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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성희 기자 |
문을 열자 'CNU LAW CENTER' 라는 이름 아래 특별한 형상을 한 설치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인터뷰에 앞서 '그것'에 대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모든 인생에는 채워진 것과 비어있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무에서 유로 채워나가는 교육과정의 몸짓을 녹여 담았죠. 세계로 뻗어 나가는 진취적 기상이 느껴지지 않나요?"
손종학 충남대 법률센터장은 학생이 기증한 작품에 애정을 표하며, 법률센터 혹은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에 관해 설명한다. "대학이 '상아탑'이란 틀에 안주해서 우리만의 리그에서 살아가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언제까지 법은 높고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을 것입니까. 낮고 쉽고 봉사하는 법, 그런 법조인을 길러 지역과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합니다."
대전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이제는 지역인재를 키우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손 센터장에게 새로운 출발선에 선 법률센터의 과제와 대학교육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충남대 법률상담소가 법률센터로 바뀌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충남대 법률상담소는 1964년 시민법률상담소로 설립돼 반세기 동안 지역민을 위한 법률 계몽사업에 노력했다.
초창기 지역주민들의 교육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대학생·교수들이 가진 전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발달과 함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변호사 수의 증가, 도시화로 인한 법률문제의 다양화, 법률교육의 수요가 커지면서 법률상담만의 기능수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 법률교육, 상담, 구조 활동 등을 추진하는 법률센터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학생들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법률센터의 사업을 소개해 달라.
▲충남대 법률센터는 소송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소송 구조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상담과정에서 구조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적임의 변호사를 연결해 준다. 센터가 진행했던 법적 자문결과를 그대로 제공하고, 소송비용은 학교재원으로 부담한다. 대전지방변호사 소속 풀제로 운영해 변호사들과 긴밀한 연계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당하는 근로기준법, 노동 관련한 피해 상담이 많다. 이 밖에도 대학 내 법적 자문·의뢰를 받아 공적인 해석을 해주기도 한다. 최근 미투 같은 사례가 그것이다.
대학 법률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인력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판사·검사·변호사 출신 교수들이 상존하는 대학은 어느 로펌 보다도 종합적인 법률적 도움이 가능하다. 같은 이유로 의료사고·건축분쟁 등 자문도 효과적이다.
-지역과의 협력 및 동반성장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매년 대전·충남·세종지역 중 한 곳 이상의 '법 사각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법률봉사뿐 아니라 의과대학생, 충남대 병원 의료진과 함께 섬 주민 의료봉사도 병행한다. 충남도와 연계해서 의료선 시설을 지원받고, 2016년부터 한국전력 봉사팀도 함께하고 있다. 결국, 종합봉사 활동은 거점국립대인 충남대의 정체성에 들어맞는 가장 표본적인 활동이라고 본다. 충남대가 지성의 산실로서 지역민들에게 먼저 다가갈 때 지역민 역시 충남대를 아끼고 발전시켜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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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성희 기자 |
-전주·수원 지방판사, 충남대 법학대학장,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지냈다. 미래의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은?
▲평소 'ABC를 지켜라'라고 말하곤 한다. 다른 직업보다 법률가들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자세를 말한다.
A는 ability (능력)이다. 법에 대한 전문가로 갖춰야 할 지식적 역량이다. B는 balance (균형감각)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이 아닌 시민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C는 compassion(긍휼)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법률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선택받은 사람이 아닌가.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부모님 혹은 국가사회로부터 받은 것(성실성, 좋은 머리, 건강 등)을 타인을 위해 돌려주는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 로스쿨 학생들은 어렵다.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의 전환이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였으나 여전히 학생들은 시험에 매몰 돼 있다. 인성을 갖춘 법조인 배출에 대한 관계기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남대 학생처장과 기획처장을 거쳤다. 대학발전을 위한 소견이 있다면?
▲기획처장 임명 당시 대학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세종시 진출로 거점을 확보하고 발전·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충남대 제2 병원을 세종에 지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많은 반대와 '잘 될 리 없다'는 부정적 시선을 받았지만 대학 구성원 의사를 한 곳으로 모으고 지역과 기관을 설득했다. 단순히 충남대, 의과대, 병원만의 발전이 아니라 행복도시 자족기능도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안다.
학생처장 시절엔 대학 도서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충남대 출신으로 고시공부를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추억이 있다. 학생 시절을 지나, 졸업 후 모교를 방문했을 때 추억으로 남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도서카페를 지었다. 그것이 현재의 '99카페'다. 99는 충남대의 지번으로 학생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무엇보다 여러 보직을 통해 느낀 것은, 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깊은 고뇌였다. 학생처장 시절 인재를 기업에 소개하고 지역기업을 학생들에게 연결하는 '100대 강소기업 발굴사업'을 진행했다. 기업 관계자·오너·취업 담당자들과 접하면서 청년 일자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것과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만의 법률센터가 아닌 충청 지역민들을 위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 학생·교수·지역 변호사들이 합심해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에게 자문과 조언을 건네고,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고, 그 결과물이 결국 대학의 발전으로 귀결하는 시나리오다.
개인적인 계획은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한 스스로의 자긍심을 지켜가는 것이다. 법조 생활을 하던 중 모교로 왔던 그때의 기쁜 마음을 잊지 않겠다. 지방대 학생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국가와 사회 발전의 주인공이 되는 그런 '참 인재'를 키우는 것에 온 힘을 쏟고 싶다.
●손종학 센터장은…
▲충남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제21기) ▲전주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등 판사 역임 ▲前 충남대 기획처장 ▲前 충남대 학생처장 ▲前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現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現 충남대학교 법률센터장
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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