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강 엄이도령(掩耳盜鈴)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3강 엄이도령(掩耳盜鈴)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1-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엄이도령(掩耳盜鈴)은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고사성어는 '얕은 꾀를 써서 남을 속이려하나 아무 성과가 없다는 것과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선적이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한 내용을 포함한다.

사건의 내용을 요약해본다.

춘추(春秋)시대 진(晉)나라의 범(范)씨 가문이 몰락하자, 어떤 어리석은 도둑이 범씨가 소유했던 귀중한 종(鍾)을 훔치러 들어갔다. 종을 등에 지고 가려고 했으나 종이 너무 커서 짊어질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자기만의 지혜를 발휘하여 종을 깨뜨려 조각내어 가져가기로 하고 망치로 종을 내리쳤다.

그러자 갑자기 종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나자 다른 사람이 듣고 빼앗아갈까 봐 급히 자기 귀를 틀어막았다. 남이 듣는 것이 싫은 것은 그럴 수 있다지만, 자기가 듣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 일이다.

백성들의 왕이 되어 그 잘못을 간언(諫言)하는 것을 듣기 싫어하는 것이 어찌 이와 같은 경우와 다르겠는가! 백성들이 왕의 잘못을 말하는 것은 오히려 나라의 부흥을 일으키는 조언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 불구론(不苟論)에서는 이 이야기를 쓴 후에 임금이 바른 말을 하는 신하를 소중히 여긴 실례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위문후(魏文侯)가 신하들과 술을 마시며 대부들에게 위문후 자신에 대해 논하도록 했다. 어떤 사람은 왕이 지혜롭다고 말했다. 임좌(任座)의 차례가 되었다.

"왕께서는 불초(不肖)한 왕입니다. 중산(中山)을 멸한 뒤 공로가 지극한 왕의 동생을 봉(封)하지 않고 아무 공(功)이 없는 아들을 봉했습니다. 이로써 왕이 불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후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임좌는 그곳을 뛰쳐나갔다. 적황(翟黃) 차례가 돌아오자 적황은"왕은 어진 왕입니다. 왕이 어질어야 신하가 바른 말을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방금 임좌가 바른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로써 왕이 어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후는 곧 다시 임좌를 부른 후 몸소 계단 아래까지 나가 그를 맞이하고 상좌에 앉게 했다.

우리는 여기서 왕은 독단적인 강행을 금하고, 소통의 시간을 많이 갖고 실천하여야 함과 자신의 행위를 뒤돌아보고, 잘못을 고쳐 나간다는 작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난 웃지 못 할 또 하나의 이야기는 이렇다.

지하철 안은 대체로 조용하다.

모두들 고개를 아래로 하고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그러한 자세이므로 서 있는 사람은 1인이 아니라 1.3인 정도의 공간을 차지한다. 가방까지 멘 경우는 더하다.

어느 한 사람이 이어폰을 꽂고 앉아 동영상을 보며 낄낄거리며 재미있는지 혼자 웃기도 하면서 즐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루 살핀다. 그는 방귀를 참다가 동영상의 음악이 가장 시끄러운 대목에서 이때다 하고 힘주어 한방 내 질렀다. 그런데 사방에서 눈총을 쏘는 것이 아닌가! 그 친구는 "어! 어떻게 알았지?" 이어폰을 낀 자기만 방귀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꿩은 머리만 풀에 감춘다.'는 속담이 있다.

맹금(猛禽)에게 쫓기던 꿩이 제 몸을 숨긴다는 것이 겨우 머리만 풀 속에 묻는다는 뜻이다.

어리석은 자는 자기가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셰익스피어)

위의 고사는 임금이 바른말을 하는 신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듣지 못한다고 남도 자기의 잘못을 모르는 줄 아는 지도자는 엄이도령(掩耳盜鈴)의 도둑과 똑같다.

비슷한 말로 엄목포작(掩目捕雀) 폐목포작(閉目捕雀)을 들 수 있다.

눈을 가리고 참새를 잡는다는 뜻인데, 제 눈을 가리면 참새가 나를 못 본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눈 가리고 아웅, 눈 감고 아웅, 눈 벌리고 아웅, 귀 막고 아웅, 다 비슷한 속담이다.

良藥苦口而利於疾忠言逆耳而利於行(양약고구이리어질충언역이이리어행)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나 행함에 이롭다.

쓴 소리 듣기 좋아하고 자기 뜻에 거스르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큰일을 이루고 정의롭고 안정된 조직을 반석에 세우기 위해서는 언로를 개척하고, 바르고 사심 없는 신실한 사람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맘껏 일하고 바른 말 할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성경말씀에도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스스로를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 네 몸에 양약이 되어 네 골수를 윤택하게 하리라"(잠 3:5~8)고 말씀하고 있다.

현대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꼭 마음에 새겨들어야할 덕목(德目)임에 틀림없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사]대전MBC
  2. 정림종합사회복지관 독서캠프 ‘체크인! 북트랩 마블, 이야기 공항’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우리동네축제, ‘함께 떠나는 우리의 여름’
  4. 대전 동구새마을문고, 여름철 피서지문고 개장
  5.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1. 세종시교육청 '교육문화원' 공식 개원… 복합 교육문화 거점 노크
  2. 가로림만 서산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서산, 세계유산도시 새 역사 열었다
  3. 신한철 전 중도일보 상무 별세
  4. 김해 전략산업 기술거점 10곳, 내년 4월 완성
  5. 대전사랑메세나와 대전사랑시민협의회,동안미소한의원이 함께하는 취약계층 위한 영화제 성료

헤드라인 뉴스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KAIST가 교내 안팎에서 이뤄진 창업 기업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6만1252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8조 9500억 원의 총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했다. KAIST 교원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창업하거나 그리고 학교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들 창업 기업 중 대전에 본사를 둔 경우는 전체의 23.1%이었고, 총 매출액 대비 대전의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국방과 기술(Tech), 바이오 등 대전의 연구성과를 지역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KAIST창업원은 KAIST 출신 교원과 재학..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지만 정상 영업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핵심 점포 재가동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체불 임금과 공공요금, 납품대금 지급, 협력업체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대출을 확보..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23일 오전 8시 20분께 대전 중구 오류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등교 시간 학생들이 녹색 보행신호가 켜지자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마침 발 아래 바닥신호등도 초록불이 들어왔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던 보행자들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횡단보도 반대쪽 바닥신호등은 여전히 적색 신호를 유지한 상태였다. 서구 둔산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도 횡단보도 시작점에 설치된 바닥신호등 5곳 중에 2곳에서 LED 일부에만 불이 들어오거나 적색과 녹색 신호 모두 표시되지 않은 채 꺼져 있었다. 시민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역투 펼치는 한화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

  •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우린 더위 몰라요’…한화생명볼파크 썸머 페스티벌

  •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