의 변호사를 연결해 준다. 센터가 진행했던 법적 자문결과를 그대로 제공하고, 소송비용은 학교재원으로 부담한다. 대전지방변호사 소속 풀제로 운영해 변호사들과 긴밀한 연계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당하는 근로기준법, 노동 관련한 피해 상담이 많다. 이 밖에도 대학 내 법적 자문·의뢰를 받아 공적인 해석을 해주기도 한다. 최근 미투 같은 사례가 그것이다.

대학 법률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인력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판사·검사·변호사 출신 교수들이 상존하는 대학은 어느 로펌 보다도 종합적인 법률적 도움이 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의료사고·건축분쟁 등 자문도 효과적이다.

-지역과의 협력 및 동반성장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매년 대전·충남·세종지역 중 한 곳 이상의 '법 사각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법률봉사뿐 아니라 의과대학생, 충남대 병원 의료진과 함께 섬 주민 의료봉사도 병행한다. 충남도와 연계해서 의료선 시설을 지원받고, 2016년부터 한국전력 봉사팀도 함께하고 있다. 결국, 종합봉사 활동은 거점국립대인 충남대의 정체성에 들어맞는 가장 표본적인 활동이라고 본다. 충남대가 지성의 산실로서 지역민들에게 먼저 다가갈 때 지역민 역시 충남대를 아끼고 발전시켜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손종학 센터장2
/사진=이성희 기자
이 밖에도 대전지역 법률상담 관련 공익단체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관련 문제를 풀어보는 법률 및 전문자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대전지역 법률상담 관련 공익단체 네트워크 협의회, 충남대 법률상담소-대전 YMCA 의료분쟁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전주·수원 지방판사, 충남대 법학대학장,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지냈다. 미래의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은?

▲평소 'ABC를 지켜라'라고 말하곤 한다. 다른 직업보다 법률가들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자세를 말한다.

A는 ability (능력)이다. 법에 대한 전문가로 갖춰야 할 지식적 역량이다. B는 balance (균형감각)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이 아닌 시민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C는 compassion(긍휼)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법률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선택받은 사람이 아닌가.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부모님 혹은 국가사회로부터 받은 것(성실성, 좋은 머리, 건강 등)을 타인을 위해 돌려주는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 로스쿨 학생들은 어렵다.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의 전환이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였으나 여전히 학생들은 시험에 매몰 돼 있다. 인성을 갖춘 법조인 배출에 대한 관계기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남대 학생처장과 기획처장을 거쳤다. 대학발전을 위한 소견이 있다면?

▲기획처장 임명 당시 대학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세종시 진출로 거점을 확보하고 발전·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충남대 제2 병원을 세종에 지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많은 반대와 '잘 될 리 없다'는 부정적 시선을 받았지만 대학 구성원 의사를 한 곳으로 모으고 지역과 기관을 설득했다. 단순히 충남대, 의과대, 병원만의 발전이 아니라 행복도시 자족기능도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안다.

학생처장 시절엔 대학 도서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충남대 출신으로 고시공부를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추억이 있다. 학생 시절을 지나, 졸업 후 모교를 방문했을 때 추억으로 남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도서카페를 지었다. 그것이 현재의 '99카페'다. 99는 충남대의 지번으로 학생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무엇보다 여러 보직을 통해 느낀 것은, 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깊은 고뇌였다. 학생처장 시절 인재를 기업에 소개하고 지역기업을 학생들에게 연결하는 '100대 강소기업 발굴사업'을 진행했다. 기업 관계자·오너·취업 담당자들과 접하면서 청년 일자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것과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만의 법률센터가 아닌 충청 지역민들을 위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 학생·교수·지역 변호사들이 합심해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에게 자문과 조언을 건네고,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고, 그 결과물이 결국 대학의 발전으로 귀결하는 시나리오다.

개인적인 계획은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한 스스로의 자긍심을 지켜가는 것이다. 법조 생활을 하던 중 모교로 왔던 그때의 기쁜 마음을 잊지 않겠다. 지방대 학생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국가와 사회 발전의 주인공이 되는 그런 '참 인재'를 키우는 것에 온 힘을 쏟고 싶다.



●손종학 센터장은…

▲충남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제21기) ▲전주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등 판사 역임 ▲前 충남대 기획처장 ▲前 충남대 학생처장 ▲前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現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現 충남대학교 법률센터장


고미선 기자 misunyd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아산페이 안 쓰면 손해"-연말까지 18% 할인 연장, 법인 10% 연장 할인
  3. 아산소방서, 전통사찰 화재 예방훈련
  4. 천안시, 청소년유해환경 개선 합동점검·단속 및 캠페인
  5. 삼성디스플레이, 취약가정에 1억5천만원 후원
  1. 아산시 음봉어울림도서관, '시선 너머의 이야기' 전시
  2. [대입+] 종로학원 2026 수능 가채점 정시 분석… 서연고 경영 280점대, 의대는 290점 안팎
  3. 천안법원, 음주 측정 거부한 50대에 '징역형'
  4. 천안법원, 지인 간 법적소송에서 위증한 혐의 50대 남성 무죄
  5. 2025 꽃과 바다 태안국화축제 성료

헤드라인 뉴스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정시 합격선 예측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영·의학계열 합격선이 280~290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문과 지원확대와 의대 정원 원복, 탐구영역 선택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문·이과 모두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2) 원점수 합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선이 284점, 연세대·고려대 경영이 280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이 279점, 서강대 경영학부 268점, 한양대 정책학과..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는 스리백을 시험했지만, 이날은 포백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손흥민을 원톱에 세운 뒤 2선에 황희찬과 이재성, 이강인을 배치해 공격 라인을 꾸렸다. 중원조합은 김진규와 원두재를 내보냈고, 포백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