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살기 좋은 대전, '떠넘기지 좀 맙시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살기 좋은 대전, '떠넘기지 좀 맙시다'

경제사회부 이현제 기자

  • 승인 2020-05-13 10:09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2020022401010015365
이현제 기자.
초·중·고를 대전에서 다니며 그리고 대학을 다니며 타지에 있을 때도 대전 출신임을 자랑했다. 누가 보고 들으면 대전에서 정치할 사람인 것처럼 홍보하고 다녔다. 결혼하고 다시 정착을 위해 무엇에 홀린 것 마냥 대전으로 내려왔다. 대전사람이니까.

대전은 분명 살기 좋은 도시가 맞다. 여전히 자랑스럽게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임신한 와이프의 지인들로부터 대전시가 지원한 임산부 마스크에 대한 불평을 들었다.

"그 댁은 마스크 받았어?" "저는 저번 1차 지원할 때는 받았는데, 이번 2차 때는 못 받았어요"

알아보니 대전시가 지난 4월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임산부 2차 마스크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주변 모임을 하는 사람들 통해 들어보니 적은 수는 아니었다. 지난 3월 9일 대전시가 임산부를 위해 마스크를 지원하겠다는 뉴스를 보고 '잘하네'라는 생각을 했고, 4월 2일부터 추가 마스크 지원 소식이 반가웠다. 착한 대전 사람들은 '고맙다며 늦게라도 오겠지'라며 기다렸던 것 같다.

실제로 '힘들게 일하는 공무원 괴롭히고 싶지 않아 닦달하지 않았다'라는 임산부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알아보기 위해 동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했다.

"2차 마스크 지원은 저희가 명단을 모아 구청에 보내고 시에서 처리합니다"

구청으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

"저희는 동에서 명단만 받아서 시 담당자에게 보냈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시에 문의하세요"

연락처를 받아 시청 담당자에서 물었다.

"등기 우편으로 보냈는데, 반송 온 게 150명분 정도 되더라고요." 반송 이유를 묻자, "안내 문자도 보내고 했는데, 안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몇몇 마스크를 못 받았다는 지인에게 연락해 시 담당자로부터 문자나 우체국 등기 미수령 메시지 등을 받았느냐고 물어봤다.

"아뇨. 그런 문자나 메시지, 그리고 집으로 온 등기 전혀 없었어요"

1차 지원 때는 마스크를 분명 받았지만, 2차 때는 문자 하나 없었다고 했다.

다시 연락하자 구와 시 관계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이야기만을 한다. '구에서 명단을 취합할 때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시에서 잘못된 연락처로 연락하고 보낸 게 아닌가 싶다' 등등.

그런데도 마스크를 받지 못했다는 임산부들은 "가뜩이나 힘든 공무원 더 힘들게 할 필요 없지 않느냐"며 "더 필요한 곳에 사용되겠지"라는 말을 하곤 했다.

만나는 공무원마다 말한다. 민원 때문에 힘들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착한 대전 사람들이라 잘못해도 싫은 소리 안 하는 거라고. 살기 좋은 대전 위해 더 열심히 일해달라고.
이현제 기자 guswp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2. 서산 사과농업 '스마트 전환' 본격화, 48억 투입해 미래형 과수원 만든다
  3. 대전시 감사위 ‘트램 개통 지연’ 감사 착수
  4. 국립대 '등록금 0원' 검토… 대전 대학가 셈법 복잡
  5. 음성군, '2026 음성청결고추 직거래장터' 12일 개장
  1. 반복되는 대전 산업현장 추락사...현장 안전관리 '경고등'
  2. 대전중수청 이전 이제부터가 관건… 내년 ‘신청사 예산’ 확보해야
  3. 교실 밖에서도 수능시계는 간다… 마지막 선택형 수능 D-100
  4. KAIST 배충식 신임총장 "과학기술 심장에서 국가 균형 성장의 핵심 역할"
  5. 생명공학연구원, 질병저항성 유전자변형 고교생 토론대회 성료

헤드라인 뉴스


[기획]"지역 무대 서는 건 꿈도 못꿔" 원정공연 떠나는 예술 꿈나무들

[기획]"지역 무대 서는 건 꿈도 못꿔" 원정공연 떠나는 예술 꿈나무들

'문화예술 도시 세종'을 향한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예술 꿈나무들은 설 무대를 찾지 못해 인근 타 도시로 향하고,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길 시설이 부족해 문화 향유에 목말라 있다. 여기에 재정난으로 주요 문화시설 건립까지 지연되면서, 세종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은 언제쯤 행정수도를 넘어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가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종 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가 11일 민선 8기 시절 신교통수단으로 검토됐으나 수입대행사 납품 문제에 발목 잡힌 3칸 굴절버스 도입을 백지화 했다. 허태정 시장이 이날 시청에서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업체 계약 해지를 절차를 밟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결정한 이유는 시범사업을 위해 업체에 선급금 72억이 지급 됐지만, 계약한 3대 중 2대가 기한 내 납품이 이뤄지지 못한 데다 1대 역시 차량 소유권 이전 문제에 운행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허 시장은 "계약 해지와 예산 손실 규모,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 철저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라"..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어린 아이부터 성인 그리고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인사들까지 모두가 인서울(In-Seoul)을 바라보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권 공화국의 철옹성은 이재명 정부 들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을 것인가. 빛바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지방분권 가치가 새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모토 아래 새로이 발현될 수 있을까. 2029년 8월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과 청와대를 벗어난 집무 약속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주목된다. 그간의 과정과 흐름, 대통령 발언들을 놓고 보면, 새로운 시대의 도래란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