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힘센 남매 '성배'와 '성방'설화가 '배방' 지명으로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힘센 남매 '성배'와 '성방'설화가 '배방' 지명으로

제49회 배방산성(排芳山城-배방면 신흥리)과 맹고불 고택

  • 승인 2018-06-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배방성과성재-720
사진=조영연
배방면 소재지에서 구 온양(읍내리)-공주길로 가는 도중 좌측에 배방산이 있다. 그 길 도중 신흥리 감택마을 동천교회 옆으로 접근할 수 있다.

산성은 남쪽 배방산(361m)에서 서편 온양(아산), 곡교천 방면으로 흘러내린 줄기 끝부분 250m 정도에 축조됐다. 서쪽 설화산록 맹씨 행단에서 마을 건너산으로, 현지에서는 성재산으로 부른다. 현재 둘레 약 1.5km 가량으로 지역의 산성 가운데 가장 크다. 고기록이나 축성 방법이나 위치상으로 봐도 삼국시대, 특히 백제까지와 연관됐을 것으로 올라가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성은 인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위치하여 배방산으로 연결되는 남쪽을 제외하고는 사면이 막힘없이 두루 조망된다. 특히 이 산성에서는 금성리-학성-무명-물앙-꾀꼴산성-용와산성 라인과, 군덕리-학성-읍내리-성안말-북수리-매곡산성 등 동서로 대치하여 이어지는 두 산성라인 사이로 들어오는 곡교천과 그 주변 평야가 모두 감지되어 그 교통로를 지키는데 방어상 서로 연계활동이 이뤄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이 산성의 가장 주된 임무다.

곡교천은 아산만으로부터 웅진이나 천안, 청주 등 내륙 방면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길목이 된다는 점은 삼국시대는 물론 고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아산만이 해군제2함대사령부가 들어서 서해 방어의 중요기지로 부각되는 사실도 고래로부터의 이 지역 관방상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간접적인 단서가 될 것이다.



생각보다 경사가 심한 지형인 탓에 편축했지만 자연적으로 대부분 붕괴됐으며 고압선 철탑 조성관계로 일부 훼손된 부분들도 있다. 성의 모양은 불규칙하긴 하지만 비교적 안부를 중심으로 지형에 따라 들쭉날쭉하지만 경사가 작고 비스듬한 서쪽으로는 약간 둥그스럼하고 동쪽으로 배가 부른 남북 타원형의 평면 형태를 이루고 있다. 사방이 날카로운 석재로 칠팔 미터 정도 3, 4단 높이로 바른층쌓기에 근접하게 쌓은 성벽이 남은 곳도 있다. 성 아래 양쪽 마을로 연결되는 서문지, 북문지, 남문지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 남 방면은 능선으로 연결되며 능선의 양편은 비교적 경사가 심하다.

배방산성우물과수로720
배방산성 우물과 수로/사진=조영연
양 능선상에 낸 북문지는 동천교회 방면, 남문지는 서쪽 맹씨네 선산이 있는 서원골에서 북쪽 공술로 넘어가는 성재 방면으로 연결된 능선에 있다. 특히 남문지 안쪽에는 제법 넓은 평탄지가 있고 지금도 맑은 물이 솟아나는 우물, 배수로가 나 있다. 각 문지들 중에서는 가장 완만한 위치에 있으며 마을쪽으로 드나드는 중심 통로였을 것으로 보인다. 성벽 밖 수구부에는 건물 관련 석축과 성안에서 내려오는 물의 집수지로 추정되는 작은 습지가 숲속에 묻혀 있다. 우물의 서쪽이자 서문의 바로 안쪽에는 상당히 넓고 아늑한 공간이 있어 과거 이 일대에 건물들과 시설들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벽 안쪽은 10여 미터씩 내환도처럼 돼 있다. 남문지 근처 평탄지와 군데군데 남은 평탄한 장소에 기록 속의 군창지 등 건물이 있었고, 정상의 평탄한 부분은 장대지 등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록상 두 개의 우물 가운데 하나는 서문지 바로 앞의 현재 사용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성내에서는 과거에 회청색 경질토기편, 격자, 회청색 기와 등이 수습됐다 한다.

