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우리나라 안전사고 온도계인 일산화탄소중독 사고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우리나라 안전사고 온도계인 일산화탄소중독 사고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 승인 2018-12-25 08:22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조강희-시평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고등학교 3학년 말에 수학능력평가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하게 되면 하늘이라고 날 듯할 기쁘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자신감과 흥분은 좀체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기쁘게 시작된 2018년 12월 강원도 팬션으로 여행은 비극으로 끝났다. 올해 대학입시 시험을 끝내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어린학생들은 낮에는 정신없이 구경하고, 밤에는 식사 후 밤늦게까지 떠들고 놀다가 피곤에 쓰러져 잠들었을 것이다. 가스보일러 연통에서 새어 나온 배기가스, 그중 일산화탄소는 수면 중인 학생들을 중독시키면서 의식을 잃게 만들고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초, 중등학교 12년을 준비하고, 공부하고, 이제 마지막 단계인 대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우리의 어린 꽃들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지고 말았다. 일행 중 생존한 학생들은 천만 다행이다, 후유증없이 회복이 되야 할 텐데, 이를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 일산화탄소 중독의 고압산소치료, 약물치료, 저체온치료, 교감신경차단치료 등이 시행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계상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회복뙨 생존자의 최대 40%에서 지연성뇌신경손상 증상이 발생하여 재활치료를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고의 자세한 원인은 아직 알수 없지만 확실한 것으로 연소된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되었기 때문이고, 이것을 예방하는 방법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할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연통을 잘 연결하는 것 뿐이다. 허무하고, 어처구니 없다. 기초적인 일상에서의 아주 사소한 부주의, 무관심, 무책임, 기본적인 안전 및 운영 규정도 없고, 있더라고 지키지 않았으리라.



조금 늦더라고, 모자란 듯 하더라도 철저하게 기본적인 규정은 지키고, 이를 통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규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여건 부족, 인식 부족, 투자 부족 등으로 여전히 안전사고, 산재사고, 교통사고 사망률을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사망자 가운데 안전사고로 인한 비중이 12.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6.4%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안전 후진국'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여전히 OECD 1위로 연간 천여명 사망('17년964명), 경제적손실 약21조원,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이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2016년 한국의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10.0명으로 한국보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OECD 회원국은 멕시코(2014년 15.7명), 칠레(2014년 12.3명), 미국(2014년 12.0명), 라트비아(2014년 11.9명), 터키(2013년 10.3명)뿐이다. 심지어 경찰관 도 피습부상, 교통사고, 안전사고로 연간 1300여명 이상이 부상을 입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의료분야에서의 안전사고도 적지 않으리라고 추정한다. 최근에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사망사고, 발전소 안전사고 등이 있었고, 시속 300 km 주행중 발생했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강릉 KTX 탈선 사고도 있었다. 내년에는 이제 이런 큰 사고가 발생하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정부는 올해 초 '안전선진국'을 만들겠다고 홍보했지만 전혀 성과는 없는듯하다. 예산 절감해야 한다는 정부와 안전에 무지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3년 마다 의료기관 인증제도 평가를 받아 안전기준 및 규정준수로 환자 및 의료진의 안전에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을 위해서 외국 기준에 비해 일회용 소모품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 치료 및 검사용 일회용 소모품 가격이 치료나 검사 비용 보다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를 이송중인 응급차나 응급구조 헬기가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고, 심지어는 운행 중인 헬기 기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항의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내년부터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는 돈은 아끼지 말자. 그리고 더 중요한 것으로 국민의 안전 의식이다. 조금 천천히 가고, 불편하더라고 우리는 잘 할 수 있다. 작년 국내 사망자 암으로 숨진 이들의 숫자는 7만 8194명인데, 이는 다른 OECD 가입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이 같은 암 사망률은 최저 수준이다. 우리도 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하면 일등할 수 있다.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햇잎푸드, 100만불 정부 수출의 탑 수상... "대전을 넘어 전 세계로"
  4.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5. 국제디지털자산위, 필리선 바타안서 'PPP 개발 프로젝트 밋업' 연다
  1.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3.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4.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5.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