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행복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행복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원종훈 세종도원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19-06-06 13:44
  • 신문게재 2019-06-07 2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세종 도원초등학교 교사 원종훈
세종 도원초 원종훈 교사
자, 어깨를 돌려주세요. 어깨로 노를 젓는다는 느낌으로. 다음은 목을 살살 돌려주세요.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자 머리가 아픈 친구들은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자세로 책을 읽어서 그래요. 이번엔 눈을 감고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며 명상합시다. 눈을 뜨고, 아침 구호를 다 같이 힘차게 외쳐봅시다. 나는 원종훈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친구를 사랑한다. 나는 오늘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끔 아침활동 시간이 늦어 구호를 9시 넘은 시간에 외칠 땐 다른 반에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지 않는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이렇게 아침을 연지 벌써 석 달 째다.

6학년도 처음, 담임 선생님을 맡게 된 것도 처음, 이름조차 생소한 업무를 보게 된 것도 처음. 모든 게 처음인 신규교사는 걱정이 앞선다. 6학년 학생들은 다른 학년에 비해 참여에 소극적이고 예민하다고 하던데. 내가 실수하면 어쩌지.

"선생님 오늘 미세먼지 좋아요?" "한번 확인해 볼게~" 요즘 미세먼지 농도가 좋은 날이 별로 없어 아이들이 점심시간에도 나가지 못해 시무룩해 한다. 아쉬운 대로 교실에 설치된 공기청정기를 틀어도 내가 공장 굴뚝이 되어 매연을 내뿜은 것 마냥 미안해진다.

공문 작성은 어떻게 하는 거고 예산을 쓰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걸까? 다른 반 학생들에 비해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내가 해주지 못하는 게 있으면 너무 미안한데...

고뇌 없이 정신적 성장이란 있을 수 없고, 인생의 향상도 불가능하다고 했던가. 이러한 걱정은 생각 외로 신기하게 풀렸다. 아이들은 내가 기운 넘치고 기분이 좋으면 그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 밝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미세먼지가 좋지 않은 날에는 교실 안에서도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찾았고, 미세먼지가 좋은 날에는 맑은 날씨에 감사하며 밖에서 뛰어놀았다.

다른 선생님들은 신규교사가 어려워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셨고, 때로는 내가 놓치고 지나가는 것이 없도록 챙겨주셨다. 신규교사는 다른 반 선생님들이 지나간 발자국에 그대로 발을 붙이기보단 새로운 발자국을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찍기로 했다. 그만큼 학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열려있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신규교사에게 응원을 해주는 곳이었다.

이에 신규교사는 자신이 받은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며, 보답을 하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선 자신의 말을 많이 하기보단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연습을 시킨다. 어른이 되어서도 삶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사는데 도움이 되는 습관을 만들어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고민하고, 변화하는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쉬는 시간마다 카페처럼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고, 노래 부르기와 악기 연주를 잘하기보단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을 길러준다.

다른 선생님들이 주신 자료덕분에 업무를 훨씬 빨리 처리하고 남은 시간에는 연구실을 청소한다. 나의 아이디어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눈다. 마음속에 생긴 여유를 가지고 멘토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우고,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주는 데 힘쓴다.

행복은 축복의 횟수가 아니라 행복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라고 한다. 최근 신규교사의 삶은 많은 행운과 복이 따르고 있다. 가끔은 자신이 이렇게 많은 것을 받아도 되는지 생각 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새내기 교사는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최대한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도 이 행복을 나눌 수 있게 노력하고자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강당골 계곡 대대적 정비 박차
  2. 성남시, 1기 분당신도시 정비구역 확대 가능성 검토
  3. 경기 광주시, 470만 명 중부권 광역급행철도 JTX ‘조기 추진’ 촉구
  4. 대전시 조건 안 맞는 중수청 대안 냈었다… 청사 선정 배경 논란
  5. 경산시, 경산역~경산시장 야간경관 조성
  1. 세종시 신규 사무관 8명... 새로운 출발 다짐
  2. [르포] "오늘 영업 안 하나요"… 갑작스러운 휴업에 멈춘 홈플러스 유성점
  3. 코스피 7000선 붕괴에 개미들 '통곡'... 매도 사이드카에 서킷브레이커까지
  4. 산부인과 병·의원 중 분만가능 대전 21% 충남 30%…심평원 의료데이터 공개
  5. [기고] 국가의 생존을 누구 손에 맡길 것인가

헤드라인 뉴스


"버스 한번 타기 어렵다"…유성구 마을버스 노선개편 수년째 공회전 주민 불편

"버스 한번 타기 어렵다"…유성구 마을버스 노선개편 수년째 공회전 주민 불편

대전 유성구 마을버스 노선 개편 문제가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해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신도심과 외곽 지역 등을 중심으로 버스 수요는 늘고 있지만, 구비 부담이 커 노선 증설이 어렵고 시내버스와 운행이 겹치는 일부 노선의 적자도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당국의 재정부담이 마을버스 노선 개편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인데 일각에선 향후 대전시 순환버스 도입 과정에서 마을버스 노선을 통합,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유성구 마을버스는 총 18대, 3개 노선으로 1번(충대농대종점~청벽산공원)..

[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낡은 시설을 바꾸면 전통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이 거대한 유통 공룡들과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세웠다. 대전의 전통시장들도 현대식 지붕을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장하며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현대화 사업의 종착지는 단순히 '쾌적한 시장'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시장'이어야 한다. 화려해진 외형에 비해 정작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당길 차별화된 콘텐츠와 운영 전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은 외..

촉법소년 `1살 하향` 제동… 연령 기준 다시 논의되나
촉법소년 '1살 하향' 제동… 연령 기준 다시 논의되나

강력·중대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한 살 낮추려던 정부 방안이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성평등가족부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보고받고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한 살 낮추자는 것은 너무 미약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국민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다시 토론하자고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날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공론화 결과를 보고했다. 시민참여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