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교육은 교육철학에서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교육은 교육철학에서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2-13 09:39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손종학 01086489915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제없는 문제는 없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든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아니 너무나 많고 깊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가 태반인 것이 우리네 세상살이다. 많은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이 모아져 있는 교육 문제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얼마나 심하면, 최근 대입을 준비 중인 고등학생들과 이를 뒷바라지하는 부모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가 상상을 초월하는 반향을 일으켰겠는가. 역대 모든 정부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학생의 서열화'라는 용어에 함축되어 있는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심초사하여 왔고, 수많은 제도와 방법론이 우후죽순처럼 제시됐다. 그러나 우리를 만족시킬만한 해결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지금껏 듣지 못했다.

왜 그렇고,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필자에게는 이에 답할 도깨비방망이가 없다. 그렇지만 이 난제를 '어디서부터 풀어갈 것인가?' 하는 시작점에 관한 생각만은 조금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철학의 정립이다. 백가쟁명식의 방법론적 접근이 아닌 본질적 접근만이 그나마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교육 철학이 중요하다.

얼마 전 필자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설교 중 들려준 네모의 꿈이라는 동요 가사가 머리를 때린다.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 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라는 가사가 우리가 처한 교육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주고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처럼 우리네 세상은 온통 네모 천지다. 효율이라는 측면만 본다면, 네모는 참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찌 세모와 동그라미, 별꼴, 눈꼴 등의 다양한 모양의 중요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별꼴이 눈꼴보다 더 예쁘다고 어떻게 자신할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네모만으로는 다양성이 없지 않은가? 네모는 네모대로 키우면서 세모를 더욱 멋진 세모로, 동그라미를 더욱 원숙한 동그라미로 만드는 것, 그래서 네모와 세모, 동그라미가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 그것이 교육이라고 믿는다.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시험 문제, 오직 한길만이 성공이라고 가르치는 사회가 우리가 힘써 추구할 미래는 결코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교육의 길은 우리 개개인이 하나의 지체인 동시에 전체로서의 한 몸이라는 상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즉 각자의 지체로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 다양성을 전체로서의 한 몸을 위하여 꽃피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교육의 길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의 결과물은 '인간의 존엄성 제고'로 모아진다. 풀어쓰면, 인간의 인간다움이라는 존엄성과 가치를 깊이 인식하면서 타인과 자신의 이 '존엄성' 제고를 위하여 애쓰는 존재가 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할 교육철학이라고 믿는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맞긴 맞는 말인데, 하세월 아니겠냐고? 그렇다. 부지하세월일 것이다. 그러나 하세월이기에 우리가 시작해야 한다. 이 한반도에서 살아갈 우리의 수많은 후손에게 네모 세상만을 물려 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이를 시정할 첫걸음을 함께 떼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가 수행하여야 할, 작으면서도 큰 역사적 책무가 아니겠는가? 온통 네모 세상만을 만들어 놓고서는 동요의 마지막 구절처럼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라는 명령이 절규가 되어 돌아오는 세상을 더는 우리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이다. 교육기관, 그중에서도 최종 단계의 고등교육기관인 우리 대학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에서부터 언제부터인지 잊혀진 '교육철학'을 되새겨야 할 때가 지금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학 교직원 사칭한 납품 주문 사기 발생… 국립한밭대, 유성서에 고발
  2. [문화 톡] 대전 진잠향교의 기로연(耆老宴) 행사를 찾아서
  3. 대전특수교육수련체험관 마을주민 환영 속 5일 개관… 성북동 방성분교 활용
  4. 단풍철 맞아 장태산휴양림 한 달간 교통대책 추진
  5. 대전 중구, 교육 현장과 소통 강화로 지역 교육 발전 모색
  1. "함께 땀 흘린 하루, 농촌에 희망을 심다"
  2. 대전도시공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표창’ 수상
  3. 공장·연구소·데이터센터 화재에 대전 핵심자산 '흔들'… 3년간 피해액 2178억원
  4. 대전 대덕구, 자살률 '뚜렷한 개선'
  5. 대전 서구, 간호직 공무원 역량 강화 교육으로 전문성 강화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