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미술관과 국제전시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미술관과 국제전시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 승인 2020-06-10 08:0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선승혜(대전시립미술관장)
선승혜 관장
미술관이 외국미술품을 보여주는 특별전을 국제전시라고 한다. 국제전시는 다양한 외국미술품을 전시해 많은 사람의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한다. 국제전시는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타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증진해 국가의 구분을 넘어 인류문화성취로서 예술을 공유하고, 인류문화유산으로서 전승하는 것을 지향한다.

한국 국제전시의 유형은 네 가지, 한국소장의 외국미술품 전시, 주요외교계기의 국제교류전시, 블록버스터 전시, 비엔날레 전시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한국에 소장된 외국미술품을 소개하는 국제전시다. 한국의 국공립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된 외국미술품을 전시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지역사회의 문화향유기회의 확대를 위해 국공립미술관 협력망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해외미술품을 전시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유럽, 미국, 남미, 아프리카 등 등에서 20~21세기 동시대 미술에 주목할 만한 외국 아티스트의 작품을 수집했다. 한국에 소장된 해외현대미술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사회를 이해하는 다양한 실험정신과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세기 초의 프랑스 판화가 폴 자쿨레(1896~1960)의 다색판화작품 160여건을 유족에게 기증받아 소장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박물관이 소장·전시하는 20세기 초에 한국에 온 외국인이 찍은 사진이나 회화작품은 국내 기반의 국제전시가 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국립박물관은 고고학 발굴로 발굴한 외국문화재를 상설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323년에 중국 경원항에서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이 난파된 것을 신안 해저에서 인양해 실렸던 중국의 송과 원나라의 도자 등을 전시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계림로 14호묘에서 발굴된 황금보검을 전시하는데, 대륙을 횡단해 신라에 온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오타니탐험단이 수집한 투르판 지역의 최대 석굴사원인 베제클리크 벽화 등은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실에 전시돼 있다.

둘째, 수교기념이나 문화교류의 해와 같은 외교계기로 이뤄진 국제전시다. 양국의 정부가 문화교류를 협의하고 특별전을 개최한다. 국제전시를 통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미술품을 국가 간의 문화외교 채널을 통해 소개한다. 국제전시는 일반인이 쉽게 세계각지를 가서 보기 어려운 문화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 국가에 한국문화를 소개해 상호 문화교류를 확장하는 문화외교의 매개체가 된다. 국가 간의 문화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되는 상호 호혜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셋째, 블록버스터 전시다. 블럭버스터 전시는 대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다수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대규모 기획형 국제전시다. 세계뮤지엄협회(ICOM)의 국제교류전시위원회가 주최한 블럭버스터 전시 국제심포지엄에서 20세기에 세계 공통으로 이집트, 인상주의 미술, 공룡 전시의 3가지는 블록버스터 국제전시의 대표적인 주제로 평가했다.

1990∼2000년대에 유럽미술관들이 아시아에 소장품 순회전을 개최해 대여비로 재정을 확보하는 블록버스터 전시가 유행했다. 인상주의 미술과 피카소, 샤갈과 같은 유명 화가의 국제전시는 어김없이 성공하는 전시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온라인으로 쉽게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블록버스터 전시는 대규모의 입장객을 유치하기 어려워졌고, 대신 중간규모의 다양한 작가들의 국제전시가 다양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넷째, 비엔날레와 같이 다양한 외국 작가를 초청하는 국제전시다. 도시의 페스티벌의 성격이 강하다. 필요에 따라 총감독 큐레이터를 선임해 시의성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예술가를 섭외해 작품을 빌리고 예술가도 초청한다. 관람객은 생존하는 작가를 그의 예술작품과 함께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세계 각국의 각 지역사회가 예술로 국제성의 인식을 고양하는 문화 역량을 축적하는 건 현대사회가 노력한 글로벌리즘의 문화성취이자 미래지향적인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예술로 타자를 이해하면서 자기를 확장하는 자아 성장과 문화로 통찰력을 키우는 국제전시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동래구, 제3회 온천천 빛 축제 개최
  2. 김포시농기계임대사업소, 노후농기계 불용품 매각
  3. 상명대 간호학과, 나이팅게일 선서식 개최
  4. 천안 벽산 블루밍 파크포레, 사업계획 승인 및 도급계약 모두 마쳐
  5. 천안시보건소, '생명존중 안심마을' 4곳 지정
  1. 한기대 STEP, '열정 가득' 온라인 서포터즈 3기 출범
  2. 나사렛대, 기아자동차 정주훈 상무 초청 '경영인의 날' 성료
  3. 충남창경센터, 'The Future with AX Forum' 개최
  4. 한기대, 충남경제정책 경연대회 우수상·장려상
  5. 천안문화재단,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재창작 공연 개최

헤드라인 뉴스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유성복합터미널을 운영할 주체가 최근 결정되면서 대전 시민들의 고속·시외버스 운송체계가 동구 용전동과 유성구 구암동의 두 개의 복합터미널의 양강 체계로 전환될 전망이다. 대전교통공사는 11월 19일 주식회사 루시드 및 금호고속주식회사와 유성복합터미널의 공동운영사로 결정하고 5년에 추가 5년 연장 가능한 계약을 체결했다. 유성복합터미널은 2010년부터 민간사업자 공모방식으로 4차례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2020년 대전시의 공영개발로 전환됐다. 시가 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버스 15대가 동시에 승객을 승하차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주말부터 전국에서 누리호 관련 행사가 진행되며 4차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분위기가 고양되고 있다. 23일 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7일 오전 12시 54분에서 1시 1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서 누리호 4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발사 예비 기간은 이날부터 12월 4일까지며 이 기간 중 누리호 4차 발사가 진행된다. 이번 발사는 기존과 달리 늦은 시간 진행된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기의 궤도 진입을 고려한 시간이다...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에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고환율에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기름값은 고유가 행진을 이어가 주목된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고환율로 인한 원유 수입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주간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ℓ당 25.80원 오른 1729.72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38.54원 오른 1636.5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4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대전·세종·충남지역 내 기름값도 10월 넷째 주를 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