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봄을 퇴고(推敲)하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봄을 퇴고(推敲)하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20-04-27 14:46
  • 신문게재 2020-04-28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4월은 삼라만상의 플랫폼입니다.

천지가 환한 꽃 세상에 홀려 백치 아다다 처럼 탄성을 지르는 동안 다시는 나비의 날갯짓을 할 수 없는 꽃들이 스스로의 무게로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꽃의 낙하속도는 초속 5㎝라지요. 그 짧은 순간 우리는 꽃의 일생을 탄식하기 보다는 그저 황홀함에 취하여 허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저 꽃들의 하직인사를 두고 누구는 꽃비라 하고 누구는 눈꽃이라고도 하지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맞아도 맞아도 아프지 않은 꽃비는 감탄의 언어이지요. 저 풍경 너머로 벌써 가지 끝마다 맹아(萌芽)들이 꼬물꼬물 기어 나오면서 연두의 숲은 반짝이는 햇살로 어룽지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저 꽃이 지는 것도 신록의 세상이 오는 것도 봄의 퇴고인 것이 분명한 자연의 질서라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순간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에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해발 1097m 운달산 산자락의 문경문학관은 아직 소소리 바람이 차가웠지요. 명자꽃 박태기나무는 꽃을 피우지 않았으나 정원과 텃밭에는 꽃다지 양지꽃 자운영 제비꽃 야생화들이 4월 민초 동학군처럼 아우성입니다. 문학관 도서 DB를 정리하고 있는데 며칠 전 청년지역정착공모사업이 선정되었다며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던 C가 찾아왔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6개월 전 문경예술회관 전시장이었지요. 명함을 받고는 생면부지의 나에게 다짜고짜 저녁을 함께하고 싶다는 도발적인 프로포즈에 당혹함으로 어정쩡하였지만 식사를 하면서 문경에 문학관을 건립한 분이 대체 어떤 분이었는지 궁금하여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들처럼 문화예술 담론을 이야기하며 인구감소의 열악한 지역 인프라에도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하고자 청년일자리사업에 열심인 그녀의 속셈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유년시절 형용할 수 없는 지독한 가난과 불행한 가족사에도 담담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나의 노력들이 모이면 주변사람들의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이타심은 오롯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정갈한 지천명의 고백이 다정한 밤이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벽화봉사와 문화예술협동조합창립, 청년U턴일자리사업을 셋업 시키며 2018년에 관광두레 PD가 되었고, 공무원도 아니면서 청년몰, 인구감소 공모사업, 고향쉼터, 경북산업유산지정사업과 올해에는 인구감소지역 후속사업 소프트웨어진행비 2억2천과 행안부 청년지역정착공모사업비 6억 확보에 일조를 한 그녀는 바로 문경문화예술계의 잔다르크 천금량 선생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세상은 신의 섭리와 같아서 혼자서는 살 수 없고 혼자만 잘나서도 살 수 없다며 "내가 만나고 싶은 세상"은 우리 문경이 좀 더 살기 좋은 행복한 동네였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소박하고도 담대한 꿈에 어느덧 동행자가 되고 있었습니다.



공자는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은 것이라 바람이 불면 반드시 바람에 쏠리어 따르게 마련이다" 하였지만 풀은 권력자의 강풍에 쓰러지는 민초들이 아니라 풀을 눕게 하는 것은 군자이므로 바람은 곧 군자의 덕 있는 가르침이지요. 민심이란 자연이 때를 늦추는 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도 4.15총선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러나 세계경제와 외환위기의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복기(復棋)는 바둑의 용어이지만 이제 정치권에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외교안보가 튼튼해지는 원인과 반성, 탐구를 통한 향상의 복기로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국가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성찰 또한 철저한 회의(懷疑)로부터 출발하지만 소설가 조정래는 관찰 통찰 성찰 하는 과정을 통해 글을 쓰고 그런 방법으로 디자인하는 삶이 성찰하는 삶이라고 했지요. 그래요, 우리 모두 스스로의 마음과 행동을 다시 한번 살피며 사람을 하늘과 같이 섬기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5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1.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2.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3.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4.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5.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