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수술받느니 자살을 택할 정도였던 18세기 병원…'무서운 의학사'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수술받느니 자살을 택할 정도였던 18세기 병원…'무서운 의학사'

이재담 지음│사이언스북스

  • 승인 2020-07-13 07:10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무서운의학사
 사이언스북스 제공
무서운 의학사

이재담 지음│사이언스북스





'마취법도 없고 항생 물질도 없던 18세기나 19세기 초에는 수술을 하면 사고가 나는 것이 불가항력이었다. 드물게는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환자가 자살해 버리기도 했다. 생살을 째고 뼈를 끊어 내는 고통을 겪을 일이 두렵기도 했지만, 어쩌다 수술이 성공하더라도 상처가 곪아 패혈증으로 죽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외과의 권위자였던 알프레드 벨포는 학생에게 "수술 시의 고통이나 위험성에 관해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가르쳤다.'

책 『무서운 의학사』 47장 「수술받기보다는 자살을 택하겠어요」에 소개된 18세기의 수술은 섬뜩하다. 마취가 가능해지고, 항생 물질을 투여하는 등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수술 중 엄청난 고통을 겪거나 사망할 확률이 낮아졌다. 현대 첨단의학의 일부는 저 치명적인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면도 있을 것이다.



『무서운 의학사』는 '글 쓰는 의사' 이재담의 에피소드 의학사 3부작 중 첫 권이다. 서울 아산 병원 교수인 그가 20년 동안 각종 매체에 연재했던 글 217편 중 '무서운'이라는 키워드로 71편을 묶었다. 역사를 바꾼 치명적인 전염병과 생명을 바치며 여기에 응전했던 의사, 또한 의학사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일어났던 등골 서늘해지는 무서운 사건 사고들이 담겼다. 3년 동안 2000만 명이 사망하는 동안 신벌(神罰)이라고 체념해야만 했던 중세 유럽의 페스트, 제1차 세계 대전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은 1918년의 스페인 독감, 얼음 송곳으로 뇌를 후벼 파 사람을 반송장 상태로 만든 의사에게 노벨상까지 안겨 준 20세기의 정신 의학 등이 대표적이다.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잔인한 이 이야기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수많은 의사와 환자의 희생 위에 현대 의학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무서운 의학사』와 3부작의 2, 3권인 『위대한 의학사』, 『이상한 의학사』는 모두 2~3쪽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여 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의학사에 대한 고정인식을 타파하고 의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성이다.

중세 유럽의 봉건제를 무너뜨린 흑사병, 17세기 남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살시켰던 천연두, 1918년의 스페인 독감 유행처럼 문명사적 전환을 불러온 전염병에 대응했던 과거의 의학을 알면, 내일의 의학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추리할 수 있다. 인류의 집단 지성이 시험대에 오른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할 열쇠를 찾는 일에도 효능을 기대해 볼만한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2.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2.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3.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4.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5년 12월24일 수요일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