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불행은 우연일까, 필연일까…삶을 견디는 이들에게 찾아온 기억과 진실 '호재'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불행은 우연일까, 필연일까…삶을 견디는 이들에게 찾아온 기억과 진실 '호재'

황현진 지음│민음사

  • 승인 2019-10-10 14:09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호재
 민음사 제공
호재

황현진 지음│민음사



"강도의 칼에 찔려 죽다니요, 뭘 훔쳐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요."

집으로 찾아와 사고 소식을 전하던 순경에게 배두이가 물었을 때 그는 손짓으로 걸어야 할 방향을 알려 주며 말했다.

"죽는 일은 인과응보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사는 일이나 그렇죠." -본문 중에서



두이는 어느 날 남편이 강도의 칼에 찔려 죽음을 당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그에게 남은 가족은 실종된 남동생과 그의 딸인 조카 호재뿐이다. 동생을 대신해 호재를 맡아 길렀던 두이는 연락이 끊어졌던 호재에게 전화를 한다. 발인에 맞춰 인사만이라고 하고 가라는 말을 전하고 끊을 무렵, 호재가 물었다. 안 우십니까. "고모는 안 울어." 두이에게 세상만사는 순조로운 적이 없었다. 닥치는 일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다. 그렇기에 울지 않았다.

두이가 부재하거나 불능이었던 아버지들의 세계에서 희생을 자처하며 살아온 여성이었다면 호재는 자신의 삶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이다. 부모가 아닌 고모 가족의 보살핌을 받았기에, 정상 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콤플렉스는 그의 삶을 짓눌렀다. 고모부의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호재의 기억은 서울 변두리 여성의 가혹한 성장담과 우연히 알게 된 아버지의 무력한 비밀로 점철된다. 그것들을 없는 듯 털어 내려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현실의 고단함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고모부의 죽음은 호재를 다시 과거의 연결점으로 돌아오게 한다. "우연히 불행한 건지, 당연히 불행한 건지" '행복과 기대가 담긴 거창한 이름'을 가진 호재는 알고 싶어 한다.

소설가 조남주는 『호재』를 가혹하고 냉정한 운명 앞에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의 눈물과 한숨 끝에 놓아주고 싶다고 추천한다. 평론가 허윤은 한국소설의 낡고 녹슨 가족 이야기로부터 거리를 취하려는 작가의 태도가 그야말로 여성적이라고 평한다. 한 여성의 남편이자, 다른 여성의 고모부였던 남자의 죽음의 원인을 직감케 하는 미스터리와 그 죽음을 둘러싼 운명의 가혹함을 드러내는 하드보일드를 축으로, 이야기는 끝내 정점까지 치달아 오른다. 행불행의 인과관계나 당연함에 대한 의문은 그 안에서 독자 개개인의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둔산 상권 촉각…백화점 유지 변수
  2. 대전 한전 전력연구원 ESS 화재…배터리팩 28개 전소
  3. 행정수도 온통대전 충청 밥상머리 민심 관통 전망
  4. 최재근 일자리진흥원장과 전용석 대전신보재단 이사장 각각 임명
  5. 대전시 지역 첫 방산 소부장 특화단지... 'AX 클러스터' 시정동력 탄력
  1. 허태정 "트램 흔들림 없이 추진" 정상 추진의지 밝혀
  2.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고용 불안…노조 “안정 보장하라”
  3. 중부권 최대 민속놀이 대축제…제36회 충남도지사배 민속대제전 성료
  4. 충남 천안·아산 7개 산업단지, 반도체 후공정 특화단지 지정
  5. 석 달 파행 끝낼까…대덕구의회 21일 의장단 선출

헤드라인 뉴스


충남 3선 국회의원 지낸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사의

충남 3선 국회의원 지낸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 사의

충남 아산시을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던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21일 사의를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오늘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2025년 이재명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지 1년 4개월 여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수차례 말한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며 금융소비자 모시기에 나서면서 50조 원을 목전에 둔 대전 예금은행 저축성예금 수신 잔액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정기예금 금리를 3% 중반까지 올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지난 14일 같은 상품 금리를 최고 0.6%포인트 올린 이후 일주일 만에 추가 인상이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 만기 예금 금리는 연 3.4%에서 3.5%로 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지자체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산·바이오·반도체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지만, 필요한 전력 확보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충청권은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데다 송전망과 무탄소 전원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향후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전력 공급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전력 대전충남본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충북이 AI를 활용한 성장전략에 집중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전력공급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