배방산성붕괴부720
배방산성/사진=조영연
축성설화로는 백제 개로왕 때 공수라는 여인의 힘센 쌍둥이 남매 성배와 성방이 힘으로 으르렁거리므로 어머니가 성 쌓기 내기를 시켜 놓고 꾀를 내어 방이 이기도록 만들어 해결했다는 설화다. 물론 한국 곳곳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축성경쟁설화를 모태로 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배방이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고려사에는 후백제를 견제하기 위해 유금필에게 탕정군에 축조토록 했다는 내용도 있다.

성 주변에는 삼성 전자 관련 각종 산업시설과 그에 따른 건물들, 아파트군들이 곡교천 부근은 물론 곳곳에 가득 들어차 있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온양천과 곡교천을 따라 달리는 도로들이 어지럽다. 이제는 온천 휴양도시라는 포근하고 여유로웠던 과거의 이미지는 오히려 뒷전에 처박힌 옛 이름이 되고 말았다.

동천교회에서 오르는 길 바로 좌측에 크라운제과 아산공장이 있어 거기서 나는 과자 냄새가 퍽 구수하다. 서해로 이어지는 석양의 풍경이 아스라하다. 그래도 이순신과 맹사성 등의 명인들과 관련된 각종 유적들이 주변에 있고 설화산 서쪽 기슭에는 아직 때가 덜 탄 외암리 민속마을이 고즈넉해 무거운 관방 유적 답사의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덜어 준다. 성에서 마을 건너편, 조선시대 둘째 가라면 서러울 명재상 맹고불의 700년 전 고택을 들러 고건물을 감상하면서 늙은 은행나무와 고인의 높은 인품에서 우러나는 교훈을 되새겨 봄 직도 하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시 낙동강 가을꽃 향연… 3개 생태공원 이색적 풍경
  2. 전국캠핑족들, 대전의 매력에 빠져든다
  3. 10월 9일 '한글' 완전정복의 날...'세종시'로 오라
  4. '한글날 경축식', 행정수도 세종시서 개최 안되나
  5. 24일 대전시 국감... 내년 지선 '전초전' 촉각
  1. 579돌 한글날, 대전시청 광장에 울려 퍼진 한글 사랑
  2. 한산한 귀경길
  3. 최충규 대덕구청장,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목소리 청취 나서
  4.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5.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헤드라인 뉴스


한글날 정부 주재 경축식, 내년에는 세종서 개최되길

한글날 정부 주재 경축식, 내년에는 세종서 개최되길

정부의 한글날 경축식마저 수도 서울의 전유물이어야 하나. 올해 제579돌 경축식 역시 서울 몫이 됐다. 이재명 새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아쉬운 10월 9일 한글날이 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정부세종청사에 있고 김민석 총리 주재의 경축식이었던 만큼, 아쉬움은 더욱 컸다. 새 정부의 첫 경축식이 지방분권의 상징인 세종시에서 열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세종시 대표 축제인 '2025 한글 축제'가 오전 8시 한글런과 함께 막을 올렸다. 김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한글날 경축식을 세종시에서 열었..

[`무주공산` 제2중앙경찰학교, 어디로] 정치적 이해득실 따지다 제2중경 놓칠라
['무주공산' 제2중앙경찰학교, 어디로] 정치적 이해득실 따지다 제2중경 놓칠라

1. 1년 넘게 이어진 유치전, 현주소 2. 치열한 3파전… 최적지는 어디? 3. '왜 충남인가' 수요자의 의견은 4. 단일화 여론… 미동 없는 정치권 제2중앙경찰학교 1차 후보지 3곳 가운데 충남 아산이 입지 여건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충남 내부의 단일화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이 이 문제에 사실상 침묵하면서 단일화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에 지역 정치권의 시선이 내년 지방선거에 쏠려있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1일 김태흠 충남지사는..

국토부 서울·대전·부산·경기 원룸촌 조사… 허위·과장 의심광고 321건
국토부 서울·대전·부산·경기 원룸촌 조사… 허위·과장 의심광고 321건

청년층 거주 비율이 높은 대학가 원룸촌 부동산 매물 중 허위·과장 의심 광고가 321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전국 대학가 원룸촌 10곳을 대상으로 인터넷 허위매물 광고를 점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7월 21일부터 8월 22일까지 약 5주간 진행했으며, 대상 지역은 서울 5곳, 대전 1곳, 부산 2곳, 경기 1곳 등 10곳이었다. 대전의 경우엔 유성구 온천2동이 대상이었다. 네이버 부동산, 직방, 당근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과 유튜브, 블로그, 카페 등에 올려진 중개 대상물 표시·광고 등 11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

  •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한산한 귀경길 한산한 귀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