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간언(諫言)을 따르면 성(聖)스럽게 된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간언(諫言)을 따르면 성(聖)스럽게 된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8-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중국 춘추전국시대(BC 770 ~ BC220) 자신의 입신을 위해 왕에게 유세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이력서 들고 일자리 알아보러 다니는 것이요, 정견을 논하는 것이다. 진시황(秦始皇, BC259 ~ BC210, 중국 최초의 황제)은 그들이 바로, 쓸데없는 논리로 논쟁과 전쟁을 부추기는 사람들이라 분석했다. 왕에게 거스르는 일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귀하게 여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국정의 장애물로, 백성을 미혹시킨다 생각했다. 그들이 즐겨보는 것으로 여긴, 시서와 제자백가의 책을 모두 수거하여 불살라 버렸다. 시서를 논하거나, 옛것과 비교하여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진시황을 비난하는 사람을 모두 처형했다. 대부분 알고 있는 분서(焚書)이다.

사람은 영생, 불로장생, 영구집권을 꿈꾼다. 진시황도 다르지 않아, 불로초를 비롯한 선약 구하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를 이용, 도가의 방사들이 사기를 친다. 돈만 사취하고 진시황의 부덕함과 실정을 비난하며 도망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을 포함, 비토세력 460여 명을 체포하여 산채로 구덩이에 묻어버린다. 이것을 갱유(坑儒)라 한다. 위 사건과 함께 분서갱유(焚書坑儒)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행하기는 어렵다. 자유민주라는 것이 참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소중한 가치요, 인류가 발견한 최선의 체제임은 분명하다. 인류사는 자유 획득을 위한 투쟁의 역사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그를 막으려 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행복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뿐 아니라 주어진 체제를 지키는 한 축이 언론의 자유이다. 언로가 막히거나 자유롭지 못하면 그 체제는 무너진다. 동서고금 어떠한 체제도 다르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가 수창궁에서 왕위에 오르는 기사부터 시작된다. 왕위에 오르는 과정, 용비어천가가 등장하기도 한다. 제도 정비와 논공행상이 끝날 즈음 사헌부에서 상소를 올린다. 하늘의 뜻에 순응하여 혁명으로 처음 왕위에 올랐음을 경하한다. 천도를 공경하는 것이 세상을 매우 잘 다스리는(至治) 것이라 하며, 당연히 행하여야 할 적절한 일(事宜)을 조목별로 열거하고 만세의 준칙으로 삼아 달라 간청한다.

1) 기강을 세우는 일. 2) 상벌을 분명히 하는 일. 3) 군자와 친하고 소인을 멀리하는 일. 4) 간하는 말을 받아들이는 일. 5) 거짓으로 꾸며 다른 사람을 헐뜯어 일러바치는 말(讒言)을 근절하는 일. 6) 안일과 욕망을 경계하는 일. 7) 절약과 검소를 숭상하는 일. 8) 환관을 물리치는 일. 9) 승니를 도태시키는 일. 10) 궁궐을 엄중하게 하는 일.

설명을 곁들여 10가지 지켜야 할 일을 나열한다. 8번과 9번은 직전 왕조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나, 나머지는 오늘날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라 여겨진다. 정부 관계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네 번째 이야기만 함께 보자. 1995년 전산 해석본을 그대로 옮겨 보면 "경서(經書)에 '천자(天子)가 쟁신(諍臣) 7인만 있으면 비록 무도(無道)하더라도 그 천하를 잃지 않을 것이며, 제후(諸侯)가 쟁신(諍臣) 5인만 있으면 비록 무도하더라도 그 국가를 잃지 않을 것이다' 하였으니, 이것은 만세(萬世)의 격언(格言)입니다. 신하가 나아가서 간(諫)하는 것은 자기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곧 국가를 위한 것입니다. 인주(人主)의 위엄은 천둥과 같고, 인주의 세력은 만균(萬鈞)처럼 무거운 것입니다. 천둥을 무릅쓰고 만균(萬鈞)에 부딪치면서 약석(藥石) 같은 말을 올리게 되니, 대체 어찌 용이하겠습니까? 한 가지 말을 따르고 거스리는 데 화(禍)와 복(福)이 일어나게 되고, 한 가지 일을 폐하고 설치하는 데 이익과 폐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인군(人君)은 항상 가르쳐 인도하여 간언(諫言)을 구(求)하고 안색(顔色)을 온화하게 하여 이를 받아들여서, 그 말을 사용하여 그 몸을 현달(顯達)하게 하더라도 선비가 오히려 두려워하면서 감히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위엄으로써 이를 두렵게 하고 세력으로써 이를 압박한다면 약석(藥石)과 같은 말이 나올 데가 없으므로, 인주의 총명을 가리우는 화(禍)가 저절로 이르게 될 것입니다. 《서경(書經)》에 '간언(諫言)을 따르고 거절하지 말라.' 하였으며, 또 '군주가 간언(諫言)을 따르면 성(聖)스럽게 된다.' 하였으니, 원하옵건대, 전하께서 이것을 마음에 두소서."(태조 1년 7월 20일 3번째 기사 일부)

