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언택트 시대, 하지만 놓칠 수 없는 컨택트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언택트 시대, 하지만 놓칠 수 없는 컨택트

박희성 계룡건설 개발사업본부장(전무)

  • 승인 2020-07-08 08:27
  • 수정 2020-11-19 09:23
  • 신문게재 2020-07-09 19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박희성 전무
박희성 전무
테드 창의 단편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는 2016년 11월에 개봉한 미국의 SF 영화다. 《시카리오》의 감독으로 유명한 드니 빌뇌브의 작품으로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소통을 소재로 언어와 인간, 시간에 대한 개념을 철학적인 담론에 담아 다루고 있는데 인간과 햅타포드라 불리는 외계인의 만남과 소통을 소재로 하고 있다. 언어 개념과 형식이 달라 소통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결국, 소통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소통'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중요한 화두로 회자돼왔다. 기업들도 커뮤니케이션 담당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 소통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사실 소통의 중요성은 비단 '밀레니얼 시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역사를 살펴봐도 인간들은 소통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왔으며, 그 대부분 방식은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형태'처럼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이뤄져 왔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의 물결과 함께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소통의 형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관계 맺기의 소통 방식인 '접촉'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코로나 19'다. 우리는 지금 《컨택트》를 위한 《언택트》의 시대에 살게 됐으며, 비접촉 형태로 서로가 소통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를 전제로 보면 직접적인 접촉이나 대면은 이제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다양한 비접촉 소통 방식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산업구조도 변모하고 있으며, 업무처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에서 그토록 추진하길 원했지만 지난 몇 년간 성과가 없었던 '재택근무'를 자발적으로 시행하게 됐고, 많은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마저도 언택트의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AI 면접이나 화상면접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서 언택트 시대를 대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을 직접 대면하고 선발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제는 이러한 일들이 우리의 일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며, 《언택트》라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창조했다.



유년시절 한문 선생님께서 한자를 가르치면서 '사람 人'의 의미를 말씀해 주셨던 일이 생각난다. 사람은 서로 기대고 살아가야 하기에 이러한 형태로 '사람 人' 글자를 만들었다고 배웠다. 사람들에게 접촉과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비대면의 소통과 삶의 방식을 새롭게 배워야 할 때이며,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주거공간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에 있어서 공동 현관과 공동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공동주택의 개념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아파트 설계에서도 상호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일이다. '멀리 사는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라는 소통과 관련된 격언이 무색해질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건설업계에 일각에서는 공동주택의 시대는 가고 단독주택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중앙집권적인 거주형태를 지닌 나라에서 단독주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비접촉의 시대가 주는 낯설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기업들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며, 《언택트》를 추구하면서도 《컨택트》의 효과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주거공간의 탈바꿈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은 여전히 사람의 온기와 소통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따듯한 온정이 넘칠 수 있도록 '언택트의 형식을 빌린 컨택트' 형태의 주거환경이 준비된다면 코로나 19가 가져온 불통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컨택트》에서 여주인공인 언어학자가 외계인과의 소통을 위해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새로운 《언택트》 삶의 방식을 위한 우리 모두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희성 계룡건설 개발사업본부장(전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1. [대입+]] 2026 수시 충청권 의대 지원자 46% 감소… 역대 최저치
  2.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5.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헤드라인 뉴스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충청권의 오랜 숙원인 지방은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소호은행(KSB)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충청권 기반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대를 품었던 지역민들의 박탈감을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곳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제4인터넷은행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한국소호은행(KSB)은 대전시와 협약을 맺고 대전에 본사를 두고, 지역 특화 사업 발굴 및 정책자금 연계를 통해 지역 금융 정착을 도울 계획이었지만, 결국 정부 인가를 받지 못..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