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일본, 중국의 식량정책을 타산지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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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칼럼] 일본, 중국의 식량정책을 타산지석으로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승인 2019-05-02 16:03
  • 신문게재 2019-05-03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곽상수 연구원
세계적인 현물투자가 짐 로저스(1942~)는 전 세계를 오토바이와 승용차로 2차례 여행하면서 세상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200년 전이라면 런던에, 100년 전이라면 뉴욕에 그리고 지금은 북경, 상해에 가서 미래를 준비하라 하였다. 그만큼 세계경제의 축이 동아시아로 이동한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는 부자가 되려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망설인다면 주저 없이 농업을 하라고 강조한다. 농업이 더 이상 후진산업이 아니라 21세기에 가장 각광받을 신산업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시대라 하더라도 안정적인 식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2050년 97억 인구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한국, 중국, 일본은 인구밀도가 높을 뿐 아니라 식생활을 비롯한 생활양식도 비슷하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화석에너지 사용이 급증하고 도시화로 인한 사회문제뿐 만 아니라 고령화문제도 심각하다. 한중일은 인류가 당면한 환경문제, 에너지문제, 식량문제, 보건문제 등에서 공동운명체이다. 그러나 식량안보에 대한 세 나라의 국가정책 및 시민의식은 많은 차이가 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적어도 식량에 대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것이 문제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곡물자급률이 24% 수준임에도 국가 식량정책도 부재하고 1인당 음식물 낭비는 세계 챔피언 급이다. 우리에 비해 일본과 중국의 식량정책은 확실하고 시민들의 의식도 좋다. 미래에 감당하지 못할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의 식량안보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곡물 자급률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국내 생산과 해외에서 조달하는 식량을 합한 식량자주률(자급률)은 100%를 웃돈다.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해외농업을 추진하여 미쓰비시 물산 등이 해외에서 직간접으로 가용하는 농지면적은 자국 농지의 3배(1200만㏊)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는 식량자급률과 식량자주률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해외농업이 미미하다. 일본 농림수산성 홈페이지에서 식량안보에 대해 중앙정부, 지방정부별 식량안보 현황과 노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한 UN이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발전(SDGs)을 위한 식품산업의 구체적인 노력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일본은 기상재앙 등 비상시 식량조달에 대해서도 오래전에 구체적으로 수립하였다.

중국은 14억 명의 인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량안보를 국가정책에 최우선시하고 있다. 중국도 소득이 증가하면서 육류소비량이 늘고 농경지가 도로와 철로, 산업단지와 주택지 조성으로 훼손되고 있다. 월드워치연구소는 중국의 발전과 식량문제를 예측하고 1995년 "누가 중국을 먹여 살릴 것인가?"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지금 중국은 보고서처럼 심각한 식량문제를 초래하고 있으나,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이 전체 농산물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지던 2004년부터 매년 초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국가 현안으로 발표하는 1호 문건이 16년 연속 삼농(농촌, 농업, 농민)을 다루면서 식량안보를 중시하고 있다. 올해도 <농업?농촌 우선 발달 및 삼농 업무 이행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은 '샤오캉사회(小康社會: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 전면 건설을 위한 결정적인 시기로 '삼농"분야를 강조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은 세계 3대 다국적 종자회사인 신젠타를 약 50조 원으로 매수 하여,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육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신품종 개발을 비롯한 농업 전반에 대한 연구는 농업부, 농업과학연구원이 주도하지만 과학기술부와 중국과학원 연구소에서도 농업 분야에 많이 노력하고 있어 우리와 대조적이다.

시민들의 음식에 대한 인식도 매우 다르다. 일본은 어린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아깝다는 "못따이나이(もったいない)" 말을 배우면서 음식물뿐 만아니라 생활에서 낭비문화를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중국은 일반 가정이나 구내식당에서 음식은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먹는 것이 소박하다.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서 고급 식당에서 많은 음식을 준비하지만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따바오(打包)"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 중식은 큰 접시의 음식을 들어 먹을 수 있어 남는 음식을 포장해 가기 쉽다. 실제 1인당 음식물 낭비는 우리가 중국에 비해 몇 배 많다.

필자는 한·중·일 식물생명공학 연구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2015년 중국 식물과학학회 연차대회에 참석하면서 쉬 즈홍 (Xu Zhihong) 박사(전 북경대학교 총장)의 기조강연 "중국 농업이 당면한 문제와 식물과학자의 책임"을 매우 감명 깊게 들었다.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자의 역할과 책임이 절실한 때다. 한·중·일은 환경, 에너지, 식량, 보건문제에 있어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국가는 생존과 관련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식량안보법"을 제정하고, 관련 연구자도 행동하는 농업연구를 하고, 국민들도 음식을 소중히 하는 일을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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