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일의 세상 읽기]82년생 김지영

  • 정치/행정
  • 충남/내포

[한성일의 세상 읽기]82년생 김지영

  • 승인 2019-11-13 15:10
  • 신문게재 2019-11-14 23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빗방울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눈송이처럼 서로를 쓰다듬었던, 자신들을 반씩 닮은 예쁜 딸을 낳은 아내가 달라졌다."



94년생 대학원생 큰 딸아이가 3년 전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읽어보라고 줘서 읽었는데 올해 정유미와 공유 주연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같이 보자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딸도,나도 손수건이 흠뻑 젖도록 눈물을 흘렸다. 영화 시사회 때 기자회견장에서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 역을 맡은 공유 역시 영화 촬영 전 시나리오를 읽고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페미니즘 메시지 전달 때문에 플롯과 스타일이 미흡해졌다는, 문학성 결여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팩트'를 활용해 시대를 잘 읽고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덕에 김훈의 <칼의 노래>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1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밀리언셀러가 됐고, 영화도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전의 히트작인 이 작품은 '젠더' 차별에 대한 보고서 성격을 띠고 있다. 대한민국의 젠더 분쟁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과 영화는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82년생 김지영>은 사회 전반에 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고,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이렇게 고통받고 있다' 는 메시지를 사회에 널리 알려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PD 수첩' 등 방송국의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구성작가를 했던 조 작가가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 여성이 되면서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기도 한 <82년생 김지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소설의 독자층이나 영화의 주 관람객층도 여성들이 압도적이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이이자 딸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서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이 봤으면 한다.

82년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해 여아 낙태 문제가 심각했던 시절 태어난 주인공 김지영이 어릴 적부터 당해온 여성 차별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에 여성들은 절대적으로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34살 전업주부 김지영이 딸아이를 키우면서 산후 우울증과 육아 우울증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 빙의되는 과정에서 친정어머니의 오열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다.

한국 젊은 여성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일본을 비롯한 18개국에서도 즐겨 읽히는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이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소외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단초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가 공유와 정유미 주연의 영화화 과정을 거쳐 장애인 인권법 개정을 이끌어 냈던 것처럼 <82년생 김지영> 역시 이번 영화 상영을 계기로 성 평등 관련 법 제정에 관한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으면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성차별이라는 폭력 구조 속에서 관습과 예의범절이라는 미명 하에 비하당하고 착취당하는 시스템을 알린 조남주 작가가 한 말처럼 세상 모든 딸들이 더 크고,높고,많은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2.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2.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3.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4.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5.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헤드라인 뉴스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鳥取)현의 철도회사 전무가 폐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을 찾아왔다. 인구가 감소 중으로 철도마저 폐지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윤희일 전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을 '관광대사'로 임명하고, 돗토리현 주민들에게 철도는 무척 소중하다며 지역 교류를 희망했다. 24일 오후 5시 30분 대전시 중구 베니키아호텔 대림 회의실에서는 야베 마사히코(矢部雅彦) 와카사철도 전무가 참석한 가운데 관광대사 위촉식이 개최됐다. 윤희일 전 경향신문 기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철도마니아이면서, 일본 특..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