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근대 모금 캠페인과 기부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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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근대 모금 캠페인과 기부금 관리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승인 2020-06-11 12:24
  • 신문게재 2020-06-12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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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대 모금운동의 효시는 1896년 독립협회가 주도한 독립문 건립 모금 캠페인이다. 나라가 외세에 의해 어려울 때 국민에게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한 상징적인 이벤트로서, 청나라 사신을 영접하던 영은문과 모화관을 없애고, 그 자리에 독립문과 독립관을 만들어 국내외적으로 자주독립을 선언하고자 했다. 독립협회는 당시 사회 경제적 여건상 많은 국민의 정성과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독립문과 독립관의 건설이 어렵다고 보고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서재필 박사는 독립신문에 나라의 독립은 모든 국민이 이루어야 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국민의 참여를 호소했다. 그리고 남녀, 노소, 귀천을 불문하고 기부한 모든 사람의 이름은 물론 기부자의 사연과 기부금액을 신문에 게재해 널리 알렸다. 그러자 남녀, 노소, 상하, 빈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부하기 시작해 캠페인을 시작한 지 몇 개월 안 되어 모금 목표인 5000원을 초과한 5900여 원이 모였다. 그리고 모금을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독립문 정초식 즉 기공식을 가졌고, 마침내 공사를 시작한 지 1년만인 1897년 11월 20일에 독립문이 준공됐다.

독립문 건립 모금캠페인은 여러 측면에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기부자 대부분이 1원 미만의 소액 기부자로, 하급 관리, 소학교 교사와 학생, 제중원 학생, 친위대 등 군인, 시전의 상인, 교회, 기생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역사학자들은 독립문 건립 모금캠페인을 통해 도시 농촌을 망라한 서민 대중, 지식층, 소시민, 소상공인 등 개화 지식층이 급부상하게 되고, 독립협회의 대중적 기반이 형성됐으며, 이들 대중의 지지가 독립협회의 정치 활동과 대정부 투쟁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모금캠페인으로 모인 돈의 사용처도 1987년 8월에 발간된 대조선독립협회회보에 공개됐는데, 독립문 정초식, 행사비, 독립관 부대시설공사 및 집기류구입비 등으로 2200여 원이 지출됐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독립문 공사비가 총 3825원 중 2300원만이 지출됐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부족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캠페인을 이듬해 다시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리해 보면, 독립문 건립 모금캠페인은 한국 최초의 근대 모금 캠페인으로 일 년 만에 독립문을 준공시킨 성공한 캠페인이었다. 또한 기부자의 대부분이 소액기부자로 일반 백성들의 성금으로 독립문을 건립해 조선의 자주독립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함은 물론 자주 독립 정신을 함양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쉽게도 규모 있는 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정작 가장 중요한 독립문 건립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우리나라 근대 모금캠페인은 1907년에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이다. 일본 차관 1300만원을 보상함으로써 나라를 살리자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남자들은 담배를 끊은 돈, 여자들은 가락지를 기부했다. 일반 국민이 운동의 주축이 된 국권회복, 애국계몽, 민권운동, 국민통합운동이었다. 대한매일신보, 제국신문, 황성신문, 만세보 등 언론들도 각 지방의 모금 상황 및 취지서, 의연금 납부 명단 등을 연일 게재하며 운동을 독려했다. 그 결과 모두 31만 7000명이 30만 여원을 기부했으며, 기부자의 대부분이 서민, 농민, 하급관리, 기생들로 1원 미만의 소액 기부자가 83%를 차지했는데 고관이나 사대부, 부호들은 기부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지원금총합소, 연합회의소 등 두 곳에서 기부금을 관리했으나, 문제는 전국적인 모금을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이나 효율적인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일본 통감부는 양기탁 선생과 베델 사장에게 횡령혐의를 뒤집어씌우면서 국채보상운동을 적극 방해했고, 이런 영향으로 국채보상운동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두 차례의 우리나라 근대 모금운동은 숭고한 동기와 이념이 있고 헌신적으로 일을 했다 해도 투명하고 효율적인 재무 회계 등 기부금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흠결이 생길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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