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보수와 진보, 파멸로 치닫는 공존인가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보수와 진보, 파멸로 치닫는 공존인가

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 승인 2019-12-02 16:23
  • 신문게재 2019-12-03 2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신천식
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거리를 가득 메운 진보와 보수의 함성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지속가능을 위한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조용한 은둔의 나라 대한민국이 달라지고 있다. 자기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함께 거리와 공공장소를 점유하고 시위를 벌이거나 행진을 하는 모습이 대한민국의 흔한 풍경이 되었다. 주말 시내 나들이 계획 시 군중집회 개최여부 및 개최 장소를 확인하는 것도 일상이 되고 있다. 현실과 미래의 실상을 인식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생각의 정도와 차이에서 비롯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진영 간 비방과 혐오를 동반하는 세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보수 꼴통과 진보 좌빨로 나뉜 생각의 다름이 사회발전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국력을 낭비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진보와 보수의 세계관 형성 배경에는 가정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저서와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저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이자 인지언어학을 이용한 프레임분석의 개념을 주장한 세계적 석학으로, 가정에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에 따라 자녀의 정신관이 형성되고 성인이 되면 보수적 세계관과 진보적 세계관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동양의 엄부자모 (嚴父慈母)의 개념과 유사할 수도 있는데 ,보상과 징벌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엄격한 아버지나 엄한 어머니의 양육을 받은 자녀는 보수적 세계관을 가지게 되고, 사랑과 칭찬을 핵심으로 하는 자애로운 어머니나 부드러운 아버지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자녀는 훗날 성인이 되어 진보적 세계관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엄격하나 자애로운 자녀 양육방법은 가정교육의 본질적 내용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견해이기도 하다.



우리가 건널 수 없는 장벽이라 여기고 있는 보수와 우익, 진보와 좌파를 분류하는 기준은 역사적으로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는데 프랑스 의회 역할을 했던 삼부회의가 해체된 후 다시 구성되는 과정에서 교회와 왕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왕의 오른편에 앉게 되어 우익, 군주제를 폐지하려는 혁명가들은 왕의 왼편에 자리하게 되어 좌익으로 나뉘게 되었다는 점이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의미로서 상호 비교되는 개념이다. 보수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전통을 지키고 현재의 상황을 가능하면 유지하되 불가피할 경우 점진적 변화를 기대하는 세계관이며, 진보는 현존 사회제도에는 모순이 존재하고 있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현재 상황의 개선 및 변화가 지금 그리고 꾸준히 필요하다고 보는 세계관을 의미한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는 현재의 상황에 관한 인식틀의 차이와, 현상유지와 변화추구의 우선 순위가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는 세계관의 배타적인 충돌과 대립이 아니라 다른 관점을 가진 상대의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배려하는 포용적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생성된 근현대사를 통하여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배척하고 차별하거나, 심지어 존엄한 생명을 살상했던 아픈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 6.25의 와중과 전후의 수 많은 상호 학살사건은 물론 비교적 최근의 5.18 광주 유혈 사태 등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한민족의 비극이고 인류문명사의 추악한 진실이다. 인류의 역사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과 장애를 뛰어넘으며 성숙한 문명으로 진화해 왔다. 진보와 보수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적대적 파괴자가 아니며 서로 협력하고 보완해야 존재 가능한 운명적 존재이다. 진보와 보수는 인류역사를 이끄는 두 개의 수레바퀴이다.



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2.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대전·충남 행정통합 속도...차기 교육감 선출은 어떻게 하나 '설왕설래'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