믿음(信)이란 것은 인군의 대보이니, 나라는 백성에 의해 보전되는 것이고 백성은 신에 보전되는 것이다. 나라와 군대를 버릴지라도 신을 버려서는 안 된다. 금석과 같이 굳게 지켜야 한다. 하늘의 영을 따르고 신민이 추대하는 뜻을 배반하지 말라. 10가지 모두를 행함에 신으로서 해달라고 간청한다. 믿음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쟁신이란 비판하는 사람을 이른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비판, 견제자는 누구일까? 시민사회, 언론, 야당, 사법부, 의회 등이다. 청와대, 행정기관, 여권 등 집권세력 내의 바른 소리도 필수이다. 그런 것이 일상화된 선진 사회가 마냥 부럽다. 우리 사회 비판의 소리는 강고한 절벽으로 가로막혀있다. 아무런 여과 장치도, 세력도 제 역할을 못 한다. 그나마 작동하는 것은 제재를 가하고 폭언과 폭거로 가로막는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우선 달콤하고 편리할지 모르나 위태롭기 그지없다. 총체적 난국을 만든 근원이 아닐까? 되짚어 볼 일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허태정표 ‘대전예술가의집 시민 환원’ 현실화되나…관건은 이전 대책
  2. 허태정號 온통대전 부활 예고... 관건은 예산 확보
  3. 포스트 지방선거 공공기관 2차 이전 부상…李대통령 8일 언급하나
  4. 올 첫 총경급 정기인사… 충청 4개 시·도에서 59명 자리 옮겨
  5. [오늘과내일] 재건축은 자산가치와 공동이익을 균형있게 추구해야
  1. [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 국민 참여로 지역을 살린다
  2.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6장-숭어리샘, 나르키소스를 넘어서
  3. 포스트 6ㆍ3 충청 與野 "이번엔 집안 싸움…" 다시 후끈
  4. '포스트 지선' 여야 상반된 처지… 민주 '원팀가속' vs 국힘 '갈등지속'
  5.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 대전 2년새 47% 급감… 연계지원도 '공백'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풍전등화… 충청`5극 3특` 플랜B에 촉각

대전충남 행정통합 풍전등화… 충청'5극 3특' 플랜B에 촉각

이재명 대통령이 8일 민선 9기 행정통합 불가방침을 공언한 가운데 충청권 미래 발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균형발전 기조인 '5극 3특' 달성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거론돼 온 행정통합 추진 동력이 사그라 들면서 플랜B 마련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대전 충남 행정통합 대신 기존의 충청권 광역연합을 내실화해 시도간 실질적 협력을 극대화 하자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단체 행정통합과 관련해 "이미 국민들이 뽑..

74명 사상 대전 안전공업 화재 원인 규명 속도…발화 추정지점 확인
74명 사상 대전 안전공업 화재 원인 규명 속도…발화 추정지점 확인

사상자 74명이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사 화재사고에 대해 조사 중인 경찰과 소방이 화재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안전보건공단 등 관련 기관 20여 명이 화재현장 발화 추정지에 대한 추가 합동 감식을 벌였다. 6월 4일 경찰은 관계 기관·유족과 합동 감식을 벌여 발화부로 추정되는 공장 1층과 기계 설비 등을 확인하고, 기계적·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들여다봤다. 발화 목격 지점에 잔해물이 있어 제거한 뒤 이날 추가 감식을 진행..

첫 정지궤도 `천리안위성 1호` 무덤궤도서 OFF…16년간 16억㎞ 우주비행
첫 정지궤도 '천리안위성 1호' 무덤궤도서 OFF…16년간 16억㎞ 우주비행

대한민국 첫 정지궤도 인공위성인 '천리안위성 1호(무게 2.5t)'가 16년간 16억㎞ 우주비행을 마치고 위성의 무덤으로 불리는 폐기궤도에 진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이상철)은 6월 8일 새벽 1시 32분에 천리안위성 1호기의 전원을 차단해 운영을 종료하는 비활성화 조치했다고 밝혔다.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위성 1호는 16년간 기상·해양 관측 및 통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한민국은 이때 세계 7번째 기상관측 위성 보유국 반열에 올랐으며, 해외 의존도를 벗어나 독자적인 기상정보를 확보했다. 태풍과 집중호우 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 ‘늑구 보러 왔어요’ ‘늑구 보러 왔어요’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