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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명운이 달린 21대 총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총선 정국을 뒤덮은 거대담론 속에 가려진 면은 없지 않지만, 충청의 어젠다도 거론되고 있다. 지역 최대 현안인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에 대해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공약(公約)으로 내 걸은 것이다. 하지만, 안심 할 순 없다. 선거 전 약속을 선거가 끝난 뒤 손바닥 뒤집듯 지키지 않았던 사례를 부지기수로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변질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완전히 씻을 수는 없다.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얼마 전 충청권 방문에서 대전 충남 혁신도시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세종의사당 설치에 대해선 "가서 챙겨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는 공식선거운동 개시 이후 아직 까지 공식적으로 충청권을 찾지 않았다. 충청권 후보들만 지역 현안을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애드벌룬을 띄울 뿐 중앙 정치권의 응답은 없는 것이다. 각종 정책이 정부 결정에 앞서 국회에서 여야 논의와 합의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 할 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여야의 '립 서비스'가 범람하는 선거철인 점을 보면 더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언제까지 이 같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가. 차리리 스스로 해결해보는 것은 어떨까.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세종의사당 설치와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은 종착역이 한 달 여 남은 20대 국회에선 해결을 위한 동력을 얻기 어렵다. 어차피 21대 총선이 끝나면 입법권력의 판이 다시 짜여 지는 데 충청 출신 정치인이 주요 포스트에 진출하면 지역현안 관철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의장,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은 국정을 결정하는 당정청 또는 당정 관계에서도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충청권에 이에 대한 풀이 넓다는 점이다. 민주당 대전서갑 후보인 박병석 의원은 총선에서 여당이 1당이 되고 6선 고지에 오르면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기 손색없다. 같은당 대전유성을에서 5선에 도전하는 이상민 의원은 개헌을 전제로 총리도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래통합당 공주부여청양에서 뛰는 정진석 의원도 5선 때 국회의장 도전, 같은당 홍성예산 후보인 홍문표 의원은 당대표, 대전동구에서 뛰는 이장우 의원도 원내대표 또는 상임위원장 도전 의지를 굳이 감추지 않는다. 물론 이들이 저절로 국회의장이나 총리, 당대표와 같은 직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빅 피처'를 그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청 정치권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포스트 총선' 충청 정치권에 주어진 다른 사명도 있다. 여야의 진영대결을 극복하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총선 레이스에서 '야당 심판'과 '정권 심판' 등 극단의 프레임으로 국론이 두 동강 나면서 진영대결이라는 한국 정치 고질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 의석을 특정 세력이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부활 조짐도 감지된다. 총선이 끝난 뒤 만만치 않은 후유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때일수록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의 리더십을 가진 충청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로 대한민국호(號)를 상생과 미래로 견인해야 한다. 지역 현안 해결과 한국 정치 병폐에 대한 치유까지, 총선 이후부터는 충청의 시간이다.
<강제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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