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살기 좋은 대전, '떠넘기지 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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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살기 좋은 대전, '떠넘기지 좀 맙시다'

경제사회부 이현제 기자

  • 승인 2020-05-13 10:09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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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제 기자.
초·중·고를 대전에서 다니며 그리고 대학을 다니며 타지에 있을 때도 대전 출신임을 자랑했다. 누가 보고 들으면 대전에서 정치할 사람인 것처럼 홍보하고 다녔다. 결혼하고 다시 정착을 위해 무엇에 홀린 것 마냥 대전으로 내려왔다. 대전사람이니까.

대전은 분명 살기 좋은 도시가 맞다. 여전히 자랑스럽게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임신한 와이프의 지인들로부터 대전시가 지원한 임산부 마스크에 대한 불평을 들었다.



"그 댁은 마스크 받았어?" "저는 저번 1차 지원할 때는 받았는데, 이번 2차 때는 못 받았어요"

알아보니 대전시가 지난 4월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임산부 2차 마스크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주변 모임을 하는 사람들 통해 들어보니 적은 수는 아니었다. 지난 3월 9일 대전시가 임산부를 위해 마스크를 지원하겠다는 뉴스를 보고 '잘하네'라는 생각을 했고, 4월 2일부터 추가 마스크 지원 소식이 반가웠다. 착한 대전 사람들은 '고맙다며 늦게라도 오겠지'라며 기다렸던 것 같다.



실제로 '힘들게 일하는 공무원 괴롭히고 싶지 않아 닦달하지 않았다'라는 임산부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알아보기 위해 동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했다.

"2차 마스크 지원은 저희가 명단을 모아 구청에 보내고 시에서 처리합니다"

구청으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

"저희는 동에서 명단만 받아서 시 담당자에게 보냈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시에 문의하세요"

연락처를 받아 시청 담당자에서 물었다.

"등기 우편으로 보냈는데, 반송 온 게 150명분 정도 되더라고요." 반송 이유를 묻자, "안내 문자도 보내고 했는데, 안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몇몇 마스크를 못 받았다는 지인에게 연락해 시 담당자로부터 문자나 우체국 등기 미수령 메시지 등을 받았느냐고 물어봤다.

"아뇨. 그런 문자나 메시지, 그리고 집으로 온 등기 전혀 없었어요"

1차 지원 때는 마스크를 분명 받았지만, 2차 때는 문자 하나 없었다고 했다.

다시 연락하자 구와 시 관계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이야기만을 한다. '구에서 명단을 취합할 때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시에서 잘못된 연락처로 연락하고 보낸 게 아닌가 싶다' 등등.

그런데도 마스크를 받지 못했다는 임산부들은 "가뜩이나 힘든 공무원 더 힘들게 할 필요 없지 않느냐"며 "더 필요한 곳에 사용되겠지"라는 말을 하곤 했다.

만나는 공무원마다 말한다. 민원 때문에 힘들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착한 대전 사람들이라 잘못해도 싫은 소리 안 하는 거라고. 살기 좋은 대전 위해 더 열심히 일해달라고.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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