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강 지록위마(指鹿爲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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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9강 지록위마(指鹿爲馬)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3-10 10:5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9강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한다

글자의 구성은 指(손가락 지 / 가리킬지 지) 鹿(사슴록) 爲(할 위) 馬(말 마)이다.

출전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이세본기(秦二世本紀)에 기록되어 있다.

이 고사성어의 의미나 비유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하는 것과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하는 간신이나 국정을 농단한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사건의 내용을 요약하면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를 섬기던 환관(宦官)중에 조고(趙高)란 영약(靈惡)한 악당이 있었다. 조고는 시황제가 죽자 유언장을 위조(僞造)하여 진시황의 맏아들인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리고 어리석은 막내아들 호해(胡亥)를 내세워 이세 황제(二世皇帝)로 옹립했다. 그래야만 자기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환관 조고는 승상(丞相) 이사(李斯)를 비롯한 원로 중신들을 모함으로 처치하고, 호해를 온갖 환락 속에 빠뜨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다음 자기가 승상(丞相)이 되어 조정을 완전히 한 손에 틀어쥐었다.

'이제 내 세상이다.'

조고는 자기의 권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고, 입을 다물고 있는 중신(重臣)들 가운데 자기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자를 가리기 위해 술책(術策)을 썼다.

어느 날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황제인 호해한테 말했다.

"폐하, 저것은 참으로 좋은 말[馬]입니다. 폐하를 위해 구했습니다."

"승상은 농담도 심하시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니[指鹿爲馬(지록위마)]' 무슨 소리요?"

"아닙니다. 말이 틀림없습니다."

조고가 짐짓 우기자, 황제인 호해는 중신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니, 여러분들 보기에는 저게 뭐 같소? 말[馬]이요, 아니면 사슴이오?"

그러자 대부분 조고가 두려워 "말[馬]입니다."라고 대답했지만, 그나마 의지가 남아 있는 몇몇 사람들은 "사슴입니다"라고 바로 대답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사람을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가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러고 나니 그 후로 군신들은 모두 전전긍긍(戰戰兢兢) 조고를 두려워하여 감히 조고의 잘못을 말하는 자가 없었다.

조고의 권력 전횡(專橫)이 극심(極甚)해질수록 진나라의 형세(形勢)는 날로 위태로워져 갔다. 얼마 뒤에 진(秦)나라는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반란군중 유방(劉邦:훗날 한고조)의 군대가 먼저 서울인 함양(咸陽)으로 밀고 올라오는 가운데 조고는 호해마저 살해하고 진시황의 맏아들인 부소(扶蘇)의 아들 자영(子?)을 삼세 황제(三世皇帝)로 옹립했다.

그러나 큰 죄를 지어온 조고는 자영에게 죽임을 당한다. 당연히 조고의 3족도 함께 처형됐다.

삼세 황제였던 진왕(秦王) 자영은 재위 46일 만에 유방(劉邦)에게 항복했다.

환관권력(宦官權力)이 획책한 지록위마의 시말(始末)은 그처럼 황당하고 참혹 했다.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국가였던 진나라는 그렇게 3대 15년 만에 참담하게 붕괴되어 멸망했던 것이다.(기원전 209년)

환관권력의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어느 나라든지 행해질 수 있는 권력욕의 정치 행태이다. 그러나 어느 한 개인이 국정을 농단하는 나라는 오래 갈 수가 없다.

지록위마는 최고 권력자가 자칫하면 측근들의 농단에 놀아나기 쉽다는 역사적 교훈을 일깨워준다. 2천 년 전 진시황 때 고사지만 지금의 각국 정치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최고 권력자가 자기 권력을 즐기는 사이에 조고와 같은 주위의 아첨으로 일관하는 무리에게 둘러싸여 자신이 황폐해가는 것을 모르는 지도자로 전락됨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적 현상이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유사성어로는 이록위마(以鹿爲馬),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 등이 있다.

國有賢良之士衆 則國家之治厚 賢良之士寡 則國家之治薄 (국유현량지사중 즉 국가지치우 현량지사과 즉국가지치박)

'나라에 유능한 인재가 많으면 나라의 통치가 든든해지고, 유능하고 어진인재가 적으면 나라의 통치가 약해진다.(墨子)'는 말이다.

위정자들이나 국민 모두 꼭 새겨두어야 할 교훈인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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