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올 겨울엔 사랑을 하고 싶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편집국에서] 올 겨울엔 사랑을 하고 싶다

  • 승인 2019-12-23 19:51
  • 이건우 기자이건우 기자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영화 '타짜'의 고니의 명대사다.

마치 지금의 필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해서 인용했다. 연말연초를 맞아 왠지 모르게 축 쳐진다. 한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의 통과의례라는 위로로는 많이 부족하다. 찬란하고 풍요로운 가을이 지나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콘크리트속 도심의 가로수처럼 애처롭다.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나홀로족'이라고 내세우며 당당하게 생활해왔다. 혼자서 뷔폐가기, 혼자서 여행하기, 혼자서 영화 관람까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은 거리낌 없이 해왔는데 지금 왜 이렇까. 혼란스럽다.

내 나이 이제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렀다. 공자가 나이 쉰에 천명(天命), 곧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고 한 데서 연유한 것으로 50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 '천명을 안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곧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성인(聖人)의 경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그렇다. 생물학적 나이만 지천명에 들어설 을뿐 마음의 수양, 인격은 성인의 경지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연말연초를 남들처럼 즐기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젊었을 때보다 가진 것이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더 분명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풍요로운 재물이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가치를 축소하거나 폄하하고 싶지 않다. 언제나 부족하다고 불평불만은 입에 달고 사는 필자로서는 더욱더 말이다.

하지만 좁쌀만 한 부를 쌓기 위해 대가로 지불한 것은 생각하면 급 우울해진다. 그 대가로 소모한 젊음, 청춘을 생각한다면 너무 빈약하고 초라하다. 결코 플러스 인생이라 단언하기에는 어딘가 공허하다. "참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자화자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살아온 만큼의 나이에 맞춰 마음이 느긋해지고 너그러워진다는 연륜이라는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반문, 반성해본다. "과거의 20대로 돌아가도 좋겠지만 30대가 된 지금도 다른 의미에서 누릴 수 있는 게 많아 나쁘진 않다. 더 세월이 지난 후엔 연륜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편집국 후배의 넉넉한 글을 떠올리면 한없이 내가 작아진다.

100세 시대를 맞아 50~60대는 신 청춘이라는 말을 마음에 되새기며 반세기를 살아온 내 인생에도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본다. 고소한 냄새를 품기며 숯불 속에서 익어가는 군고구마처럼 이 겨울엔 달콤하고 감칠 나는 사랑을 하고 싶다.
이건우 기자 kkan2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관광+맛집+숙박' 3박자 갖춘 세종시 전의면에 오면
  2. "충청의 거목 고이 잠드소서" 이해찬 前총리 별세 지역與 '애통'
  3. 대전시립중고교 김병한 교장 '사회공헌 대상' 수상
  4. ‘민주당 킹메이커’ 이해찬 전 총리 베트남서 별세…향년 73세
  5.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1.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2. 사업비 규모 커진 대학 '라이즈'...지역사회 우려와 건의는?
  3. [건강]노인에게는 암만큼 치명적인 중증질환, '노인성 폐렴'
  4. 화학연, 음식물쓰레기 매립지 가스로 '재활용 항공유' 1일 100㎏ 생산 실증
  5. 대전소방, 구급차 6분에 한번꼴로 출동… 중증환자 이송도 증가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미완의 '세종시=행정수도' 숙제를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행정수도와 인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 2004년 참여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서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운명의 끈은 거기서 끊어지지 않았다. 1988년부터 서울 관악 을에서 국회의원 5선을 역임한 뒤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당원들은 2011년 당시 민주당 상임 고문인 이 전 총리를 소환했다. 결국 그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직전 진행된 제19대 총선에서 47.88%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고, 2015년 3월 임..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경기 한파로 전국의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전은 오히려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직원을 고용해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보다 1인 가게와 무인점포 등 혼자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님'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취업자 중 대전 자영업자 수는 15만 5000명으로, 2024년(14만 1000명)보다 1만 4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14만 2000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역 자영업자 수는..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따른 정부의 대폭적인 재정·권한 이양을 요구하며, 미흡할 경우 주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6일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가 높아지면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항구적인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주민투표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으로 비치면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