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78. 어떤 믿음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78. 어떤 믿음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08-1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람은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다. 그래서 사는 방법 또한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산다. '금수저'로 태어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이도 있다고 들었다. 반면 필자와 같은 장삼이사는 간난신고(艱難辛苦)와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인생 잡초와 협곡만을 점철했다.

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했다. 가난했지만 반에서 줄곧 1~2등을 질주했다. 하지만 가난하여 중학교조차 진학할 수 없었다. 본의 아니게 소년가장까지 되어 역전에서 신문팔이와 구두닦이로 나섰다. 가출한 어머니, 깊은 병이 든 홀아버지를 봉양하자면 필자라도 나서야 한 때문이다.



당시 구두닦이는 수입의 반을 왕초(거지·넝마주이 따위의 우두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불법이었지만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절이었기에 하는 수 없었다. 따라서 힘들게 구두를 닦아봤자 큰돈을 벌수 없었다. 반면 비가 쏟아져서 우산을 팔면 고스란히 필자 몫이 되었다.

우산장사야말로 어떤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블루오션은 고기가 많이 잡힐 수 있는 넓고 깊은 푸른 바다를 말하며, 한 기업에서만 신기술의 신제품이 개발되어 팔리는 무경쟁시장을 말한다.



그래서 구두를 닦으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리곤 저만치서 먹구름이 몰려오면 냉큼 우산 도매상으로 달려가 우산을 떼왔다. 얼마 전 충북 청주 야산에서 실종돼 열흘 만에 구조된 조은누리(14)양이 뉴스를 뜨겁게 달궜다.

보도에 따르면 조은누리 양의 생존 '기적'은 실종된 산이 있는 청주에 열흘 중 여드레 동안 비가 온 때문이라고 했다. 덕분에 조 양은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빗물을 받아 마시며 버텼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비가 정말이지 조 양을 구한 일등공신인 셈이다.

따라서 비에 대한 경배(敬拜)를 아니 할 수 없다. 비는 만물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구세주다. 또한 비는 아래로 흐르는 겸손함까지 지니고 있어 자애롭다. 야근을 하던 오늘 새벽에도 비가 내렸다. 순찰을 돌다가 일부러 그 비를 맞았다.

순간 외화 '쇼생크 탈출'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옥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축복 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환호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서 더욱 시원했다. 구두닦이와 우산장사 시절을 지나 이러구러 세월은 여류했다. 나도 결혼을 하였고 두 아이를 보았다.

여전히 가난했기에 사교육은 언감생심이었다. 대신 주말과 휴일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부지런을 떨었다. 덕분에 두 아이 모두 원하는 대학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늦었지만 필자 또한 지천명의 나이에 3년 과정의 사이버대학에서 만학을 시작했다. 이후 경비원으로 취업했으나 박봉이라서 투잡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었다. 궁여지책으로 만 권 이상의 독서를 점령하고 20년 가까이 습작한 내공을 바탕으로 정부기관과 언론사, 지자체 등지서 시민기자로 잔뼈를 키웠다.

덕분에 4년 전의 첫 저서에 이어 지난 5월엔 두 번 째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여덟 곳의 매체에 프리랜서 기자와 작가로 글을 올리고 있다.

- "부족함이 최고의 선물이다. 유대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부족(lack)에 있다. 탈무드에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라. 지혜가 그들에게서 나올 것이다'란 격언이 있다. 유대인은 부족함을 최고의 선물로 삼아 유일한 자원인 두뇌 개발을 위한 교육에 집중하여 오늘의 성공을 일구었다." - 헤츠키 아리엘리(Hezki Arieli) 글로벌 엑셀런스 회장이 한 말이다.

"부족함이 최고의 선물이다"라는 탈무드의 말처럼 필자가 남들처럼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면 어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부족하면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부족함은 간절과 희망을 동반하는 양수겸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비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여전히 부족한 현실에도 기꺼이 화해의 악수를 내민다. 언젠가는 반드시 필자에게도 장마의 넉넉함이 풍요로움이란 화수분의 댐 안에 가득 담길 것이라 믿는 때문이다.

두 번 째 저서가 순항하고 있으며 2쇄까지 찍고 있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여기저기 기관과 지자체에서도 추천도서로 선정되고 있음 또한 이런 믿음에 더욱 견고한 디딤돌이 돼 주고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둔산,송촌에 7000세대 규모 선정한다
  2. 민주당 대덕구청장 후보 토론회 화재 참사 애도…정책 경쟁도
  3. '20주년' 맞은 공주금강배 전국풋살대회 성료
  4. 대전 문평동 자동차공장 화재 참사 대전교육감 선거 출마자들도 애도
  5. 제20회 공주금강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5-6학년부 결승
  1. "마지막 통화 아니었길 바랐는데" 대전 화재참사 합동분향소 유가족들 오열
  2. 대전 서구, 국제결혼 혼인신고 부부에 태극기 증정
  3. 희생자 신원확인·사고 원인규명 시작한다… 정부·경찰·소방·검찰 등 합동정밀 예정
  4. 대전 공장 화재 사망자 부검완료 신원 23일 확인 전망
  5. [문화 톡] 진잠향교 전교 이·취임식에 다녀와서

헤드라인 뉴스


회식도 행사도 멈췄다… 지역 뒤덮은 ‘애도 물결’

회식도 행사도 멈췄다… 지역 뒤덮은 ‘애도 물결’

대전에서 발생한 안전공업 화재 이후 지역사회 전반에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고 여파로 회식과 외식 등 각종 모임을 취소하거나 자제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예정된 행사를 잠정 보류하는 등 추모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23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20일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이후 지역사회는 회식과 행사 등을 취소하며 무거운 분위기 속에 일상을 시작했다. 지역의 한 기업은 예정됐던 신입사원 환영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던 상황에서 회식한..

1시17분 신고, 1시53분 국가소방동원령… 그때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1시17분 신고, 1시53분 국가소방동원령… 그때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는 최초 신고 이후 소방 대응 수위가 빠르게 최고 단계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대형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 불은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 처음 신고됐고, 소방당국은 9분 만에 대응 1단계, 14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오후 1시 53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려졌다. 신고 접수 뒤 불과 36분 만에 현장 대응은 사실상 최고 수위까지 치솟은 셈이다. 하지만 불길 속 시간은 달랐다. 소방 지휘 단계가 1단계에서 2단계로, 다시 국가소방동원령으로 빠르게 높아지는 동안에도 내부에 있던 희..

대전 안전공업 화재로 애도 물결… 회식 취소 등 추모 분위기
대전 안전공업 화재로 애도 물결… 회식 취소 등 추모 분위기

대전에서 발생한 안전공업 화재 이후 지역사회 전반에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고 여파로 회식과 외식 등 각종 모임을 취소하거나 자제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예정된 행사를 잠정 보류하는 등 추모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23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20일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이후 지역사회는 회식과 행사 등을 취소하며 무거운 분위기 속에 일상을 시작했다. 지역의 한 기업은 예정됐던 신입사원 환영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던 상황에서 회식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합동분향소 찾은 정청래 대표 합동분향소 찾은 정청래 대표

  • 대전 문평동 화재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 대전 문평동 화재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

  • 74명의 사상자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합동감식 74명의 사상자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합동감식

  • 제20회 공주금강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5-6학년부 결승 제20회 공주금강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5-6학년부 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