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의 기원…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의 기원…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필립 샌즈 지음│정철승·황문주 옮김│더봄

  • 승인 2019-04-19 11:19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인간의정의는어떻게탄생하는가
 더봄 제공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필립 샌즈 지음│정철승·황문주 옮김│더봄



한 통의 초대장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법학교수인 필립 샌즈에게 전해진다. 발신지는 우크라이나의 리비우대학. 샌즈는 '리비우'라는 지명에 끌린다. 돌아가진 외할아버지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한 번도 자신의 인생 전반에 걸쳐 겪었던 일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말해줄 수 없었거나, 말하고 싶지 않았을 할아버지의 삶. 리비우에서 온 초대장은 샌즈에게 마치 자신을 부르는 할아버지의 편지같았을지도 모르겠다.

샌즈의 외할아버지가 태어난 1904년, 리비우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해 있었다. 우크라이나인, 폴란드인, 유대인 등의 민족이 어우러져 살아온 땅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지배자의 언어에 따라 렘베르크, 로보프, 리보프, 리비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역사의 격류에 휩쓸렸다. 그런데 리비우는 샌즈 외할아버지의 고향만은 아니었다. 국제법의 중요한 개념인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를 연구한 두 명의 유대계 법학자, 즉 렘킨과 라우터파하트 역시 같은 도시에서 공부했던 것이다. 두 법학자의 이론은 2차 대전 승전국인 연합국의 검사들이 나치 전범들을 합당한 죄목으로 기소하는 토대가 됐다.

할아버지와 두 법학자에게는 또다른 공통점도 있었다. 모두 유대계이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로 일가가 몰살당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삶은 1945~1946년 나치 독일의 전범들을 심판한 뉘른베르크 군사재판에서 조우한다. 그 재판장에는 세 일가가 죽임을 당하는데 결정적인 '유대인 말살' 명령을 내린 나치독일의 폴란드 총독이었던 한스 프랑크가 등장한다.

샌즈는 이 책을 '이중 탐정소설'로 규정한다. 외할아버지의 비밀스런 삶을 추적하면서 국제인권법의 기원을 탐험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가족에 대한 회고록이자 인권과 정의에 대한 개념이 탄생한 뉘른베르크 재판을 둘러싼 국제정치 논픽션, 유대인 학살을 명령한 전범들을 단죄하기 위한 두 변호사의 법정 드라마로도 읽을 수 있다.

샌즈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모든 공동체가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의 관념과 관계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정의가 외면당하거나 부당하게 실현됨으로써 갖게 된 각자의 상처와, 같은 의식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있는 지역'은 어떤지 궁금해 한다. 일제 강점기와 노근리 학살, 4·19와 5·16, 유신과 5·18이라는 아픈 역사가 여전한 한국에서도 유효한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을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연이틀 대전 도심서 흉기 난동 발생… 대사동서 60대 체포
  2. 광복 81주년 앞두고 대전서 5번째 황국신민서사비 확인
  3. 대학혁신 재원 줄었지만… 한남대 사업비 23.6% 늘었다
  4.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5. 광복절 앞두고 대전 폭주족 집중단속… 싸이카·암행차 집중 배치
  1. 시민 성금으로 세운 '대전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시 등록문화유산 됐다
  2. '마약퇴치 지자체 사업은 후순위?' 마약퇴치운동본부 위수탁계약 '논란'
  3. 대전교육청, 교육공무직원 482명 정기인사
  4. 남서울대, 여름철 시설원예 고온 극복 위한 '온실 냉방 패키지 기술' 현장평가회 개최
  5. 세종 아파트 전세가 대폭 하락

헤드라인 뉴스


80년 전 시민이 세운 ‘광복의 기억’…대전 문화유산 됐다

80년 전 시민이 세운 ‘광복의 기억’…대전 문화유산 됐다

제8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대전시민들이 광복의 기쁨과 독립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성금을 모아 만든 '대전 을유해방기념비'가 대전시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이를 기념해 오는 15일 대전시는 '대전 을유해방기념비와 함께한 광복의 기억'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중구 보문산에 있는 을유해방기념비는 1946년 8월 15일 광복 1주년을 맞아 당시 대전부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대전역 광장에 세운 약 3m 규모의 해방 기념비다. 해태석상 한 쌍과 함께 대전역 광장에 있었으나 한국전쟁 때 피해를 입었고 1960년 대..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지난해 화재가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본원에 대해 정부가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전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대전 본원이 폐쇄 수순을 밟으며 대체부지 검토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최근 세종시가 정부에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미 대전은 민선 7기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등 기관 이탈을 경험해 국정자원마저 타 지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즉각 대응하며 대전 내 이전·잔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14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전날에 열린 민선 9기..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13일 공식 출범하며, 특별법 연내 제정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창립대회와 출정식을 개최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을 알렸다. 이번 대책위 출범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하고,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법제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이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