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팬데믹 시대, 행복의 영역 유지하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팬데믹 시대, 행복의 영역 유지하기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 승인 2020-07-06 08:14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준원 교수
이준원 교수
많은 포유류는 분비물로 표시하거나 냄새를 남겨 자기의 영역을 표시한다. 동물 수컷에게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게 했더니 자신의 영역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싸움을 만들고 질서를 어지럽혀 영역을 지키는 게 아니고 결국에는 죽거나 다치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신체적인 신호가 보내는 이상적인 행동은 이성으로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자신과 조직의 안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사회나 조직에서 구성원들 간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유지하는 방법은 무언의 인식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합의되고 있다.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지만, 인간은 막대한 비용을 사용하지 않거나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방법들을 만들어 서로의 영역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본인만의 영역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과도 같다. 관계자들만의 독립된 공간을 원하며 일에 대한 집중력 또는 편안한 휴식처를 만들려는 욕구를 가지려는 메시지를 의미한다. 우리는 이러한 푯말을 보면 그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하며,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나라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지정된 책상과 의자를 없애고 있다. 업무 생산성이 올라가고 정보의 소통이 올라간다고 한다. 효율성을 떠나 직원들은 서로를 감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출근하는 것이 괴로울 수 있다. 그렇지만, 칸막이의 높이는 감시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수록 더 높아질 것이다.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사무실 공간을 모두 오픈하여 어디든 편하게 공간을 구성할 수 있게 하는 편이 업무 효율성과 만족감이 좋아질 수 있다.



맛집으로 소문 난 식당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생긴다. 놀이공원의 바이킹을 타려는 줄도 주말에는 제법 길다. 불편함과 시간을 소비하면서도 사람들이 기다리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은 만족감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으니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모든 건물과 음식점에서 적당한 거리를 선호하도록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이불 밖은 위험해' 라든지 '집을 나가면 고생' 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적으로 괴롭거나 신체적 통증이 있을 때 집만큼 편안하고 포근한 곳은 없다. 집이라는 공간이 사회적 합의로부터 부여된 상처를 치유하는 곳일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팬데믹 시기에 '자가격리'라는 말로부터 오는 인간관계의 후퇴는 당사자의 약하고 지친 모습을 스스로 보게 되는 괴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 냉정할 같아 보이는 스티브 잡스도 죽기 전에 애플사의 성공과 자신의 성취감보다 주위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적당한 거리두기를 원하면서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상처를 치유 받으려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들의 심리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진화과정 동안에 식물에 친근함을 느끼도록 반응하는 방법을 배워왔다. 도시에서 자라고 학원에 지친 '식물 부족 증후군'을 앓는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산과 공원을 거닐어보면 좋겠다. 숲 속을 걷는다거나 공원길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인체의 면역세포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꽃다발을 받으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과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행복의 영역을 유지하는 신호를 보내는 사회적 신호전달 개체가 되는 방법과 상대방에게 유익한 신호를 전달하는 '착한 일원'이 되는 방법은 그렇게 어려운 일들은 아니다.

독감바이러스처럼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사실은 바이러스와 인간의 합의된 영역이 만들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전지역에서 발생하는 확진자의 동선 공개 문자와 그들을 비난하는 댓글도 매일 보게 된다. 서로의 영역을 유지해야 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들도 나와 같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일원임을 이해하고 '거리두기', '친근하기'와 '행복 신호'를 서로에게 전달하고 격려하며 웃는 모습을 통해서 비난과 상처를 치유하고 고립감 같은 스트레스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면 좋겠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읍면동 행복키움지원단 활동보고회 개최
  2. 천안법원, 편도 2차로 보행자 충격해 사망케 한 20대 남성 금고형
  3. ㈜거산케미칼, 천안지역 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 후원
  4. 천안시의회 도심하천특별위원회, 활동경과보고서 최종 채택하며 활동 마무리
  5. ㈜지비스타일,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내의 2000벌 기탁
  1. SGI서울보증 천안지점, 천안시에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300만원 전달
  2. 천안의료원, 보건복지부 운영평가서 전반적 개선
  3. 재주식품,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후원 물품 전달
  4. 한기대 온평원, '스텝 서비스 모니터링단' 해단식
  5. 백석대 서건우 교수·정다솔 학생, 충남 장애인 체육 표창 동시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 발언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공론화 등 과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의 광역 협력 구조를 '5극 3특 체제' 구상과 연계하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격전지인 충청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대시민 여론전 등 내년 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마다 승자를 결정지었던 '금강벨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에게 내년 6월 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로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윤석열 정부가 무자비하게 삭감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026년 드디어 정상화된다.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연구 현장은 회복된 예산이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달 2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 총 R&D 예산은 2025년 29조 6000억 원보다 19.9%, 5조 9000억 원 늘어난 35조 5000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4.9%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파동으로 2024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