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한국과 일본의 헌법은 뿌리와 향이 다르다

  • 사회/교육
  • 교육/시험

[중도시평] 한국과 일본의 헌법은 뿌리와 향이 다르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9-09-24 15:26
  • 신문게재 2019-09-25 22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이승선교수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전·현직 교수'의 행보가 사납다. 서울대 전직 교수 이영훈은 <반일 종족주의>란 책의 대표 저자다. 책은 일제의 강제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의 성노예 사실을 부정한다. 1993년 일본 관방장관 고노 요헤이는 일본군이 위안부의 강제 동원에 개입한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고노 담화'다. 전직 교수 이영훈 등의 책은 일본의 공식 발표 내용마저 부인한다. 전직 교수 이영훈은 취재하는 현직 기자의 뺨을 때렸다. 기자에게 폭언도 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옹호했다. 언론시민단체는 전직 교수 이영훈의 전직 직장인 서울대를 항의 방문했다.

연세대 현직 교수 류석춘은 백주 대낮 강의 시간에 망언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더러 '매춘부'라고 말했다. 일본군이 강제 연행한 것이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매춘부가 되었다고 강변했다. 분노한 학생들이 류 교수의 연구실 출입문에 붙인 작은 쪽지들이 산처럼 커졌다. 연세대는 그의 강의를 중단시키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그는 대학 강의실의 자유로운 토론을 학생회와 학교가 비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교수 이영훈이 대표 집필자인 <반일 종족주의>를 현직 교수 류석춘이 강의 중 자료로 썼다. 한국 사회에서 두 사람의 이름값은 여염의 사람들이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그들 전·현직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한국 사회는 거짓말이 지배한다. 한국인의 숨결엔 거짓말이 배어 있다. 한국은 거짓말이 선으로 장려되는 샤머니즘의 세계, 이른바 종족주의의 나라다. 일본에 대한 의식이라는 것도 거센 반일 종족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 전·현직 교수는 또 말한다. "일제의 한국인 강제 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주장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일제는 한국인의 인권을 유린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은 거침이 없다. 한국의 민족주의에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서양의 민족주의와 결이 다른 샤머니즘적 종족주의에 불과하다고 단정한다. 오호통재라! 일본국 헌법과 대한민국 헌법의 딱 한 페이지만 제대로 비교해서 읽었더라면 그와 같이 말할 수 없다.



일본국 헌법 제1조는 규정한다. "일본국의 상징은 천황이며 천황은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이다." 제6조는 천황이 국회의 지명에 따라 내각총리대신과 내각의 지명에 따라 최고재판소 장을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일본의 국민은 개인으로서 존중되고 기본적 인권을 향유하지만 입헌군주국가의 상징적 신민의 지위를 갖는다. 내각의 각료와 정치인과 일본국 국민은 입헌군주를 위해 보초를 서고 목숨을 헌납하는 데 동원되는 상징적 자원이다. 나아가 아베 내각은 입헌군주의 국사행위를 참칭해 평화헌법을 전쟁하는 헌법으로 바꾸려고 도발 중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뿌리와 향이 일본과 다르다. 헌법 제1조는 규정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한국은 봉건적 왕의 나라가 아니다. 자유롭고 개별적인 주권자 개개인의 자기 나라다. 1919년 임시정부가 헌법을 만들었을 때부터 백년을 거침없이 일관되게 지켜온 강고한 규범이다. 강점기 일제는 헌법에 의해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언되었던 주권자들을 강제로 끌어가 징용과 위안부 성노예로 삼았다. 일제가 우리 백성 한 명을 연행해 간 것은 그 백성의 나라 하나를 통째로 짓밟은 만행에 다름 아니다. 전·현직의 두 교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읽어야 한다. 헌법을 단 몇 줄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라. 대한민국은 거짓말을 신봉하는 샤머니즘의 종족주의 나라가 아니다. 그릇된 학문을 선동하는 전·현직의 교수들까지 자유롭고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도록 포용해 주는 민주공화국이다. 진실을 비트는 언론인들까지도 표현의 자유 우산 아래 비를 긋도록 보호해 주는 나라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1.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