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헤나염색,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 칼럼] 헤나염색,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이승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 승인 2019-04-04 16:58
  • 신문게재 2019-04-05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표준연 이승미 박사
헤나 염색제 소비자 상당수가 얼굴과 목까지도 검게 착색되는 부작용이 이슈다. 내 지인도 병원을 드나들며 계획 없던 은둔생활 중이다. 헤나 원료는 열대성 관목인 로소니아 이너미스 잎을 말려 빻은 가루다. 언뜻 가루녹차처럼 보이는 헤나는 머리카락을 주황색으로 바꿔준다. 헤나 염색은 역사가 깊다. 기원전 1570년경의 고대이집트 공주도 옆머리 염색자로 밝혀졌다. 주인공은 제17대 파라오 세케넨레 타오의 딸이자 제18대 아모스 1세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휴누타메후. 1882년에 발굴된 그녀의 미라는 현재 카이로 이집트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한편 이슬람 문화계 남성은 수염을, 여성은 손톱을 헤나로 염색하는 전통이 있지만, 피부가 흑색으로 착색되는 문제는 지난 수천 년간 없었다. 역사를 살필수록 '지옥의 가루'라는 오명은 억울할 재료다.

오늘날의 염색과정을 살펴보자. 머리카락에 염색약을 바르고 충분히 흡수될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린다. 염색을 원하는 시민 대부분은 곳곳에 자라기 시작한 흰머리를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만들고 싶지 오렌지색 머리는 바라지 않는다. 짙은 발색에는 인디고 계열 재료도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은 '빨리 짙은 색으로 염색되는 저렴한 천연제품'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리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업체는 곧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빠른 시간에 염색을 마치고 만족스럽게 귀가했다. 하지만 만족은 한순간. 한국소비자원 보고에 따르면 무려 사용자의 반 이상이 피부 색소침착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특히 중년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왜 수천 년간 이용되던 헤나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 주범은 헤나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양보해도 헤나 단독범은 아니다. 짙고 빠른 발색을 위해 함께 섞었을 다른 염색제, 무엇보다도 합성 착색제, 그리고 그들 간의 화학작용이 문제를 일으켰으리라.

용의 물질로 지목되는 공업용 착색제 파라페닐렌디아민(PPD)은 접촉성 피부염이나 가려움증의 부작용을 자주 일으키는 성분이다. PPD는 산화형 염모제에 한해서, 최대 2%까지만 첨가할 수 있다. 과연 이 수치는 지켜지고 있는가? 염색약에 피부가 노출되는 시간은 어떠한가? 또한 사람마다 모발과 피부가 다르므로 염색 전에 반드시 피부에 시험해 봐야 한다. 팔 안쪽이나 귀 뒤쪽에 염색제를 바르고 이틀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지 살핀다. 이를 패치테스트라 한다. 만일 이때 발진, 발적, 가려움, 수포, 자극 등 이상이 있으면 바로 씻어내고 염색은 포기해야 한다.? 문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직 이윤만을 추구한 업체는 테스트를 생략하고 상품만 팔아치우기 바빴다. 2019년 1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헤나 등이 들어간 염모제를 사용할 때는 패치테스트로 안전성을 확인하고 정해진 사용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비자 안내문을 배포했다. 헤나 사건을 스피노자 식으로 표현하자면, 빨리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심리와 시험 없이 사용된 합성 화학품의 '나쁜 만남'이 피부착색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헤나는 죄가 없다. '천연 헤나'라는 이름 뒤에 숨은 자들이 유죄다.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전체성분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염색제는 구매하지 말고, 패치테스트는 염색이나 문신 때마다 매번 다시 하자. 상품표지의 '천연 헤나'라는 굵은 글씨는 결코 '100% 천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천연에 자연산이 무조건 몸에 좋은 것만도 아니다. 비록 청정해역의 물고기나 심심산골의 산채일지라도, 그것이 복어나 독버섯이라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 않나. '천연'과 '자연산'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지갑을 열기 전에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자. 알아야 살아남는다. 현대인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늑구'가 비춘 그림자…대륙사슴·하늘다람쥐 우리곁 멸종위기는 '진행중'
  2. [속보] 與 대덕구청장 후보 '김찬술'…서구 전문학·신혜영, 동구 황인호·윤기식 결선행
  3. '공기·물·태양광으로 비료 만든다' 대전기업 그린팜, 아프라카 농업에 희망 선사
  4. 이재명 정부 과학기술 정책 일단은 '긍정'… 앞으로 더 많은 변화 필요
  5.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1.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안정적 운영 기반 확보
  2. 세종예술의전당, 국비 6.9억 확보… 공연예술 경쟁력 입증
  3. [기고] 지역 산업 생존, 성장엔진 인재 양성에 달렸다
  4. 김선광 "중구를 대전교육의 중심지로"… '중구 8학군 프로젝트'
  5. 대전·세종·충남 수출기업들 중동전쟁 리스크 숨통 트이나

헤드라인 뉴스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좌초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 추경 예산안에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예산이 누락 된 것이 트리거가 됐는 데 이를 두고 여야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재명 정부가 매년 5조 원씩 총 20조 원 지원이라는 파격적 재정 특례를 내세워 통합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출범을 앞두고 기본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충청권에서도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출범을 앞둔 광주전남통합특별시에 필요한 예산 177억 원이..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위로를 전했다. 특히 사회적 재난과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도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세월호 침몰로 인한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건 역대 처음으로, 사회적..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6.3전국동시지방선거 충남지사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수성에 성공할지, 박수현이라는 새로운 도백이 탄생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 지사는 보령·서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다 민선8기 충남도에 입성,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도를 원활하게 이끌어왔다는 강점이 있다. 박 후보는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으로 청와대 대변인과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거치는 등 정부 여당과 원활한 관계 및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강점이다.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 상당한 접전이 예상된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판단이다. 다만 양측 모두 천안·아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